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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바리우다 Dec 15. 2023

남미여행일기 20

20. 피츠로이 산으로...

아침 7시,
오늘은 피츠로이산으로 올라간다. 이제 막 엘 칼라파테 톨게이트를 지나 드넓은 야산을 바라보며 버스는 달리고있다.

길가에 돋아난 노란색 꽃들과 와나코(?)


늘 보이는 초록덤불 위에서 노란색 꽃이 아침을 밝히고 있다. 길가의 꽃들은 불 밝히듯 피어있는데 안쪽의 덤불들은 거멓게 죽어있는 듯이 보인다.


자세히 보니 안쪽은 다른 종이다. 짙은 카키색 키작은 나무 같다. 그외에도 삼각형 덤불들이 온 땅을덮고 있어서 페루에 비하면 황무지가 보이지 않는다.

차소리가 들리자 와나코가  뛰어달아났다.


가도가도 넓은 평지엔 철조망이 쳐있고 그 안에서 야생 와나코(?)가 뛰어다니고 있다. 강물은 살짝 얼은 듯 해서 이곳이 정말 초여름인가? 싶다. 아마  좀더 남극 가까운 곳으로 이동하니까 그런 거 아닐까?



2시간 40분을 달려 엘찰튼에 도착하다. 터미널 화장실을 사용하다. 깨끗하다. 공짜라서 더 좋다.

드디어 산 입구에 도착하다...
피츠로이 방면으로 걷는데 마치 어릿목이나 성판악 코스처럼 완만하게 경사져서 걷기가 쉽다. 남편에게 그 말하니 해발 5000미터가 된다고.. 우리는 중간만 도는 것이라 그렇다고 한다.


산에 피어난 꽃들을 보고 아름답게 휘어져 돌아가는 계곡 사이의 물 줄기를 돌아보며 산을 오르다.... 인생도 이렇게 굽이지며 흘러가고 있다. 그러니 멀리 바라보면, 누구의 인생인들 이렇게 아름답지 않을까...

피츠로이로 가는 길에 바라다 보이는 계곡


그러나 가도가도  피츠로이는  제 모습을 다 보여주지 않는다.

카프리 호수(피츠로이가 희미하게 보인다.)


카프리 호수의 물은 맑았고 바람이 많이 불어 물결이 휘날리며 찰랑이는 소리를 냈다. 호숫가에 앉아 보온병에 담아간 물을 마시며 피츠로이를 바라보았다. 멀리 내다보이는 피츠로이산은 안개에 휘감겨 웅혼한 제 모습을 가리고 있었다.

제 모습을 가리고 있는 피츠로이(빙하가 보인다.)


카프리호수는 피츠로이 산으로향하는 4/10지점에 있었는데 더이상 산을 오를 수는 없었다. 시간이 모자랐던 것이다.

중턱인 카프리 호수를 돌아나오는데는 3시간쯤 걸렸다. 되돌아 오는길에 꽃 사진을 찍느라고 시간이 많이 걸렸다. 다양한 꽃들이 나를 유혹하였고 나는 그 꽃들과 눈맞춤을 하느라 시간이 흘러갔다. 어릴 때 뛰어놀던 성당의 잔디밭처럼 평화로왔다.

피츠로이에서 볼 수 있는 꽃들(노란 실내화를 연상시키는 특이한 꽃은 이곳에서만 볼 수 있었다.)


멀리 산등성이에서 내려다보이는 엘칸테 마을은 작고 아담해 보였다. 남편과 나는 맨처음 내려와 랑쵸그랑데 레스토랑에 자릴잡고 앉았다. 산에서 다른 우리팀들이 내려오려면 시간이 걸릴 터였다.

산에서 내려다 본 엘 찰텐


느긋이 앉아 메뉴판을 보며 메뉴를 고르는데 스튜가 뭔지 모르겠다. 국물 요리아니었던가?인터넷도 안 터졌다.

할 수 없이 계란 프라이가 든 소고기 메뉴를 골르고 샐러드를 하나 시켰다. 런 일들이 노인이 여행하기 힘든 요소 중 하나겠지..


다른 팀이 오려면 두 시간을 더 레스토랑에서 버텨야 한다. 홀 안은 사람들로 꽉 차 있고 우리 팀은 오지 않았다. 음식은 그럭저럭 하였으나 일단 양이 푸짐하였다.
  1시간쯤 지났을까? 부산 아저씨, 아줌마가 들어오고 우리보다 식사를 더 빨리 하고 나갔다.

마지막으로 커피를 시킬까? 하는 찰나에 부산아줌마가 오더니 다들 기다린다는 거다.


 오늘은 4시 귀가라고 해서 버스 출발 시간에 맞추어 버팅기고 홀에 앉아있던 것인데... 자기네가 마지막 등산팀이라고 다들 모였다 한다! 화들짝 놀라 계산을 하러 갔다.


We. Have. To. Hurry~
내 말을 찰떡같이 알아듣고 계산을 끝낸 웨이터가1000페소를 도로 내민다. 팁이라 하니 활짝 웃음 짓는데 입이 귀에 걸렸다.
도대체 어떤 레스토랑에서 팁을 줘야 하는 거지? 생각하면서도 그 표정을 보니 갑자기 나도 행복해졌다.

약속시간 30분 전인 3:30분에 다시 칼라파테로 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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