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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바리우다 Sep 04. 2022

아따뿌에르까..ㅜ  내 배낭 ??

비야 프랑까에서 아따뿌에르까 까지

22.9.2.금. 순례 13일차(8:30)

비야 프랑까 몬데스 데 오까~아따뿌에르까(20km)


9.2 아침 7:30, 어제와 공기가 다르다. 확실히 추워졌다. 기온이 4~5도는 더 내려간 듯..


예전엔 도둑이 나타나 순례자의 봇짐을 털었다고..

도둑들이 출몰했다던 산속을 지나고 이 길을 뚫은 기념비인지.. 오르막에 이르니 비석이 보인다.

1936년의 의미는?..        자전거 순례자의 무덤


 태극 마크를 단 사람이 보이다. 반가워서 남편이 불러세우다.(한국 분이신가요?... 자랑스럽습니다!)

그는 올해 60에 뭔가는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산티아고를 걷는다고 했다. 나이도 생각도 나와 비슷하네.. 60이라는 숫자는 인생을 돌아보며 다시 삶을 재 정비하는 나이인가 보다.


8:50, 길을 오르락 내리락하며 걷다. 영국 할아버지가 가파르다고 했던 부분인데 생각만큼 험하지는 않다.



9:17분, 꼭대기를 내려오니 기부 트럭이 보이고 잔잔한 음악이 흐른다. 참 운치가 있다. 멋진 장승들이 서있서 쉬고도 싶지만 패스..  이제14km남았다. 오늘은 빨리 들어갈 듯..


작은 마을이 보이다. 10:30, 2시간 남음

산 후안 데 오르데까 도착 39분.

오르데까에서 쥬스 한잔 3.2유로.

11:10 떠나다. 대체로 휴식 시간은 20분 걸리는 듯.


그 마을의 성당 꼭대기 끝마다 새들이  집을 지어 새끼를 낳아 기르느라고 분주히 왔다갔다하는 모습이 보이다.



11:38분, 큰 나무 그늘 지나가다. 멀리 아헤스가 보인다. 


점심을 아헤스에서 먹는데 벌어진 헤프닝.. 남편이 자주 먹는 보카디요. 대신 색다른 걸 먹는다고 레시오네스를 시키고 보니, 엄청난 고기 술안주 였던 것..

아헤스에 있는 알베르게 바.. 별로 친절..

할 수 없이 둘이서 먹는데 너무 짜서 샹그리아가 모자랄 지경이다. 내가 시킨 보카디요에 나머지 햄과 하몽을 몰아넣고 12:40에 출발, 걸어가다가 마을을 사진 찍는데 이상한 할아버지가 자꾸 자기네 집으로 가잔다. 남편이 무시하라고 해서 그냥 지나가는데 보니 그 집 앞에는 이상한 인형이 앉아있다.

이상한 할아버지네 집

마샬 플레이스가 정확히 뭔지는 모르겠는데 남편에 따르면 동정심을 유도해서 돈을 뜯어낸다고..



드디어 아따뿌레이로 가는 길목에 들어서다. 오늘의 목적지가 얼마 안 남았다. 작은 아스팔트 옆으로 소로가 이어지다.

횡하니 뚫린 풀밭


 횡하니 뚫린 듯한 풀밭인데, 가까이보면 야생화가 평화롭게 하늘을 이고 바람 노래하는 듯 몸을 가볍게 흔들고 있다. 낮아지면 보이는 아름다움..

같은 풀밭인데.. 낮은 자세로 보면 이리도 아름다네



드디어 고인돌인지 석상인지가 보이고..

예전엔 여러사람들이 힘을 합쳐 석상을 세웠다고 그림에 그려져 있다.


이 작은 마을 아따프레이에서 인류의 조상인 원시인이 나왔다고 한다.



그런데 아따뿌에르까에는 남편이 짐을 보낸 공립알베르게가 없! 

다른 팀들은 거기서 다 쉬는 것 같은데.. 공립 알베르게는 2.7km 더 가야한다.

또다른 아따뿌에르도 있나? 나는 불안했지만 안내판에도 있으니..하며 다시 길을 가다. 구글에 의지하며 산길을 오르다.


아따뿌에르까 정상에서 쉬다 2:20. 커다란 십자가와 돌 무덤도 지나고. 누군가 꽃을 꺽어 뿌려놨나 했더니 땅속에서 오로지 꽃만 올라와 있다.

