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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바리우다 Dec 09. 2023

남미 여행일기 13

13. 미션과 같은 발파라이소 투어

12.7. 목,

산타루시아역에서 전철을 타고 U de Santiago역 하차, 출구로 나가는 쪽에 버스터미널 표시가 되어 가보니 tur bus와 콘돌 버스 표시가 보였다.

산티아고의 시외버스터미널


사람이 적은 콘돌 버스 앞에서 울 앞 두 아줌마에게 (발파라이소로 가고 싶다. 여기서 끊으면 되냐?) 고 물었다. Si~ 하는 대답에 뒤에 서서 기다리다가 갑자기 티켓 판매원이 뭐라고 하더니 밖으로 나가버린다.


 왜 나가냐? 하니 아줌마가 뭐라 설명을 하는데 스페인어라 도저히 모르겠다. 암튼 사정이 있겠거니 하고 기다렸다.


잠시 시간이 흐르고 다른 부스에 있는 판매원에게 발파라이소를 물어보니 9시 혹은 10시 쯤 차가 있는데 밖으로 나가라는 것 같다.

재차 물어보는 동안 줄 섰던 남편이 달려와서 콘돌 버스 판매원이 돌아왔다 한다. 황급히 돌아가 발파라이소!외쳤다.  그가 뭐라 또 스페인어로 말하는데 어리둥절해 하니, 따라 오란다.


친절하게도 그는 판매부스는 버려둔 채,  4번 플랫폼에 서있는 tur bus로 우릴 데려갔다. 그 버스엔 발파라이소라 쓰여있었다.


운전사에게 티켓을 어디서 사는 지 물으니 얼마라고 하는데 못 알아들어서 2만 페소를 보여주니 그가 지갑에서 1만 페소를 가져갔다.
친절한 판매원 덕분에 얼마 기다리지 않아 바로 출발할 수 있었다. 오늘의 천사를 보내주셔서 하느님 감사합니다~~

나는 지금 발파라이소로 가는 버스 안에서 이 글을 쓰고 있다...


아침에 산티아고의 거리는 더럽다. 여기저기 쓰레기가 뒹군다. 청소를 하는 시간이 늦은 가 보다. 그럼에도 8: 30분 밖에 안됬는데 노점상들이 벌써 좌판을 깔기 시작한다.


지하철에는 걸인이 있어 구걸을 하는데 한 푼도 주지 못했다. 아니 주지 않았다.

 내가 왜 이리 둔감해지고 삭막해진 걸까? 눈 먼 여인이었는데.. 소리도 작게 구걸을 한다.


 우리의 1990년대, 전철 안에도 늘 그런 사람이 있었다. 그때는 한 푼이라도 내밀곤 했는데 지금은 그저 바라보고 있다. 무엇 때문에 이리 냉담해진 걸까? 나이가 든다는 게 마음도 늙어버린 것일까? 무엇이 나를 이리 둔감게 만드는 것일까?


버스를 타고 가는 동안 보이는 산들은 그저 돌산이다. 아랫 부분은 나무가 보이나 우리처럼 우거져 있진 않고 듬성듬성 틈이 보인다. 인공적으로 열심히 심어 가꿨나보다. 우리의 아름다운 초록색 산과는 판이하게 다르다.

인공림이 듬성듬성한 산들(실제는 더 심각하다)


10:30분,

원죄 없으신 성모님 잉태 기념일인 12.8일을 기리기 위해서 산티아고에서 발파라이소 바스케스 성당으로 향하는 순례객들이 걷고있다. 100km가 넘는 거리다!!

회개를 위한 고행의 순례객이  끊임없이 발파라이소로 향하는데.. 젊은이도 많다. 9.8일 원죄없으신 성모님 잉태 기념일(공휴일) 행사가 발파라이소에서 있다 한다.


배낭을 매고 길 가로 걸어가는 사람들.. 수많은 차가 지나다니는 도로 양 옆을 걷고 또 걷는다. 그 행사 때문인지 버스는 가다서다를 반복하고 있다.


 스스로 고난을 겪으며 회개의 길을 걷는 그들을 보며 나의 믿음은 얼마나 작고 이기적인지 생각한다... 해마다 그렇게 반성하게 된다면 뱀의 껍질을 벗듯 마음의 때를 한꺼풀 씩이라도 벗게 되지 않을까?

진심을 다해 행동하는 인간만큼 위대한 힘을 발휘하는 것도 없을텐데, 나는 무엇을 지향하며 살고 있는가??


발파라이소 산동네에는 집들이 바글바글했다.

터미널에서 내려 남편이 우기는 대로 구글맵에 의지해 해변을 찾아가다 도중 카르도날 시장을 지나가서 사진을 찍으려하니, 소매치기를 조심하라고 두 사람이나 다가와 알려준다.


무서워서 사진 찍기를 포기하고. 남편은 폰을 숨기듯이 한 채로 구글 맵에 의지하며 걷다가     길을 물었다. 친절하게 손짓발짓 써가며 스페인어로 안내해주는 사람을 따라가보니,  바닷가 가장자리는 맞는데 ...배를 타는 선착장이다.

어라, 이런 곳을 원한게 아니었는데... 

서로 말이 통하지 않다보니 벌어진 일이라 그라시아스!! 했다. 그는 해맑은 얼굴로 웃으며 사라져갔다.


두리번 거리다 카약을 점검하는 부부께

(콘셉시온 언덕에 가려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물었다. 그들은 고심하더니 나가서 열차를 타고 마요르 광장에 도착하면 거기서 택시를 타라고 알려줬다.

헤매던 부둣가와 근처 열차역


마치 미션을 수행하듯 부지런히 소토 마요르 광장으로 찾아가서 이키케 영웅 기념비를 돌아보고 택시를 타려니 잡히지 않는다.

소토 마요르 광장의 이키케 기념비


 할 수 없이  구글 지도를 보며 걸어서 콘셉시온 언덕을 찾아가다. 언덕으로 가는 중에 벽화로 유명한 에 가니 벌써 1시가 넘는다.

콘셉시온 언덕의 벽화 거리


안전하게 빨래를 찾으려면  2시엔 가야했다. 미예매한 버스를 타려니 언덕 꼭대기에 올라갈 수 없었다. 할 수 없이  다시 발길을 돌렸다.


터미널로 돌아가는 길을 찾기 위해 물으니, 한 부인이 버스를 타라며 연신 (떼르미날 데 부스)라고 외친다. 그녀는 우리를 버스 정류장까지 데려다 주었다. 그러니까 버스에서 제때에 내리려면 (떼르미날 데 부스)라고 하라는 것이다. 그래야 터미널에 잘 세워줄 거라고...


저녁은 산티아고의 두리식당을 찾았다. 사장님이 한국 분이었다. 츤데레처럼 무뚝뚝한 것 같으면서도 친절하게 메뉴 선택을 도와주셨고 가끔씩 다가와 말을 붙이며  식까지 싸주셨다.

고추장 샐러드, 비깐데 마리스꼬와 우동


비깐데 마리스꼬(매운 해물 요리)는 정말 일품이었다. 초고추장 연어 샐러드가 먼저 나왔는데 연어도 싱싱한데다가 새콤달콤해서 간만에  입맛이 확 살아났다.



 둘이 함께 의기투합해서 미션을 수행하다보니,  불완전한 여행이었던 오늘이 장되면서도 가장 뿌듯다.


여행에 있어 관광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결국 사람에 있음을..


낯선 타인이 기꺼이 도와주거서로 인정해주거나 관심과 사랑을 주고 받는 일이 엇보다 더  중요한 요소라는 걸 새삼 느꼈던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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