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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바리우다 Sep 06. 2022

시외버스를 타고 빌바오로

구겐하임은 날아가고

22.9.4.일 (15일차 )10:30~5:00

     (부르고스~빌바오 왕복)


부르고스 2틀째라 구겐하임 미술관에 가기로 했다.

부르고스 대성당에서 10분쯤 걸어가니 시외버스정류장이다.

부르고스 버스 정류장과 버스 타는 곳


정류장에서 표를 사려는데 역시 기계 밖에 없다.

게다가 스페인어다! 어떡하지? 찾아보니 영어가 있다. 알사(alsa) 버스 티켓 사기를 클릭, 인원,이름을 넣다.


이게 뭐지?

Documento에 걸려.. 한참을 헤매다  물어보니 주민번호 같은 것을 넣어야 된다고! 그러나 여권번호 숫자와 문자를 다 넣어도 안되는데.. 나중에야 <다른 나라>를 선택해야 다음 단계로 가능!


[*시외버스 타는 방법]

1. 자동 판매기에서 영어로 변경

2. 이름과 성을 적어넣기

3. Documento가 나오면 다른 나라를 선택후, 여권번호. 아무 번호나 쳐도 됨

4. 카드는 잘 안되니 cash를 선택, 돈을 넣으면 표 나옴

5. 정류장에서 반드시 맞는 노선에 섰는지 물어볼 것

알사 버스 티켓을 끊는 것은 여러사람이 어려운 듯..
빌바오~부르고스행 버스 티켓(개인 정보가..)


버스를 타는데 내 이름을 적어넣다니.. 적어도 빌바오를 가려면 내 이름과 주민번호를 넣어서 신원이 확인되야 한다는 얘기다. 거꾸로 올때도 마찬가지..희한하다.


돈은 현금과 카드가 가능한데.. 시간이 얼마 안 남다. 1,10,20 유로만 가능해서 돈을 밀어넣다가 한번 실패, 다시 처음부터 하느라고 간이 쪼그라드는 것 같다. 다시 시도해서 겨우 버스 표 두장을 얻어내다.


10:30 빌바오 가는 버스를 타다

티켓에 버스는 2번이라 표시되있으나 혹시나 해서 물어보니 1번에서 탄다고.


11:38. 거친 산맥이 보이고 터널을 지나고 좀 더가니, 미란다데 에브로(miranda de evro)라는 도시에 도착.


버스에 타려면, 운전사가 일일이 이름을 확인하며 인쇄물에 동그라미 표시를 한다. 그 부분은 전산화가 안된 듯.. 다시 사람들이 차에 오르고...


구겐하임으로 가는 길


길에서 왔다갔다 긴 시간을 보낸 것 같다.

빌바오 버스 정류장에서 구겐하임 미술관으로, 미술관에서  점찍듯 사진을 찍고 빌바오 버스 정류장으로 다시 돌아왔다.

구겐하임 미술관

똥개 훈련하는 것도 아니고 이건 뭐하자는 일인지... 화가 잔뜩 났다.



12:30 넘어서 빌바오에 도착했는데 돌아가는 버스 표를 미리 사야한다며 남편이 설레발을 쳤다. 그래서 어디서 예약할 수 있는 지 information center에 가서 물어보는데 그걸 물어본다고 남편이 급 짜증을 부리며 버스 티켓을 끊는 기계로 갔다.


그런데 기계에 떠 있는 부르고스행 버스 시간표는 오후 2:30분 한 대 밖에 없는 거다.

세상에나! 오자마자 얼마 안되서 가야 하다니..,

 나는 다시 정보 센터에 가서 묻고 싶은데 지체할 시간이 없다며 빨리 가자고 앞장 서서 걸어가 버린다.


여행을 떠나면 더 잘 싸운다고 누가 그러더니 이건 싸울 정도가 아니라 같이 살아야 되는 지를 고민해야 되는거 아닌가?

나의 의견을 이렇게 무시하는데..

 생각이 치밀어  오르는데, 길치인 내가 어쩌랴. 뒤따라 갈 수밖에...


결국 예매했던 미술관 표는 날가고 구겐하임은 껍데기만 보고 다시 빌바오 버스 정류장으로 돌아왔다.

빌바오 버스 정류장


그런데 다시 버스 티켓을 끊는데 보니까, 2:30 버스만 있는 건 아니었던 것!

그 뒤로도 있었는데 기계에는 안 떴던 모양이다.


(그러게 내가 물어본다고 했을 때, 그냥 참고 좀 기다리면 됐잖아! 관람 티켓만 날려버리고 이게 뭐야~)


(미안하네.. 미안해!)


내 의견을 묵살해 버렸는 것이 무엇보다 기분이 나빠서, 성의 없는 남편이 사과로는 화가 풀리지 않았다.  



3시에 다시 빌바오에서 부르고스로 떠다.

부르고스 시내로 돌아오는 길


그러고나니 하루가 그냥 피곤하기만 한데.. 남편이 미안한 지,  빨래방에서 마무리는 자기가 할테니 성당갔다 오라고 권했다.


 미사를 보면서 생각해보니..


순례 계획을 짜고, 매번 어디까지 갈 건지 정하고, 숙소를 알아보고, 필요한 물건을 사고, 혼자서 짐을 지고 걷고... 나보다 애쓰는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러니 너무 꽁하고 마음에 두지 말자. 이번 경험으로 그도 좀 달리 생각되는 게 있겠지.


마음이 맑아져서 성당을 나다. 

성당 앞에 구걸하는 여인이 앉아있다.  깡통에 동전을 넣으며 미소 지으니, 그녀도 미소로 받으며 감사를 전한다.


그래.. 그만하면 좋은 경험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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