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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바리우다 Dec 14. 2023

남미여행일기 18

18. 또레스 델 파이네(가이드가 싫어!)

아침 7시, 식사 때에 사건이 있었다. 우리 여행자중 한 부부가 가이드에게 컴플레인을 걸었던 것!
(왜 자기들 방은 부엌이 없냐? 누군 주고 누군 안주냐는 것)이다.
알고보니 부엌과 냉장고가 딸린 방이 일부 팀들에게 제공되었나보다. 그들은 그 곳에서 저녁을해먹고 자기들끼리 파티를 즐겼다고 한다...

가이드는 부엌 딸린 방이 몆개 있어서 팀 별로 대표해서 그 방을 내줬다고 한다. 갑자기 남편의 이름을 대며 모선생님도 부엌없는 방을 줬는데 왜 그러느냐며 아유 내 잘못이지~ 이런 식으로 변명인지 뭔지 모르게 투덜댔다.

그 말을 들으니 기분이 더럽게 나빴다. 상대적으로 아무렇게나 굴려도 되는 취급을 받은 것 같아서다.


생각해보니 그전에 묵었던 방도 프론트 앞이어서 밤에 시끄러웠고 그 다음 장소에서는 다른 사람은 바닷가 뷰여서 아무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되는데 우리는 커튼을 내려서 지내야 하는 방이었다.


그때는 그냥 어쩌다 그렇게 됐으려니 했었는데, 노골적으로 차별받았음을 알게 되니, 기쁘게 즐겨야 할 여행이 기분이 나쁘고 피곤해지기 시작했다.

그러고 보면, 즐겁게 여행을 하자고 나선 이 길도 하나의 약육강식의 사회인가 보다. 그 안에서도 알게 모르게 서열이 지워져서 가이드의 맘에 새겨지는 것일까? 도무지 나는 그녀의 태도가 이해되질 않는다.


그러니까 약삭빠르게 가이드에게 잘 보였거나 힘이 쎄보이는 팀은 먼저 좋은 방을 배정받았던 것이고 상대적으로 무던한 우리같은 사람은 뒷전으로 내동댕이쳐졌던 것 같다. 가이드는 자기 만이 알고 있는 정보와 방을 선택할 권한으로 알게 모르게 자신의  능력을 자랑해왔던 것이고...

지금껏 패키지 여행을 다녔어도 이런 일로 기분 나쁜 적이없었기에 불쑥불쑥 쏫아나오는 불쾌한 기분을 주체할 수가 없다.

같은 돈을 내고 불공평하게 대접받는 것을 좋아할 사람이 있겠는가?

십수 년이 넘도록 가이드를 해온 사람이라면 불공평한것 보다 더 기분 나쁜 것은 없다는 걸 모르지 않을텐데 왜 그럴까? 생각하니 더 화가 났다.

남편은 나중에 적당한 기회를 보고 기분 나쁘지 않게 얘기한다고 했지만 나는 화를 삭히느라 또레스 델파이네로 가는 동안이 죽을 맛이었다.

이빨을 갈며 다시는 인도를 선택하나 봐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속절없이 당했다는 억울함이 차오르기도 하고 기분이 좋아야 할 여행에 별게 다 신경쓰이게 한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가이드인 루가 미워지면서 내 속이 점점 쪼그라들기도 하고 정신마져 뿌옇게 흐려지기도 했다.

그러는 가운데 마음을 잡으려고 뭔가를 끄적이는 내가 스스로 안스러워서 토닥이느라 힘이 들었다...

그러다 드디어 날카롭게 각이 선 또레스델 파이네의 모습이 나타났고 빙하가 녹아흐르는 에메랄드 빛 호수를 보면서 쨍하고 정신이 맑아지고 마음이 다소 잠잠해졌다.


바람이 얼마나 거센지 물방울이 날아와 내 얼굴을 때리는데 또레스 델 파이네를 향하여 수없이 셔터를 누르며 내 잘못이 아니라고, 괜찮다고, 지금 이 순간이 중요하다고 ...


아래 글은 그때그때 정신을 부여잡느라 끄적인 글이다.

정아, 하루 종일 기분을 돌리느라 애쓴 네가 장하다....


지금 우리는 칠레 국경에 속해있는 토레스델 파이네에 간다.  영어 가이드에 따르면 9시간 걸리는 긴 여행이며 여권은 챙겼는지? 과일은 허용되지 않는다고 한다

버스는 아르헨티나의 엘 칼라파테에서 칠레 국경을 향하여 내 달린다.


하늘은 구름이 껴있고 끝없는 평원엔 추수가 끝난듯 비어있다. 나무가 별로 없는 풀덮힌 산들이 평원을 따라 계속 이어지고 있는 이 땅은 거대하다라고 할 밖에...


빛이 따갑게 들어와서 커튼을 내리다.

또레스 델 파이네.. 구름에 가려 좀처럼 모습을 보여 주지 않네


2시간 넘게 버스는 달리고 있다. 약간의 플라밍고와 양떼들 어쩌다 날고있는 콘돌을 보다. 이 외에도 스텝기후인 이 목초지엔 퓨마와 라마 비슷한 야생 동물인 와나코 등이 무리를 이루어산다고 한다. 광활한 풀밭이라고 밖에 달리 표현할 도리가 없다...

10시, 또레스 델 파이네는 아르헨티나 이민국에 도착하여 수속을 밟고 다시 칠레 국경 안으로 건너가야 볼 수 있다 한다.


칠레 이민국은 농산물을 엄격하게 점검한다. 칠레 입국 수속 동안에 우리 중 한팀에서 사과가 걸렸다.


영어가이드가 버스에서 과일은 안된다고 그렇게 안내했는데도 먹어버리지 않고 놔 둔걸 보니, 영어로 하는 말을 못 알아들었나 보다.  벌금이 300달러라는데  설마....?

또레스 델 파이네를 바라보고 앉아있는 사람들
날은 그지 없이 맑은데...


이민국 옆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고 다시 출발하다. 또레스 델 파이네가 잘 보이는 뷰 포인트에서 모두들 열심히 셔터를 눌러댔다. 이 근처에서 자주 보이는 식물은 퐈이어 부쉬, 이 동네에서만 볼 수 있는 키 작은 꼬깔 모양의 사빠띠또 그리고 블랙 부쉬 등이 있다.

퐈이어 부쉬(붉게 타올라서 그렇게 부르는 걸까?)
사바띠또(작은 난장이를 생각케하는 고깔 모양의 꽃, 보다 긴 이름이었는데 기억할 수가 없다...)


멀리서 불꽃 모양의 바위, 또레스 델 파이네를에 눈도장을 찍고 돌아오는 길, 그 길이 피곤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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