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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바리우다 Sep 05. 2022

부르고스..호스텔이 대체 뭐 길래!

아따뿌에르카에서 부르고스로


22.9.3.토. 순례 14일차(8시간)

아따뿌에르카에서 부르고스로(20km)


아침 6:50 출발, 오늘은 카페 문을 여는데가 없으니 그냥 가야한다. 다행히 납작 복숭아 2개가 남아있다. 과자도..


어제 배낭 사건이 큰데다, 경고까지 들어서 오늘은 배낭을 지고 20km 가야한다. 이렇게 오래 지고 가기는 처음이다.


언덕이  힘들다. 어제 갔던 길을 또 오르고 있다. 십자가가 보이다. 멀직이서 돌맹이 하나를 주워들고 나도 십자가 아래에 쌓는다.


(한국에서 가져 왔어야지!)

(뭘~ 뒹구는 돌맹이를 한곳에 모아주는 것도 좋잖아~)


아침 해가 도시를 비추고 들판의 풀들이 깨어나고 있다.


처음 알았다. 도시  얼굴 붉게 물들일 수 있다는 것을.. 모르는 서양 순례객이 뒤돌아 서더니 나를 보고 미소 지으며 뷰티풀~ 한다.

멀리 부르고스가 분홍 빛으로 물들어 있다.


멀리 보이는 직선길이 아니라 돌아가도록 되어 있다


배고픈 순례객은 야생딸기를 따고..


갑자기 태극기가 보여 넘 반갑다. 저 알베르게는 어떨까?


들판을 지나고 나니 지리한 공항부지가 이어지다. 출입금지를 알리는 철조망 옆 길따라 걷고 또 걷고..



11:40 부르고스 시내에 오다. 부르고스는 삭막한 공장 도시같다.



(bar), 에스뗄라 담에서 쥬스 마시며 화장실을 보고 12:30되서 중국 뷔페에 오다. 

야호~ 오늘이야 말로 계획대로 착착 되나부다.

음식을 다 먹지 않으면 벌금을 문다고 남편이 강조하다.

남편이 회를 시켜서 먹는데, 회 중 하나가 시원치 않다. 한 조각은 먹고 나머지 한 조각을  종업원에게 it is not  good! 하면서 가져가라고 내밀다.

그랬더니 싫은 소리 했다고 남편이 나한테 성질을 부다. 

뭐하러 여기 왔던..

오랜만에 한식 대 맛있게 먹으려고 중국식 부페에 왔는데, 남편이 기분 나쁘게 하네.. 


그래도 어찌어찌 식사를 잘 마치고 구글지도를 따라 베자나 호스텔에 도착했다.

베자나 호스텔 주변에서 데모가 열리고..


엉? 호텔이 왜 이러지? 간판이며 출입구는 어디에 있는 거야?


나는 호스텔이 그저 작은 호텔인 줄 알았다.


2시 전에 도착해서 겨우 베자나 호스텔을 찾았데 대문이 잠겨있다. 보니까 빌딩 중 일부만 베자나 호스텔인데 아무리 벨을 눌러도 응답이 없다.


급 당황스런 상황이라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영어를 할 줄 아냐고 물었다. 어떤 사람은 되는데 스페인어가 안 되서 그 옆에 붙어있는 안내를 읽어줄 수가 없단다. 몇 사람 건너 겨우 되는 사람을 만나 상황을 말하고 호스텔 주인에게 연락 좀 해달라고 했다.


 가족이 모두 서서 우리를 위해 벨도 눌러주고 전화도 걸어주었는데 주인과는 연락이 안 되었다.

 대신 다행히 같은 빌딩의 다른 호스텔 주인에게 연락해서 문을 열고 들어다. 그래도 호스텔이 있는 건물 안 까지는 들어온 것이다.


문이 잠긴 데서 서있는 공포라니!!

아까는 멘붕이었다. 이제 정신이 좀 들고..


빌딩 안의 계단에 앉아 호스텔과 연락할 방법을 찾아보다. 예약 상황에 메시지 보내기가 있어, 우리 말을 파파고로 번역한 후 문자를 보내니, (장례식이야) 라고 답장이 왔다.


이건 또 뭐지? 농담인가? 하는데 또 다른 답장에 (5분 후면 끝장이야) 란다.


 끝장이라니? 끝난다는 뜻인가? 아니면 끝장을 보겠다는 뜻인가? 이게 사기는 아니겠지? 설마...


현재, 2:30분을 넘어서는 시각, 우리는 호스텔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이미 예약되었기에 딴데로 갈 수도 없다. 좀 더 기다릴 밖에... 2:50쯤 되서 몇명의 노인이 몰려오다.


(혹시 베자나에 묵으시나요?) 맞단다.

그 순간 안심이 되었다.  그 전까지는 옆에 있는 해피 호스텔 손님만 드나들었던 것이다.

사기는 아니군...


( 호스텔 메니저를 아세요?) 안다며 전화를 하라고 한다. 전화할 수 없다고 했더니 자기가 해준단다.


어머나 친절한 신사시구나. 전화 연결을 하는 순간 뚱뚱한 남자가 문을 열고 들어오더니 자기가 주인이란다.


아휴 국 같았으면 벌써 불만을 털어놓았을 텐데 내가 한 말은 고작 whats problem with u?였다. 그나마도 못 알아듣는다. 그래도 어쩌랴 스페인어 못하는 내가 참아야지.


아마도 우리가 왔던 그 시간에 장례식이 있었던 듯 ...


오늘 사건을 통해,

낯선 곳에서 말 못하는 고통이 어떤 것인지.. 글을 읽을 수 없다는 것이 어떤 공포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지 알게 되었다.


그리고 어디서나 어떻게든 선의로 도와주려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들이 문제를 해결해 주든 아니든, 그냥 돕는 행동 만으로도  마음이 가라앉고 밀고 나갈 힘이 되더라는 것도..


그러니 어디서나 곤경에 처한 사람을 보면 먼저 도와주자. 이미 알고 있었지만 실제 곤란한 처지를 겪어 봄으로써 좀더 배려하는 사람이 되라는 뜻은 아닐런지...



호스텔 주변의 주택가.. 역시 주차 문제가 있군.


호스텔 주변의 다리에서 본 냇가



것이 끝은 아니었다...

 스페인 호스텔을 이용하려면, 호스텔 방문을 잠그기 전에 열쇠로 잠근 문을 여는 방법을 미리 연습해 볼 것을  권하고 싶다.


우리처럼 저녁 먹고 돌아와 아무리 열쇠로 돌려도 열리지 않는 문 때문에 애를 먹지 않으려면 말이다.


열려라 참깨 대신 어쩔 수 없이 이웃 방문을 두드리며 도와달라고 할 수도 있다.


게다가 출입에 필요한 열쇠가 세개나 되는 데야 말해 무엇하리.


부르고스 대성당
대성당 종이 울리고.. 미사보는 사람들
만신창이가 된 순례자와 함께, 첨탑에는 새가 앉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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