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부부싸움...페루에서 볼리비아로 넘어가다
지금은 새벽 4시가 되어가는 시간, 오늘도 나는 어김없이 도중에 잠이 깨었다.
자꾸 깨는 것도 고산증의 일부일까?
볼리비아는 고도 4000m 정도 되니 나는 걸을때 마다 숨이 차고 현기증이 좀 났다. 남편은 더 심해서 얼굴이 붇고 기침에 코피까지 났다. 입맛도 딱 떨어지고 죽지 못해 먹는다고 한다. 맘 같으면 되돌아 가고 싶단다. 그의 버킷리스트였던 희말라야 트래킹은 이제 물 건너 갔다.
새미 페키지여도 오래 사람들과 같이 자고 이동하다보니 친한 그룹들이 생기는데 우리는 부산 부부와 함께 다니게 되었다.
마침 두 분이 신실한 가톨릭 신자인데다 부인이 온화하고 다정한 분이어서 나는 참 좋았다. 그런데 두 분은 돌아다니면서 오래 이곳저곳을 구경하시는 걸 좋아한다.
사막에서 샌드보드를 타다 내 안경다리 하나가 부러졌는데 어제는 안경태를 바꿔보라고 제안하셔서 뿌노의 안경점에서 한 시간 가량이나 머물며 내 안경태를 골라주고 흥정도 해주고 종업원에게 손짓발짓까지 써가며 이것저것 세밀하게 내 안경알에 맞는 안경태를 찾아줬었다.
그럴동안 남편은 자기가 필요한 우산을 사오더니 돌아가서 쉬어야겠다며 가버렸다.
그렇게 가버렸어도 아프니까 그러겠지하며 이해했다. (그러나 다른 두 사람과 함께 하지 않는 것에 대한 부담감이 생기기 시작한다..)
어제는 이곳 볼리비아의 라파즈에서 함께 저녁을 먹으러 나갔다. 근처 마녀시장에 가서 환전을 하고 알파카 상점에서 모자 구경을 하느라 시간이 좀 갔다. 우리가 구경을 할 동안 남편은 길가에 서 있었다.
구경을 마치고 돌아나오다가 성프란치스코 대성당에 미사가 있는 지 보려고 다가갔더니 문이 열려있어 성당 안을 둘러보고 기도하느라 시간이 또 갔다.
거기서 나와서 식당을 찾아 돌아다니는데 주변은 시장임이 분명 하건만 좌판에서 음식을 사먹는 사람들은 보여도 그럴싸한 식당은 나오지 않았다. 남편이 맨 앞장을 서서 식당을 찾다가 지쳤는지 호텔 식당에서 저녁을 먹는 게 어떠냐고 두 부부에게 제안해서 호텔로 되돌아 왔다.
호텔에서 60볼짜리 돼지고기 요리와 소고기 볶음 비슷한 요리를 시키고 넷이서 함께 먹고 있는데 부산 아저씨가 늦게까지 먹느라 시간이 오래갔다.
아주머니가 먼저 일어서라고 제안하자마자 남편은 일어섰다. 나는 남아서 그분들과 더 구경도 하고 돌아다녔으면 싶었는데 등떠밀리다 싶히 권해서 남편과 같이 왔다.
남편은 샤워하고 나는 물이 떨어져서 물을 사러 다시 시장으로 갔다. 물을 사서들어오자 마자 샤워 중이던 남편이 내게 말한다.
저녁 값은 주었어?
그러니까 아까 내게 100볼을 주던 것은 그런 뜻이었다는 거다. 투덜대며 내게 돈을 주고 오라고 하니 다시레스토랑으로 갔다.
가보니 없었다.
되돌아 와보니 샤워를 끝내고 온 남편이 다시 묻는다.
돈을 줄 수 없었다고 했더니 호텔방까지 찾아가서 주고 올 일이지 하며 나를 책망한다!!
급기야 머리 끝까지 열이 오르고 아무 말이나 막 터져나온다.
미친 거 아냐?
아프다고해서 꾹꾹 참고 있더니 뭐라고? 그걸 왜 꼭 지금 줘야해~
정 그러면 당신이 가
남편은 아픈데 어쩌구 하며 투덜대더니 기어이 로비에서 방 번호를 찾아 주고 돌아왔다....
그동안 나는 내가 얼마나 고집불통과 함께 살아왔던 걸까?
저 부산부부는 잉꼬같이 다정하게 물건도 사고 사진도 잘 찍고 서로 잘 돌보는 것 같은데 우리 부부는 뭘까?
벽창호 같이 말이 안 통한다는 느낌이 강하게 스며든다.
이래도 같이 살아야 될까?
남편과 나 사이가 저 볼리비아와 페루의 국경 만큼이나 가깝고도 먼 사이라는 것이 실감나는 지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