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장에서 미사 참여
22.08.21 일요일
알베르게 안에서 간단히 아침을 먹고나니 8시가 넘어갔다. 오늘은 생장에서 9km 떨어진 보르다에서 잘 거라 시간이 넉넉하다. 잠시 빈둥거리는데 성당 종소리가 울렸다. 남편이 미사를 안 볼거냐기에 신나서 성당으로 갔다. 그렇게까지 여유가 될까 말을 못 했었는데...
미사는 주로 성가로 이루어졌다. 나이 드신 신부님인데도 목소리가 맑다. 1시간 정도 진행되는 미사를 더러는 따라 노래 부르기도 하고 peace be with you하고 옆 사람과 인사도 했다. 무엇보다 성체를 영하고 나니 마음이 참 편안해진다. 마치 순례를 떠나는 우리를 축복해주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미사 후 드디어 생장을 떠나다. 골목을 다 빠져나가다 보니 첫 안내판이 나온다. 론세스바에스까지 24.5km. 다행히 우리는 9km만 가면 된다.
보슬비가 내렸다. 워낙 알갱이가 작아 괜찮다. 한참을 걸으니 고사리가 보이는데 관목만큼 키가 크다. 야생 산딸기(?)도 지천에 널려있다. 검붉은 딸기는 참 맛도 좋다. 가만히 있어도 자연은 우리에게 이렇게 혜택을 주고 있으니 참 감사하다.
가는 길에 더러 화살표가 표시되어 길잡이가 되어준다. 그또한 감사하다.
오리손까지 몇번이나 쉬면서 납작복숭아도 먹고 물도 마시며 걸었다. 찻길 가장자리를 걷는 것이 돌길보다 더 많다.
오리손에는 많은 차들이 서 있고 밥을 먹는 사람들도 많아서 먹을까 하다가 조금 더가서 우리가 잠잘 보르다에서 먹을 요량으로 부지런히 보르다까지 왔다. 도착하니 1시가 되어가는데 체크인이 2시부터이고 점심은 안된단다.
할 수 없이 짐만 부리고 다시 오리손으로 돌아갔다. 다행히 700m만 떨어진 곳이라 갈 만하다. 오리손에서 간만에 스테이크를 시키는데 한국서 왔냐고 묻더니.. 안녕하세요? 한다. 미소가 지어졌다. 내가 반갑습니다라고 한 것은 알아들었을까? 웰던이라고 시킨 스테이크에서 피가 나왔고 좀 질겼지만 우선 양이 많고 오랜만인지 맛도 좋았다.
밥을 한참 먹는데 남편이 갑자기 유심이 작동한다고 좋아한다. 폰을 열어서 보니 Three폰에서 문자가 왔다. 이제야 가동을 시작하게 했나보다. 와! 드디어 카톡도 검색도 자유롭게 할 수 있다. 그게 그리 반가울줄이야.
보르다로 돌아와 주인장의 긴 설명을 들으며 체크인을 하고 샤워(4분)도 하고 나서 벤치에 앉아 바라다보니 평화가 밀려온다. 피레네 산맥이 참 아름답구나. 이렇게 별 할일 없이 오롯이 앉아있는 것 자체가 신의 축복이다.
가만히 피부를 흔드는 엷은 바람. 작은 풀꽃들. 풀로 뒤덮힌 저 너머의 산들. 하늘을 나는 검은 독수리... 나에게 쉼을 주는 모든 사물들에게 감사한다.
이렇게 감사하는 마음이 절로 올라오는 오늘처럼만 순례가 계속된다면 나는 천국을 걷고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