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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바리우다 Aug 31. 2022

벤또사에서 시루에나까지

마라톤 평원도 아닌데...

22. 8.30.화, 례(걷기) 10일째,

벤또사~시루에나: 25.5km(8시간 걸림)


7:20분 벤또사에서 출발하다. 마을은 아직 잠들어 있는데 그나마 아침을 하는 식당이 있어서 얼마나 감사한 지.. 전날 부실했던 저녁을 보상이라도 하듯 양껏 먹다. 8.9유로


뒤돌아서서 보니 동산 위에 성당만 잘 보이고. 드디어 해가 뜨기 시작..

시골이라 그런지 해 뜨는게 잘 보인다.

 막 태어난 부드러운 햇살이 아침 잠을 깨우듯 포도알을 어루만지고 있다.


우리 동네 동구 밖 같은 마을 어귀를 지나고.. 누군가 길에 돌 케잌을 마련해 두었네. 어느 순례자 부부가 길 위에서 생일을 보냈나보다.


 8:40, 알레손  지나고 레미콘 공장을 거쳐가는데.. 길바닥이 내 어릴 적 시골같다.

산티아고 순례자를 위하여 시를 쓴 이는 ...

그 옛날, 전기가 없던 시절, 윗 마을에서 밤 늦게 졸린 눈을 비비며 쌀밥을 얻어먹고 돌아오던 그 길이 생각났다. 덜커덕 발에  채이는 돌맹이는 얼마나 아팠던지 정신이 번쩍 났었지.. 상념에 젖어 걷는다.


수로가 잘 되어 있어서 포도가 잘 자라는 듯.

가도 가도 포도밭다. 어린 묘목은 통에 영양분을 고루 갖추어 키우나 보다. 포도를 열매 맺을 때까지 농부는 그렇게 세심히 보살피겠지.. 우리의 아이들도 공부에만 힘쓰지 말고 고루 사는 법을 익혀야 튼실한 포도나무처럼 자랄텐데...


10시, 나헤라에 도착. 나헤라는 아파트로 이루어진 도시였다. 붉은 황토(?)산이 인상적인..


산티아고가 590km쯤 남았다. 1/4 좀 더 왔나?



12시, 아소프라에서 점심을 피자와 맥주로 떼우고 12:30 에 시루에나로 향하다.

마치 칼을 내리 꽂은 듯한 이 탑은 무엇인고?


아소프라에서 시루에냐까지 그늘이 없다

등뒤로 뜨거운 태양 빛이 하염없이 내리쬐는 들판을 걷고 또 걷다.

마라톤 평원을 질주하는 것도 아닌데...왜 이리 평원은 힘들까? 그늘이 중요함을 새삼 절감하다.

인생도 마찬가지 아닐까? 그늘이 있어야 생의 찬란함도 느끼고 감사하게 되는 건 아닐런지...


 가다 가다 드디어는 억새인지 갈대인지 길게 늘어선 풀 아래에서 한숨 돌리다.


오후 2시, 드디어 나무 그늘을 발견하다. 드러누우니  파리 욍욍거리고 물소리가 들리 아무튼 좋다.


 나무 사이로 바람이 지나가는 것을 지켜보네... 온세상이 내것만 같구나.


3:20, 까사 빅토리아 펜션에 도착. 알프스 소녀 하이디가 살 것 같은 우리 방에 들다. 그 이름은 론세스바예스^^

안녕~ 론세스.. 언젠가 한번은 머물고 싶던 너였단다. 반가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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