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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바리우다 Sep 01. 2022

빌로리아 데 리오하..파울로 코헬료가 묵었던 숙소..

시루에냐에서 빌로리아 데 리오하까지

22.8.31. 수. 순례11일차(7시간)

7:30 시루에냐 출발

빌로리아 데 리오하 도착 230분


출발 전 알베르게에 가서 아침 먹다. 그때 호주 할머니가 오늘의 날씨를 물었는데 ... 구름이 잔뜩 끼여있다.

낡고 헤어진 종탑에서 제 시간에 종은 울리고


(여보 우리가 할머니께 써니라고 했는데.. 거짓말 했나봐.)

(그럼 구르미라고 해야 했었나? ㅋㅋ) (클라우디가 아니라 구름y~ 예~ 재밌네)

간만에 웃으며 걷는다.


어제, 시루에냐까지는 포도밭 천지였다. 가도가도 포도밭이고 그늘이 없어, 하도 지치길래 남의 포도밭에서 포도 따서 먹며 쉬기도 했었다.


 견물생심.. 기도하다가 멈추고서 훔쳐 먹는 순례라니.. 그때는 예수님 제자들이 밀 이삭을 잘라먹던 성경 귀절에 핑계를 대며 용서하세요~ 했었지. 그랬었는데..


 시루에냐를 넘어서고 나니 거짓말처럼 포도밭이 다 사라졌다.

가도 가도 밀밭이다. 추수후 밀밭을 가라엎은 곳과 그루터기를 남긴 곳이 있어 땅의 색깔이 달라보이다.

끝없이 이어진 밀밭 멀리서 보면 마치 사막에 와 있는 듯 .. 환상적인 아침이다.

저기 어디에선가 여우가 나타나 나를 길들여 줄까 하는 착각에... 묵주의 기도가 자꾸 끊기는..

지나가며 보라고 밀을 남겨 놓았네


걷다보니 산토도밍고 데라 깔사다 순례자 상이 보이고 그 너머로 성인의 이름을 딴 마을이 어렴풋이 나타나다.

산토도밍고 순례자 상을 지나는데 아저씨가 그 길고 긴 오르막을 뛰어 오고 있다.

(유아 똘아이, 그뤠잇!)

남편이 웃으며 혼잣 말을 하기에,  어디 말해봐 했더니 정작 다가오니 하는 말,

(올라~ 부에노스 디아스~)한다.

(부엔 까미노~)

아저씨가 손을 흔들며 지나가다.


다시 등뒤로 햇볕을 받고 걷다가

(걷는 사람들이 없네..)

남편이 아쉬운 듯 말한다. 정말 그렇다.


생장에서 출발할 때,론세스바예스를 넘을 때, 우린 때거지로 움직여 다녔었다. 어제만해도  함께 걷는 할아버지들도 있었는데 오늘은 달랑 둘이서 걷는다. 걷는 재미가 덜하다. 함께 이끌어 주는 힘이 없다고나 할까?

만일 혼자 걸을 생각이라면 공립 알베르게를 추천하리라. 그래야 함께 할 이웃이 생긴다. 이 길을 혼자 걷는다면 그야말로 수행의 길이 될 것이다.


산또 도밍고 데라 깔사다 광장

오전 9시,  산또 도밍고 데라 깔사다 도착.

성당에 들어가 잠시 기도하고 다리에 이르니 산또 도밍고 데라 깔사다 성인을 기리는  집이 보이다.

기념 집에 있는 성인의 모습,  닭은 무슨 관계가 있을까?

성인이 순례자들을 위해서 세웠던 다리는 홍수로 자주 끊어져 다시 세웠다는데 지금은 잡초만 자라고 있다. 전벽해라더니.. 강이 변해서 풀밭이 되었네.

성인이 세웠던 다리 위에 새로운 다리가 세워지고


콩밭에 물을 대는 기계를 보다. 아항~ 수로에서 흐르는 물을 이렇게 빨아들서 관으로 보낸 후 스프링쿨러로 작동하게 하는 구나. 그래서 그 넓은 포도밭도 밀밭도 다 왕성하게 농사를 지을 수 있던 것이구나.


10시, 이제 565km남았다


누군가 해바라기로 십자를 그려놓아서 가는 방향을 알게 해놓다. 10시가 넘어가는데.. 어제보다 공기가 좀 서늘해짐을 느끼다.



이제부터는 해바라기가 연이어 나타나고..


그랴뇽에 도착하여 성당 안으로 들어갔는데 한 쪽에 산또 도밍고 델라 깔사다 성인의 유해(?)가 모셔져있다.


1:30. 레데시아 델 까미노서 점심을 마치고

2:30. 오늘의 목적지, 빌로리아 데 리오하에 도착하여 파울로 코엘가 묵었다는 알베르게로 갔더니 문이 닫혀있다. 에구 어떡하지? 이 숙소에서 자려고 짐을 이곳으로 보냈는데...

 

파울로 코헬료가 묵었던 숙소

걱정을 하며 마을 입구의 알베르게로 갔는데 다행히 그 쪽에 짐이 와 있었다.

수속을 하고 목욕을 하고 나서 만사 편안해진 순간, 프랑스 할아버지가 어디서 왔냐? 고 묻는다.

(꼬레아!)해야 겨우 알아듣더니 열심히 파파고를 돌려 보여주는데 (내 시계 못 봤니?)였다.


어라 이게 무슨 씨나락?

아저씨는 샤워실에서 시계를 잃었다 했고 내가 그 다음 샤워 타자였던 듯.. (no!)하고 대답..  더 설명하거나 물어볼 수가 없다. 그도 영어가 안되고 나도 영어가 짧다. 기분이 영 찜찜해졌다.


다른 일을 하다가 한 시간쯤후,  그가 보이길래 시계 찾았냐고 묻는데 못찾았단다. 에구 어쩌나.. 물건 잃어버린 사람이 더 나쁘다는 생각이 절로 들다. 저 사람은 나를 의심하겠지..  하는 생각에 아니랄 수도 없고 이것 참 꿀꿀하네.


오후 7시, 저녁을 먹으러 오라고 주인이 와서 말해서 나가려는데 프랑스 아저씨가 시계를 찾았다며 보여준다.

알베르게 안의 모습
한글을 발견하고 얼마나 반갑던지~^^

(오! 이 시계, 어디서?)라고 물으니 여기저기 뒤지다가 찾았대나.에구... 그나마 다행이지. 얼굴을 붉히지 않고 저녁을 먹을 수 있으니.


인심좋은 주인 아주머니가 푸짐히 빠에야를 만들어 놓으셨다. 음 씀이 넓은 아주머니를 만나 행복하네^^♡. 식사는 기부로 이루어 지는데.. 부디 흥했으면 좋겠다.



6명이 모여서 식사를 하는데, 나라가 다양하다. 프랑스 할아버지 부부, 캐나다 여성, 영국할아버지, 우리 부부.. 다국어를 구사할 줄 아는 캐나다 처녀 덕에 즐겁게 식사를 마치다.


밤 9시반,

나는 홀로 밖에 나와 앉아서 멀리깜박이는 불빛을 바라본다.

풀벌레 소리만 가득한 지금 이순간..  이 정적 속에서 파울로 코엘를 생각한다. 그는 이곳에서 어 장면을 썼을까? 순례자가 검은 개를 발견하던 그 순간은 아니었을까?

가을이 다가 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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