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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바리우다 Sep 09. 2022

단조로운 길.. 까리온 데 로스 꼰데스

프로미스타~까리온 데 로스 꼰데스

22.9.8.목(순례19일차, 5:30)

프로미스타~까리온 데 로스 꼰데스(19km)



아침 7시, 새소리가 요란하여 쳐다보니, 플라타너스 나무에 한 가족이 가득 앉아있다.
초라했던 프로미스타, 안녕~

프로미스타 상징
성 마르틴 프로미스타 대성당



8:40, 한 시간 넘게 걷다보니 두 갈래로 갈라진 까미노  나오다.


 갈라진 길을 선택하는데.. 닌자가 그걸 추천해서 선택했냐고 묻다가 싸.

오늘은 도로를 따라 더 단조로운 길을 걷는다.


(내가 다 알아서 지도 보고 가는데, 그냥 따라 와~ 자신 있으면 니가 알아서 가든가..)


그 말에 자존심이 좀 상했는 지 기분이 나빠지다.

큰 손이 보이다(손으로 한 대 쥐어박고 싶네)


기분 좋은 일이 없을 땐 어떻게 해야 하나?
억지로 기분을 돌려야 하나?
아니다..
그저 내가 지금 기분이 나빠졌구나..

나를 인정해주고 알아주는 것이 먼저 필요하다.


누가 지금의 나를 알아주겠는가?
나를 기분 나쁘게 한 저 사람도 잘 모를텐데.
그러니
내가 나를 인정해 주자
그래.. 지금 네가 기분이 안 좋구나
그리곤 조용히 나를 바라보며 걷는 것이다.


다른 어떤 사물도,누구도, 아닌 나를..

스스로 돌보면 되겠지.


한참 걷고나니 기분이 좋아지다.

Revenga de campos에서 쥬스를 마시고 화장실에 들르다. 길을 걷는 동안, 어제 못지 않게 갈 수 있는 카페가 별로 없다. 여차하면 다른 팀이 가까와지기 전에 풀밭에라도.. 가야한다.


지나는 길에 보니 왕포도와 꽃 사과가 보이고..


어제 보다 더 단조롭고 지리한 길을 하염없이

걷는다.

해바라기 밭에 서 있는 십자가
간만에 흙벽인 집이 반갑고



오늘도 걷는다 마는 정처없는 이 발~길...


지금껏, 인생 60이 되도록 살아오는 동안에

기쁘고 달콤하고 가슴 설레거나 뭔가 새롭거나 생기있는 순간이 얼마나 많았었나?


그보다 지리멸렬한 일상이 더 많지 않았던가!


길도 마찬가지이다.


늘 새롭고 생기 넘치거나 아름다운 풍광으로 가슴 설레기를 기대하는 것 자체가 무리다.


드디어 까리온 데 로스 꼰데스 간판이 보이고

목표 지점이 1km 남았다는 펫말이 보이다.



까리온 데 로스 꼰데스 산타 마리아 성당 앞


12:30 도착여 점심을 먹고, 2시에 예약했던 comfort suites 호스텔에 공항 검색대 같은 수속을 밟고 방에들어서다.


하늘이 보이는 방.. 밤엔 별도 보일 듯 ^^


난생 처음 하늘이 보이는 깨끗한 옥탑 방에서 내일부터 이어질 순례 계획을 세우는 지금인데..


그래도 가는 길이 오늘 보다는 좋았으면..

17km까지는 마을도 없다는데..

하다 못해 나무 숲이 아니면 풀숲이라도 짙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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