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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바리우다 Aug 20. 2022

루르드를 향하여

산티아고순례길

어젯밤 파리 드골 공항에 11:40분에 도착해서 한인택시(80유로)를 타고 몽파르나스역 호텔에 도착, 12:30분 쯤에 체크인을 했다. 키를 받고 들어갔는데 어라 불이 안 켜진다.


 겨우 화장실에 불을 켜고 다시 내려가서 how can i touch on the light? 이라고 웃으며 묻는데 못 알아듣는다. 남편이 전등을 가리키며 light!라고 다시 발음을 하니 그제야 아항, 가르쳐줄게요~ 하며 우리를 따라 2층 계단을 올라가서 검은 전등 아래에 있는 버튼을 누른다.

그러니까 그 아래 버튼은 위에 것이 켜져있지 않으면 작동을 못하는 것이다. 그의 친절에 감사하며.. 밤 2시가 되서야 잠을 청하다.


아침 6시에 몽파르나스역으로 나왔다.

전광판에 루르드가 뜨질 않는다. 이상하다. 할 수 없이 역무원들이 서있는 곳으로 가서 루르드행 표를 보여주며 어디로 가야 하는지를 물었더니 그녀가 바로 옆에 있는 기차를 가리키며 여기서 탄단다.

(나중에 보니 이 열차의 최종 목적지는 루르드가 아니라 Tarbes였던 것. 그래서 전광판을 보아도 알 수 없었던 것이다.)


불어로 그녀는 말하고 나는 더듬거리며 영어로 말하는데 얘기가 통한다^^.

그 덕분에 지금은 편안히 자리에 앉아 루르드로 가고 있다.


우리는 마주보는 좌석인데 젊은이가 커다란 덩치의 개를 데리고 와서 앉아 있다. 겨우 헬로우 한 마디를 했는데 그가 웃으며 헬로우 한다. 시 마주앉는 좌석에선 인사가 필요하다. 영어가 짧아 필요한 것 외에는 말하기가 그렇지만.. 그래도 예전에는 곧잘 떠들었는데 이제는 늙어선지 말문이 안 열린다.


멀리 풍차가 지나고 너른 평야도 지나고 하염없이 기차는 달리는데 해가 뜨기 시작하더니 금방 붉은 기운은 사라지고 황금빛이 들판을 적시고 있다.


루르드로 향하는 길, 나는 무엇을 바라고 가고 있는가? 기도를 하자. 하다보면 알게 되겠지. 신이 나를 그곳에 그 시간에 있게 하는 까닭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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