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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바리우다 Aug 20. 2022

뮌헨 공항에서

산티아고 순례길

지금은 저녁 8:20. G35게이트 근처에서 파리행 비행기를 기다리며 누워있다.

한국서 뮌헨까지 13시간

엉덩이가 아파 몸을 뒤척이며 오다보니 더이상 앉아서 버틸 재간이 없다.


출국 수속만 받으면 끝나는 줄 알았는데 세관이 짐을 뒤적이질 않나 그리고 나면 그냥 갈아타는 줄 알았는데 다시 입국을 위해 검색대에서 등산화까지 벗으며 꼼꼼히 수색당했다.

그래도 기분이 나쁘지 않았던 까닭은 그들의 목소리가 고압적이지 않고 친절했기 때문이다.


G35번 게이트에 누워있으니 중동인처럼 생긴 여자가 있는대로 큰소리로 떠들며 전화를 하는데 그칠줄 모른다. 남편이랑 딸까지 합세를  했는데 30분이 지나도록 시끄럽기 그지없다. 늙은 탓인지 전화하는 상대방 목소리까지 크게 들린다.

좀 조용히 해달라고 했지만 소용없어서 포기하고 자리를 옮겼다. 


타국의 공항에 누워 있어도 불안이나 낯섬이 느껴지지 않는 것은 이곳에 있는 사람들도 모두 나처럼 낯선 방랑자들이고 우리는 그저 거쳐갈 뿐이어서일까?

잠시 거쳐가기 위해 머무르는 이곳, 뮌헨.

살아보니 인생도 잠시 거쳐가는 일 뿐인걸.

그러고보니 뮌헨이 인생이네.

말이 되지 않는데 말이 되는 건 뭐지...


저녁 8시에 창밖을 보니 밝았었는데 지금은 밤이 내렸다.

이제는 사람들이 다 들어차있고 거의 모두 마스크는 하고 있지 않다. 

밤 10시가 되어서 야밤의 파리를 향하여 뮌헨 공항을 떠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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