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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바리우다 Aug 24. 2022

편안한 수비리 호텔(?)

론세스바예스에서 수비리까지

8월 23일 아침 7:45 론세스바예스 출발

           오후 2시 넘어 수비리 도착. 총 22km


아침 7시, 론세스바예스에서 조식을 먹다. 가격은 5유로다. 저렴하면서도 깔끔하다.

아침을 먹고 체크인 사무소가 있는 0층 화장실에서 양치질을 하고 출발하다. 보르다처럼 여기서도 등산화를 신고는 알베르게 안의 침대 칸으로 올라갈 수 없기 때문이다.

헤밍웨이가 머물렀다는 부르게테를 지나가니 멀리 피레네 산맥 끝자락이 보이고 목장에는 소들이 풀을 뜯고 있다. 화창한 가을 날씨 같다. 일기예보는  비를 예고했으나 하늘을 보니 맑고 아름답다랄 밖에.

12km쯤 걷고 나서 비스카레에 있는 레스토랑에서 카페콘레체(카페라떼)를 시켜서 비스킷과 더불어 간식을 즐기고 있는데 카미노 순례자 한 사람이 기타를 치고 멋있게 노래를 부른다. 기타를 보고 제 흥에 겨워 노래를 하는 그가 부럽다. 사진을 찍는 걸 보면 부러운 것은 나만 아닌 듯.

다시 걷고 또 걷는다. 생각해보니 2시에 도착하면 점심을 먹을 수 없다. 그 다음 마을에서는 점심을 먹어야 하는데 갑자기 거친 돌길만 계속 나타나는 것 같다. 한참을 걷다가 나타난 건 트럭 안에서 물건을 파는 아저씨. 그가 얼마나 반갑던지. 바나나와 머핀과 레모네이드로 점심을 떼우고 그에게 스탬프가 있냐고 물으니 순례자 여권에 도장을 찍어준다.

점심을 먹고 다시 걷는다. 걷다가 적당히 다른 팀이 안 오는 지 눈치를 보고 들판에다 실례를 한다. 누구나..

사는 모습이 다 거기서 거기다. 우리는 서로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면서 몇 번이나 부엔까미노를 외치고 서로 들판에다 볼일을 본다.


다만 특이하게도 크록스를 신고서도 걷는 여성이 보여서 (아유 오케이?) 했더니 부엔 까미노를 외친다. 22km나 되는 거리를 그것도 돌덩어리가 뾰족히 돋은 내리막길을 그녀는 잘 걸어왔을까? 발에 붕대를 하고서도 걷는 사람이 있으니까.. 그는 어떻게 내려왔을까?


무슨 바람이 있길래 이렇게 모두 이 길을 걷고 있는 건가? ... 나는 아직 대답을 찾기 못했다.


수비리라는 펫말이 보이자 왜 그리 반갑던지..

바로 잘디코 호텔을 찾아가다.

론세스바예스에서 남편이 콩글리쉬로 시도한 동키 서비스가 제대로 도착하다.

(배낭 딜리버리 수비리!)라고 했는데 찰떡같이 알아챈 론세스바예스 봉사자님 덕분에 제대로 잘디코 호텔까지 와 있다.


오늘 호텔은 일반 가정 집같이 편안하다. 어제 론세스바예스에 비하면 대궐같다. 거실에는 커다란 책상이 있고 우리방 창밖으로는 햇살이 환하게 비친다. 느긋하고 넓은 이 저택(?)에 우리만 들어앉아 빨래는 해서 널고 느긋이 앉아 클래식을 틀어놓다. 넓은 거실 덕분인지 양쪽 창으로 통하는 바람이 시원하다. 가만가만 바람을 느끼며 음악을 듣노라니 창밖에서 비쳐 들어오는 햇살까지 감미롭기 그지 없다. 오~ 감사합니다.

저녁을 먹으러 나가니 작은 동네라 레스토랑이 두 군데 밖에 없다. 결국 식당을 선택하면서 사소한 문제로 말다툼을 하다. 늘 다툼은 사소한 것 때문이지.. 언제 대단한 주제로 다툼이란게 있었나. 기분이 꿀꿀해지다.


게다가 저녁을 먹고 들어와보니 빈방들이 모두 가득차서 아늑했던 분위기는 사라지고 없다. 아하 그래서 인구밀도가 큰 영향을 끼치는 구나. 똑같은 공간인데.. 사람이 더 들어찼을 뿐인데 분위기가 이렇게 달라지다니...


이제 밤은 내리고 밤 10시 반이 넘어가니 술례잡기 하던 애들도 다 집으로 들어갔다.

쉼이 있기에 움직임도 있는 것... 별 탈 없이 잘 걷게 해주심에 감사하며 이제 쉼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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