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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바리우다 Sep 02. 2022

비야 프랑까 가는 길

빌로리아 데 리오하~비야 프랑까 몬떼스 데 오까

 22.9.1.목 순례 12일(7시간)

빌로리아 데 리오하~비야 프랑까 몬떼스 데 오까(20km)


Parada Viloria 알베르게에서 아침 6시에 일어나 세수를 하고 짐을 싼 후 당에 내려가다. 알베르게는 늘 이렇다. 10시에 자고 6시에 일어난다.

어제의 식구들과 빵, 삶은 계란, 우유, 콘프레이크를 먹고 설겆이까지 완료, 7:10분 출발하다. 

숙박에 저녁 및 아침(기부금)까지 해서 50유로를 냈다. 참 고맙고 행복했는데..

빌로리아 데 리오하의 소박한 성당 모습

어제 75세인 프랑스 할아버지네 부부가 우리보고 몇 시에 떠나냐고 묻더니 자기 네는 8시 출발이라던데, 왠 걸 우리보다 일찍 앞서 나간다.

가는 뒷 모습을 보니 짐도 작지 않은데, 70대인 할머니가 꼿꼿한 걸음으로 당당히 걷고 있다.

내 나이 70이면 저처럼 산티아고, 이 길을 걸을 수 있을까? 지금도 짐을 지고서는 힘들 거 같아 빈몸으로 걷고 있는데...


아직 7:30분 밖에 안 됐는데 벌써 도로 공사는 시작하고 있. 이 분야의 사람들은 참 부지런한 것 같다.


잠시 걷고 있자니 프랑스 할아버지가 뒤돌아서 사진 찍길래 돌아보니 해가 뜨고 있다. 오늘은 날이 흐려 잘 보이지 않는다.

해는 구름에 가리고 걷기에 좋은 날씨다.


8시, 삐야 마요르 델 리오 마을을 지나고 9시 넘어 사자가 앉아있는 듯 덩치 큰 돌덩이가 나타나더니 벨로라도라는 마을에 들어서다.

벨로라도 마을 입구


성당 앞에는 강아지를 데리고 온 부인이 앉아있고 다행히 문이 열려있어, 나는 벨로라도 성당 안으로 들어가 기도를 드렸다. 오늘도 이렇게 잘 걸을 수 있으니.. 감사합니다...

예수님 십자가상 밑의 해골은 처음 본다.


벨로라도 마을의 건물은 특별하지 않은 대신 드문드문 벽화를 그려 놓았고, 산티아고 길 표시를 사람들이 기부를 해서 만든 것인지, 손과 발과 서명이 다 다르다.


마을을 빠져나가니 공원이 보이고 벨로라도에서 부르고스까지 46km남았다는 안내가 보이다. 부르고스까지 이틀을 더 가야한다.

특이한 전등과 바베큐 통을 갖춘 공원


걷기 12일째, 11:56분. 또산또스 지나 감 산티아고가 550km 남음



12:30,  에스삐노사 델 까미노 도착,  보카디요와 샹그리아로 점심을 해결하고 비야 쁘랑카로 걷기 시작하다. 늘..  점심을 먹거나, 슈퍼에서 물을 사는데  시간이 많이 든다. 오늘도 생각보다 늦어지는 중..


길을 걷다가 언덕 위에 종탑이 보이길래 개를 끌고가는 할머니께 (저 언덕에 있는 게 교회인가요?) 했더니 씨(그래~) 한다.


덩치 큰 검둥이는 밀밭에서 뒹구는 게 마냥 좋은 듯
동굴 성당


시원한 바람이 분다. 고냉지인가 ?

해바라기도 덜 여물었다. 좀 더 올라가니  아직 꽃핀 상태인 해바라기들도 있다.


해바라기가 왜 해바라기일까?그럴리는 없겠지만, 해가 뜨고 짐에 따라 방향이 바뀌는 걸까?.. 궁금했었다.


그동안 걸으면서 본 바로는 해바라기는 아침에 해뜨는 쪽을 향하여 고개를 돌리고 그 방향으로 줄곧 있다.

러니까 어렸을 때, 해가  떠오르면서 비추는 빛을 향하여 고개를 돌린다는 것이다. 늙어서 열매를 맺은 도 어렸을 때와 같은 방향으로 고개를 숙이고 있다.

사람도 어렸을 때 영향을 크게 받는다. 그 영향이 평생을 갈 수도 있다. 그러니 어린아이들에게 보여야 할 나의 행동이 얼마나 진중해야 할 는지...


일제히 고개를 숙이고 있는 해바라기들은 엄숙하기까지 하다. 나도 저처럼 많은 열매를 맺은 채로 고개 숙이는 사람이 되었으면...


상냥한 사람, 잘 웃는 사람, 호스피스 봉사나 우리 글 가르치는 도우미, 기타 잘 치기, 글 잘 쓰기,잘 걷기, 자기 길 잘 가는아이들  등등.. 큰 열매가 아니어도 이런 것들만 잘 결실을 맺어도 행복하게 늙어갈텐데... 아니 욕심이 많은 건가??


랑까 가는 길엔 오랫만에 나무 숲도 보이고 우리 동네 시골길 같은 도로 옆 샛길 지나다.

다리 옆에는 냇물이 흐르고 저기 보이는 건 미나리는 아닐까?..  갑자기 미나리 데쳐서 초고추장에 팍팍 찍어먹고 싶어졌다.

아,신 김치가 그리운 오늘이다.

비야 프랑까 가는 길


비야 프랑까 성당
비야 프랑까 호텔에서 처음으로 순례자 메뉴를 먹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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