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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바리우다 Sep 27. 2022

산티아고 완주를 하다(내려놓기..?)

산타 이레네~산티아고 데 꼼포스텔라


22.9.26.월(순례37일차, 8시간 소요)

산타 이레네~산티아고 데 꼼포스텔라(23km)



오늘은 산티아고까지 마지막 순례일..

무슨 일이 생길까?

설렘과 떨림이 교차하는데..

길을 나서니, 가 비가 부슬거려  우비를 입고 걷다.

아침 7:20분, 어둠 속을 걷다
여전히 숲길도, 옥수수밭도 지나고


오늘도 어제처럼 태양이 떠오르고


산골에 모여있는 집들은 정답게 보이고


목이 마른 작은 새는 물가를 서성


들꽃들은 가을 하늘을 향해 함박 웃음 날리고


빽빽한 나무 숲은 서로 힘 자랑 하느라 안이 컴컴하다.


언제나처럼 양들은 신나게 풀을 뜯었다.


사람들도 늘 그러하듯 일어나 일을 고..

잡초 치우는 할머니         농약 뿌리는 아줌마    


그렇게 보며 걷다가 백합향 가득한 작은 성당에 들러 잠시 감사 기도를 올렸다.



그러다보니 동산이 나타났고, 저 멀리 내다 보이는 것은 산티아고 데 꼼뽀스텔라!

산티아고 바로 전 monte do gozo                        멀리 산티아고 시내가 보이고..


아, 나는 가.. 새로운.. 느낌같은 것이 올라오지나 않을까 기대를 했었다.

외눈박이 거인이...      마지막 테잎을 끊는 순간


그러나 특별한 느낌은 없었고

약간의 감격

뿌듯한 기분

...


그런 거였다.

오늘도 어제처럼

일어나

걷고 먹고 마시고 씻고 빨래하면서

단순하게 보고 듣고 생각하는 것

그 안에 단순한 기쁨이, 평화가 있었다.

그 뿐.



저녁이 되어 미사를 보고

은영 언니네를 만나서 즐겁게 얘기하다가..

언니가

<..을 내려놓게 해달라>는 기도 했어야 했는데...

라는 말을 듣고 띵~~~ 했다.


아, 어쩌면 나는 내려놓을 생각을 못 했기에

삶의 기쁨을 온전히 누리지 못 하는 건 아닌지...



스스로 껍질을 벗는 나무


스스로 껍질을 벗는 나무가 있습니다.
겉에 있는 살을 찢어 속을 드러내며 자라는 나무..
가늘었던 어린 나무는 그렇게 해서 길고도 굵게 자라납니다.

나이가 들수록 단단해지는 나의 표피..
이제 조금 벗겨내어
물렁해지고 싶습니다.


저 세상에 이를 때

서러워하거나 후회하지 않도록..

미리 조금씩 덜어내며

홀가분해지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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