빨라스 데 레이~보엔떼
22.9.24.토(순례35일차, 6:30분 소요)
빨라스 데 레이~보엔떼(21km)
아침 일찍 걸으며 작은 집을 보았을 때,
맑은 공기며 풀냄새가 내 허파를 부풀게 했다.
그 순간 내 영혼이 맑아지는 듯 했고 나에게 스민 생각은..
아, 이 작은 집같은 사람이 되고싶다.
나는 작으나 품을 공간이 넓어서 많은 사람을 숨 쉬게 하면 좋으련만.. 이었다.
할머니가 닭들을 쫓는 광경을 보고는..
나도 하릴 없이 아침에 암탉이 울면 따끈한 알을 받아다 달걀 부침이나 해먹으면서 느릿하게 살아가면 어떨까? 는 생각도 했다.
레보레이로에 있는 산타 마리아의 성당에서 조용히 스템프를 찍어주는 아가씨를 보고는 그녀의 성실함에 반하면서 나도 그렇게 성실했으면 좋겠다고도 생각했다.
그러다 멜리데 시내에 도착, 뿔뽀(문어)에 맥주를 마시며,
(아, 시장 통에서 삶은 문어에 초 고추장 찍어 먹는 게 훨 낫겠네..)
하다보니 그 전에 들었던 생각들은 알콜과 함께 증발해 버렸다.
그런데 멜리데 성당에 도착해보니 막 장례식이 끝나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어제부터 오늘까지 맞딱뜨린 것은 죽음...
도처에 죽음은 널려 있구나.
고사리도, 이름 모를 풀들도, 벌레들도 살아있는 것들 사이에서 조용히 죽어있는데..
하기야 내 몸에서도 죽음과 삶이 동시에 일어나고 있지.
걸어가고 있는 이 순간에도, 단단한 뼈 안에서 조차 죽어가는 세포들과 새로이 생겨나는 세포들이 존재하니까..
조용한 가운데 파괴와 생성이 끊임없이 되풀이 되는 것이 생명이라는 것을..
심장이 정지 할 때까지, 쉬임없이 죽고 생겨남은 거듭되겠지.
그러니까 매 순간마다 기분 좋은 생각을 함으로써 좋은 에너지가 온 몸에 전달되어
새로이 생겨나는 것에 생기를 더해 주어야겠지.
쌀밥도 (사랑한다)고 되풀이 말하면 생기있게 밥맛이 더 난다고 하지 않는가!
그럼 어떻게 ?
.....
내 마음 속에 종일 되풀이 일어나던 생각은
<순간>, <집중>이었다.
그러니까 하느님이 내게 들려주는 말은
지금, 이 순간에, 충실하라는..
카르페디엠이 아닐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