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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바리우다 Dec 15. 2023

남미여행일기 19

19. 모레노 빙하 미니트레킹

여행 20일 차다.. 10시에 모레노 빙하를 향해 버스가 출발다.

애메랄드빛 호수와 눈 덮힌 산맥을 끼고 미니버스는 달린다. 그러다 길가에 숨어있는 작은 무덤을 보았다. 페루에서 칠레 아르헨티나에 이르기까지 미니 집 모양이 길가에 보이면, 그건 무덤이다.

상대적으로 페루에선 많았고 아르헨티나에서는적었는데.. 그 어디서나 느껴지는 것은 죽음이 완전한 끝이 아니라는 것 같다. 이러한 작은 집은 영혼을 위한 집을 뜻하는 걸까? 언제든 죽은 그의 영혼이 돌아와 잠시 머물다 갈 것치럼  느껴진다.

배를 타고 빙하를 바라보며 사진을 찍다가  강을 사이에 두고 경계에 있는 섬에 도착하니, 영어 가이드가 있었다. 가이드를 따라 가니 그가 환영인사를 하며 주의 사항을 설명해준다.

빙하가 녹아서 위험한 곳이 있으니 함부로 움직이지 말아달라는 것과 빙하를 오를 때는 팽귄처럼 움직이라는 것, 경사진 면에 서지 말라는 것..

빙하로 가는 길에 근처에 있는 암석 부스러기는 띨이라 하는데 손으로 집어보니 먼지처럼 부서진다. 빙하가 녹은 물에 회색인 띨이 섞여있어 물빛이 온통 시멘트를 풀어놓은 것처럼 회색을 띠고 있었다. 빙하에 사는 생물도 있단다. 검은색의 딱정벌레같은 곤충이 발견되는데 빛을 흡수해야해서 검은 색이란다. 크기는 5cm정도(?) 그가 손을 벌려 길이를 알려준다.

오랬동안 눈이 다지고 다져져서 생긴 것이 빙하인데 우리가 서있던 빙하가 400년이 되었을 거라고 하니 이렇게 막 밟아도 되는 건지 두려웠다. 이 푸른 빙하 위에 검게 생체기를 내버리는 우리의 발자국들... 괜찮을까?

빙하 위 걷기



우리는 가이드의 안내를 받으며 모레노 빙하 위를 걷기 시작했다.

빙하는 신비스런 푸른 빛을 띄고 있는데..
군데군데 벌어진 틈 사이로 신비스런 푸른 빛이 새어나온다. 간혹 그 얼음 조각을 들여다보면 맑은 물색에 가까운데 저 빛깔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그에 따르면 빙하 표면이 산화되면서 흰색을 띤다고 한다.


가이드는 앞장서서 걷다가 끝이 뾰족하게 휘어진 망치(?)로 빙하를 깨면서 길을 안내한다. 오르기 힘든 고갯길 같은 데서는 한 사람씩 손을 잡아준다. 그러다가 우리가 다 오르고나면 그는 능선을 걸어 선두에게로 다가와서 다시 인도했다. 빙하는 모서리가 날카롭기에 반드시 장갑을 껴야한다고 한다.


안내하는 가이드
크레바스


빙하의 푸른 빛이 신비스럽게 뿜어 나오는 곳,점점 더 크게 벌어지고 있다.(어디선가 빙하가 부서져 내리는 소리가 쿠쿵하고 들린다.)


1시간 반 정도 빙하트래킹을 하다가 끝무렵에 가이드가 빙하를 깨뜨리더니 와인 잔에 부은 다음 그 위에 위스키를 따라 주었다. 다들 잔을 부여잡고 축하를 나누며 기분좋게 빙하를 넣은 위스키에 젖어들었다.


빙하를 넣은 위스키
다들 빙하 물 맛도 보고..(삼다수처럼 맛있다)


되돌아 오는 길, 빙하가 흐르는 강  근처 어디서나 파이어부시가 지천이다. 꽃이 빨갛게 피어있다. 파이어부시는 강한 바람에도 찢어지지 않고 잘 붙어있도록 꽃봉오리가 단단하다.

파이어부시를 생각하며 다짐하다...
그래~ 누구든, 시련이 거듭될수록 이겨낼 힘도 그만큼 커질거야. 그러니 힘을 내자. 힘을 내자!

4:20분, 되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운전사가 차오 모레노! 를 외치자 모두 한번 모레노를 돌아보았다.


20여 km를 왔는데 빙하도 같이 헤엄쳐 오고 있었다. 그 강물에서 제 몸을 깍아먹으며 사라져가면서도 !!


도도한 탁류로 흐르다가 불순물이 가라앉으며 맑은 애메랄드빛으로 바뀔 때까지 빙하는 흐르고 흐른다.


어쩌면 우리의 영혼도 그렇게 맑아질 때까지 탁류 속을 흐르고 흐르면서 고통을 겪어야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니 매사에 너무 얽매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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