입도 줄기도 보이지 않고 꽃만 올라와 있다.


황량한 정상에도 생명은 살아 숨쉬고..

드디어  갈라지는 갈림길..

아따뿌에르까가 아니라 올모스인데 까미노 길에서 벗어난다. 사람은 아무도 없고..불안해지기 시작

올모스로 가는 길엔 사람이 아무도 없다. 맘 속으로 걱정하며 걸어가다. 이렇게 사람이 없는데 문을 열까? 그래도 가야한다. 배낭을 그곳으로 부쳤으니!!


거친 정상을 지나니, 올모스 지붕들이 보이고..


3:12분, 드디어 우려한 일이 터지다.

올모스 데 아뿌에르 공립 알베르게 문이 닫혀있다! 

난감해하다가 아주머니께 물으니.. 스페인어 하는데 돌아가라는 뜻같아 돌아가보니 바(bar)가 있다.

절망에서 희망으로 바꿔준 천사가 있던 그 바

주인만 영어를 좀 하는데.. 공립 알베르게가 닫혀있다고 물으니 공립알베르게는 9월부터 문이 닫힌다고 한다.

 나는 부친 짐을 찾으려는데. 어째야 좋을 지 모르겠다는 질문을 하는데 내 영어가 짧은 지 자꾸 못 알아듣늗다.

질문이 거듭되니, 그가 일하는데 바쁘다고 해서 밖으로 나오다.


절망스런 순간, 노천카페에 앉은 사람이 보이다.

(Can u speck english?..  A little!) 

다행히 영어를 좀해서 겨우 우리 짐이 어디있는지 물어봐 달라고 파파고를 돌려서 묻다.

그가  안으로 들어가 오랫동안 주인과 얘기를 해서 나오더니, 네 배낭이 이 알베르게에 있다고 쪽지를 준다. 아이고 감사합니다!


지금은 콜라 두 잔을 시키고 바 주인에게 택시 좀 불러달라고 사정해서 택시를 기다리는 중.. 정말 배낭 있는 곳을 찾은 건지는 가봐야 안다ㅠㅠ


택시 타고 다시 아따뿌에르까로 되돌아 오다. 여기 스페인에서는 택시나 버스나 교통 수단 안에서 만큼은 마스크를 쓴다.

3km, 5분쯤 걸렸다. 23.8유로!!

암튼 올모스는 시골인데 바의 주인이 택시를 불러주고 택시가 와서 태워다 준 것만 해도 참 고마운 일이다. 무차스 그라시아스!


우리는 아따푸에르카에 있는 알베르게, 엘 피그리노의 문이 열리길 기다리고 있다

제발 짐이라도 잘 도착됐기를~~

4시 되어 주인과 만나서 물으니

다행히 우리 짐은 엘 그리노에 있었다^^


그리고 배낭 안에는 트랜스포트 회사의 경고가 쓰여있었다. 전화로 예약하지 않으면 더이상 서비스는 없다고!


오늘 알베르게는 5인실(1인당 11유로),

폴란드인 바이올리니스트와 한 실에서 자게 되다.


말하다가 그가 왜 걷는냐고 묻는다. 자기는 silence! 고요를 위해서 걷는다고. 그 속에서 영혼을 울리는 신의 소리를 원한다고.

하루 종일 부산을 떨던 내게 묘한 충격으로. 다가오다.

그의 짧은 영어 설명에도 불구하고 그가 얼마나 진지하게 걷고 있는 지 잘 알수 있을 것 같다... 



별일 없이 쉽게 도착할 줄 알았던 아따푸에르..

짐을 부치지 않으면 별탈이 없을텐데. 내일부르고스 시내 걸어가야 한다. 내일은 어떤 난관이 기다리고 있을런지...



그래도 오늘 겪다보니 느낀 것.. 죽으라는 법은 없다. 신이 천사를 보내준다는 것!


오늘 우리의 문제를 해결해 준 초록 옷 입은 남자 천사 컵을 비우고 막 가려던 참이었다.

내가 질문을 더이상 못하고 밖으로 나오게 된 바로 그 순간, 절묘하게 그때 그 자리에 마주치게 한 것은 신의 뜻이었으리라.

그래서 심성이 착한 그가 그렇게 애를 써서 나를 도왔으리라.


나도 어느 때인가는 신의 천사가 되야 한다는 걸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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