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르고스~오르니요스 델 까미노
22.9.5.월(순례16일차, 6:40분)
부르고스~오르니요스 델 까미노(22km)
아침 7시,드디어 이틀 묵었던 호스텔을 떠나 까미노 길을 따라 가다가 문을 연 카페에서 조식을 먹는데, 한국인 부부를 만나다.
그분들은 LA에서 왔는데 우리보다 나이 많은 언니, 오빠셨다. 해외 여행 경험도 많고, 밝고 친절한 사람들을 만나 아침 식사가 즐거워지다.
10:40. 따르다요스에서 쥬스 한잔을 마시고 쉬다.
작은 마을인 라베 데 깔사다스는 별 특징이 없는 마을인데, 그림을 그려 눈을 머물게 하다.
11:45분, 라스 깔사다스에서 할머니 한 분이 자꾸 순례자들을 부른다. 나와 눈이 마주치자 (스탬프!)하시길래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가서보니 할머니는 산티아고로 가는 순례자들에게 기적의 패인 목걸이를 걸어 주시며 축복하는 것이었다.
나는 그분의 스페인어를 알아들을 수 없었으나 내 앞의 부인은 눈물을 글썽였으며 그녀의 진지한 눈빛 만으로도 감동이 일었다.
드디어 그분이 내 팔을 잡고서 간단한 축복의 말을 할 때, 그 분의 따뜻하고도 힘찬 기운이 나를 깨우는 것 같았다.
따뜻한 눈빛으로 순례자들에게 하도 열심히 말하셔서 기부할 새도 없이 목걸이만 받고서 (그라시아스!)
아침부터 나와서 늘 새로운 사람들을 맞이하는 저 분의 열정은 어디에서 온 것일까?
내게는 왜 그런 열정이 없는 것일까?
나도 예전에는.. 적어도 한 때는 우리의 아이들, 우리나라의 교육을 위해서라면 죽어도 좋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그런 마음은 어느 샌가 퇴색되어 갔는데.. 일상의 반복되는 패턴, 모든 교육 행위에 있어 문서를 강조하는 방식 등 학교 현장의 삭막함이 나를 그렇게 만들었다고 생각했다. 그게 가장 큰 이유라고...
그런데 이제 학교를 떠난 지금에도 그런 탓을 하는 것은 비겁하지 않나?
왜 열정을 상실해 버렸을까?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한참을.. 바람의 언덕을 걸어가다.
추수가 끝난 밀밭과 얕은 풀만 보이는 황량한 들판이 끝없이 이어지고 그저 바람만 휘돌면서 풍차의 바퀴살을 돌리고 있다.
멀리 홀로 걸어가는 순례자를 바라보며
생각을 비우려 애써본다.
비울래야 비워지지 않는 이 마음..
바람아 너는 어디서 왔는가?
이 큰 언덕을 휘돌며 무엇을 노래하는가?
나는 어디에서 생겨났는가?
왜..?
나는 또 어디로 흘러가는가?
...
등으로 쏟아지는 햇볕은 며칠 전보다 순해지고, 어느 샌가 가을이 다가와 있구나.
드디어 1:40분쯤 마을에 도착, 식당에서 빠에야를 사 먹고, 빨래를 하고 ...오늘은 별탈 없이 짐도 잘 도착했다. 인터넷이 잘 안되어 하릴없이 늘어지게 쉬는 날..
미팅포인트 알베르게는 이름에 걸맞게
프랑스, 독일, 한국인 등 20여명 넘게 모였다.
그러나 사람이 너무 많은 탓인지 식사를 하는데 통성명이 없이 자기네 나라끼리 모여서 말하며 먹으니 맛이 별로였다.
그나마 카페에서 만난 한국인 부부와 얘기하며 식사를 마치다.
밤이 깊어지기 전에 일찌감치 자리에 눕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