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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바리우다 Aug 29. 2022

버스를 타고 로그로뇨로

로스 아르꼬스~로그로뇨

22년 8월 28일 일요일(11:20~12시)


로스 아르꼬스는 작은 동네라 버스가 까페 앞에 선다.

11:20분 버스를 타고 출발

버스 안에서는 모두 마스크를 한다 .


11:25. 산솔 도착, 6.9km인데 5분도 안 걸리다.

내 걸음으로는 2시간 걸릴텐데 5분이라니..

편하게 오는 만큼 운치도 없고 자연과의 교감은 더 없다.


아.. 나는 혼자서 걸었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어. 포도나무가, 이름 모를 들꽃이, 말라 죽어가는 엉겅퀴 뿐 아니라 추수가 끝난 노란 들판까지도 내가 잘 걸을 수 있게 빛깔로, 기운으로 말을 걸고 힘을 주고 있었구나...


버스를 타고 보니 뼈저리게 느껴지는 자연의 고마움.

바르고따를 지나 버스가 산길을 오르다.

버스 안에서 보이는 풍경

멀리 평원을 가로 지르는 까미노 순례자가 드문드문 보이고.. 안내 표지판도 반갑게 나타나다


11:43. 비아나 도착

우리보다 다음 마을에서 탔던 순례자가 비아나에서 내린다. 중간에만 잠시 버스를 타고 다시 걷는 것이다. 그 생각은 못 해봤는데...


다음 정거장에 도착해도 기사는 운전만 할뿐 방송이 없다. 다들 알아서 할 만큼 복잡하진 않으니까 그런가 보다.


차는 강을 건너고 로그로뇨 입구(?)로 들어서다. 도시다. 아파트가 많은.. 신흥도시인가? 팜플로나 같은 멋이 없다.


11:58, 드디어 로그로뇨 버스터미널에 도착하다. 조그맣다. 종사하는 사람은 보이지 않고 기계만 보인다.


호텔 체크인이 4시라 할 수 없이 돌아다니다 밥 먹기로 했다. 일요일이라 상가는 문닫았고 레스토랑도 마찬가지다.

로그로뇨 산타마리아 대성당 주변의 카페만 술과 커피를 즐기는 사람들로 가득할 뿐이다. 바자회를 열기도 하네.  


1시에 연다는 중국인 식당을 찾아 길을 헤매다. 구글이 가르쳐 주는 곳으로 18분 걸린다는 거리를 열심히 찾아갔건만, 헤매다보니 힘이 드는데 길을 막아놓고 공사중이다.

아~ 뭘 원하는 대로 먹기가 이리 어려울 줄이야


길에서 어찌해야 할까 서성이니 영어도 모르는 현지인이 다가와서 친절하게 말해준다. 돌아가야 한다고.. 그가 하는 스페인어는 한 마디도 들리지 않았지만, 그가 전달하는 말은 다 알아들었다. 그의 진심을 통해서.. 공손히 절하며 그라시아스!


밥 시간이 지나가고 배는 고프고 할 수 없이 길거리에 있는 카페 피카소를 발견, do u have something to eat? 하니 크로켓다와 깔라마레스를 추천, 무조건 예스하고 먹다.

 깔라마레스는 오징어 비슷한 것을 잘라서 튀기는 요리인듯. 그저 먹을 수 있음에 감사.. 맥주 한잔, 낮술 들어가니 알딸딸하다.


유럽은 어딜가나 카페(바)에 사람들이 북적거리는 걸 보면, 유럽사람들 다 모여서 함께 하는 분위기에 죽고 사나보다.


나는 뭐에 죽고살지?

아직은 알 수가 없다. 죽자고나 좋아하는 게 있음 좋을텐데 .. 잘 살려고, 사회에서 인정받으려고 발버둥을 치다보니 잊어버렸다. 무얼 진짜로 좋아하는 지를..


이 여행에서 그것만이라도 알 수 있길 원한다. 그게 나의 행복의 파랑새일텐데.. 알 수 없으니까.. 안 보이니까 돌아다니는 거다

내 안에 이르는 게 그 길임을 알면서도.


로그로뇨 산타마리아 대 성당

산타마리아 대성당 안으로 들어가 장궤틀에 무릎을 꿇고 잠시 기도하다.



저녁을 먹기 전 동키서비스를 받으려고 프론트에 문의하니, 회사에 전화를 하란다. 알베르게가 아니어서 어떻게 할까 걱정했던 대로다.

그래서.. (난 전화는 있지만 걸 수 없어, 대신 해 줄 수 있을까?)하니 그녀가 전화를 걸고 스페인 말로 쏼라쏼라 하더니 봉투에다 직접 써주면서 낼 아침 8시까지 프론트에 갖다놓으라 한다.  참 친절하다.


저녁을 먹으러 광장으로 갔더니 역시 술 안주 밖에 없다. 하몽 이베리코(Racion de Hamon)와 연어 샐러드를 시켰다. 60이 되어 처음 먹어보는 스페인 대패 돼지살, 하몽이 입안에 살살 녹는다. 고기가 들어가니 배가 부르다. 잘 먹고나니  역시 기분이 좋다.

연어 샐러드와 하몽(Racion de Jamon)


호텔로 돌아가는 길에 또 다른 성당, 성 바르톨로메 성당 문이 열려있다. 혹시나 했더니 일요일 밤 미사라, 기쁜 마음으로 참여하다.

성당 안은 화려하지 않지만 눈물이 마음을 씻기듯, 나를 순수하게 씻어주는 것 같은 뭔가가 느껴지다. 소중하게 성체를 영하다. 인도해주셔서 감사하나이다...


미사를 끝내고 돌아가는 길.. 로그로뇨의 밤이 포근한 어머니 품처럼 다가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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