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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바리우다 Aug 26. 2022

팜플로나... 슬픈 자유

수비리에서 팜플로나까지

8월 24일 수비리 출발~팜플로나 도착 22km(6:50~3시경 도착)


밤새도록 수비리 성당 종소리가 울리다.

아마도 사람이 치지는 않을 테고... 밤 12시엔 12번이 울렸다. 5분 후에 다시 12번. 어찌된 일인지 매 시간마다 두번 씩이나 울렸다. 한 시간마다 깨어나다.

6:50에 수비리 출발, 아직 밝아오기 전이나 작은 마을에 켜진 불들로 어둡지는 않다. 아늑해보이는 그 공간을 벗어나 또 산으로 간다. 마을이 작아 길을 잃지 않아서 다행이다. 한참을 가다보니 거대한 레미콘 공장이 보이고 산티아고 순례자들이 삼삼오오 나타다.

88분에 문화를 느낌에 도착, 그곳이 어느 마을인지 겨우 농가 창고듯 한데 그림이 그려져있고 산티아고 순례길을 응원하듯 여러 나라 말로 표현되어 있다. 우리 말로 (문화를 느낌)이라고 쓴 사람은 무슨 뜻으로 썼을까? 그림을 그리듯 글자를 썼을 터이지만 보는 순간 반가워서 그냥 지나칠 수가 없다.

한참 동안 식사할 곳이 없어 어떤 마을에 들어가 헤매다. 우리 처럼 아침을 먹으려는 다른 나라 사람들도 헤매기는 마찬가지.. 마을에서 나오는 순례객이 있기에 음식을 먹을 곳을 아냐? 고 물었더니 자신도 헤매었는데 한 곳이 문을 닫았다 한다. 먹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구나..


 그게 들판을 지나 막마지에 이르니 차에 음료를 내리는 청년이 있었다. 그에게는 아침 거리는 없었고 쥬스와 커피가 있다며 돈은 기부를 받는다고 한다. 쥬스 2잔을 시켜서 2 유로를 기부했다. 그는 한국인이냐? 고 묻더니 (감사합니다.. 이쪽으로..) 를 말하며 까미노를 잘 순례하라고 나를 위해 종을 쳐주다.  맑은 종소리에 마음이 경해져서 서서 성호를 긋고 감사 인사를 전하다.


저 청년은 차를 몰고와서 하루에 얼마나 벌까? 몇 푼 벌자고 저렇게 아침 일찍부터 나오는 걸까? 아니다. 종을 치는 그의 눈빛이 사 진지한 것으로 보아, 단순한 돈벌이로 생각한다면 못할 짓일 것이다. 순례자를 위해 돕는 다는 생각이 있겠지...


그러고보니 내가 걷는 걸음을 위해서 응원해준 가족, 친척, 친구들, 성당 사람들, 지인들.. 게다가 모르는 저 사람들까지 얼마나 많은가!


나도 걸을 때마다 그들을 위해 기도 한다면 의미있는 순례가 되겠지. 조금이라도...

한참을 길고 긴 계곡을 따라 가다가 다리를 넘어서니 수리아인(zuriain)이라는 마을이 나왔다. 격하게 반가왔다.

그곳에서 모든 순례객이 모여 아침을 먹었다. 버섯요리와 바게트 그리고 커피를. 먹을 수 있음에 그저 감사하다.


보르다에서 부터 만났던 린다네 가족은 엊저녁을 먹는 레스토랑에서 만나 반갑게 인사를 했는데 아침에도 만났었다. 린다의 두 아들과 남편은 오늘 떠난다며 서로 하이파이브를 하며 헤어졌었는데.. 다시 수리아인에서 어머니와 자매를 만난 것이다.


 며칠을 함께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며 인사를 하던 사이라 벌써 정이 들었는지 사진이나 같이 찍을 걸, 할머니와 포옹이라도 하고 헤어질 걸...  하는 아쉬움만 간직한 채 걷고 있었다.


그런데 그런 내 마음이 통했던 것일까? 우리보다 먼저 수리아인을 떠났던 그녀들인데 한참을 가니 린다가 뒤돌아서서 웃고 있다. 같이 사진을 찍자고. 자기네는 산티아고까지 가지 않는다나...

아, 우리 어머니같이 포근한 할머니.. 그 걸음으로 피레네 산맥을 넘어오신 것만 해도 대단했어요. 존경합니다. 이렇게 길게 얘기하고 싶었지만 내가 껴안으며 한 말은 아이 러브 유~ 다. 하기사 그분은 영어를 한 마디도 못한다.


그렇게 말을 몰라도 통하는 마음이란게 있나보다. 멀어지는 고개 끝에 서서 손을 흔들며 혼자 말한다. 영원히 안녕.. 잘 지내세요~



11:10. 냇물에 앉아 발가락을 물 속에 담그고 쉬는데  물소리가 솰솰 흘러 내리고 마음이 편안하다.


오후 3시 넘어 드디어 팜플로나에 도착..

이루나 광장에 앉아 망고 스무디 한잔을 마신다. 드디어 온몸이 지쳐 내린다. 지금은 오후 5시가 넘어가는 시간, 내일은 뿌엔테라레이나까지 행군해야 하는데 벌써부터 걱정이다.


눈이  좀 시리고 아파서 약국에 갔더니 거기서만은 마스크하고 들어오란다. 주저하고 있더니 약사가 문 밖에서 주문하라고 해서 식염수 주세요~ 했더니 엉뚱하게 파스를 권하는 거 아닌가?


 no! eye drop했더니 식염수 한봉과 간단한 눈약을 주며 고르라길래 안약을 사서 넣었더니 한결 편하다.

...

...


유럽에 와서 해보고 싶었던 로망이 레스토랑에서 자유롭게 담배를 피는 것이었다. 죽기 전에 한번쯤은 시도하고 싶었다. 마침 타바라 쓰여진 가게 안으로 들어가 담배를 샀다. 그랬더니 남편이 질색팔색을  하다.


무엇이 그를 그렇게나 흥분하게 하는 건지... 이유는 내 건강때문이라며, 안 하던 짓을 왜 하냐고 성을 내더니...  결국은 서로 다르니 이혼하잔다.


ㅠㅠ 이런 시도는 비난받아야 하는 건가.. 성당 광장에서 담배를 피워 물었다. 초라함과 슬픔이 함께 들이마셔졌다. 어지러움과 메스꺼움도 느껴졌지만 그만두고 싶지 않았다. 


내 자유다. 다른 이의 눈을 의식하지 않고 해보는 자유...


그 때문에 비가 부슬거리는  팜플로나 시내를 우울 속에 걷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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