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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바리우다 Sep 25. 2022

카르페디엠(멜리데를 지나며)

빨라스 데 레이~보엔떼

22.9.24.토(순례35일차, 6:30분 소요)

빨라스 데 레이~보엔떼(21km)


오늘 본 시골의 작은 집

아침 일찍 걸으며 작은 집을 보았을 때,

 맑은 공기며 풀냄새가 내 허파를 부풀게 했다.

그 순간 내 영혼이 맑아지는 듯 했고 나에게 스민 생각은..


아, 이 작은 집같은 사람이 되고싶다.

나는 작으나 품을 공간이 넓어서 많은 사람을 숨 쉬게 하면 좋으련만.. 이었다.


할머니가 닭들을 쫓는 광경을 보고는..

나도 하릴 없이 아침에 암탉이 울면 따끈한 알을 받아다 달걀 부침이나 해먹으면서 느릿하게 살아가면 어떨까? 는 생각도 했다.

닭들을 쫓는 할머니


레보레이로에 있는 산타 마리아의 성당에서 조용히 스템프를 찍어주는 아가씨를 보고는 녀의 성실함에 반하면서 나도 그렇게 성실했으면 좋겠다고도 생각했다.

Leboreiro 산타 마리아 성당 앞


그러다 멜리데 시내에 도착, 뿔뽀(문어)에 맥주를 마시며,


(아, 시장 통에서 삶은 문어에 초 고추장 찍어 먹는 게 훨 낫겠네..)


하다보니 그 전에 들었던 생각들은 알콜과 함께 증발해 버렸다.

멜리데 시내
문어 찌는 중.            받아 앉은 문어요리


그런데 멜리데 성당에 도착해보니 막 장례식이 끝나고 있었다.

멜리데 성당 앞 광장
멜리데 성당 안

그러고 보니 어제부터 오늘까지 맞딱뜨린 것은 죽음...

영구차
어제 길에서 본 죽은 두더지

도처에 죽음은 널려 있구나.

고사리도, 이름 모를 풀들도, 벌레들도  살아있는 것들 사이에서 조용히 죽어는데..

죽은 고사리


하기야 내 몸에서도 죽음과 삶이 동시에 일어나고 있지.
걸어가고 있는 이 순간에도, 단단한 뼈 안에서 조차 죽어가는 세포들과 새로이 생겨나는 세포들이 존재하니까..


조용한 가운데 파괴와 생성이 끊임없이 되풀이 되는 것이 생명이라는 것을..

심장이 정지 할 때까지, 쉬임없이 죽고 생겨남은 거듭되겠지.


그러니까 매 순간마다 기분 좋은 생각을 함으로써 좋은 에너지가 온 몸에 전달되어

새로이 생겨나는 것에 생기를 더해 주어야겠지.


쌀밥도 (사랑한다)고 되풀이 말하면 생기있게 밥맛이 더 난다고 하지 않는가!


그럼 어떻게 ?

.....


내 마음 속에 종일 되풀이 일어나던 생각은

<순간>, <집중>이었다.


그러니까 하느님이 내게 들려주는 말은

지금, 이 순간에, 충실하라는..

카르페디엠 아닐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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