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rcianos del real camino
22.9.10.토(순례21일차, 7시간)
Terradillos de losTemplarios
~Bercianos del real camino(베르시아노스)(23km)
오늘은 추석날, 6:50분, 떼라디요스 알베르게를 나오려는데 프랑스 할아버지가 지금은 어둡다고 랜턴을 키고 가라고 해서 랜턴을 키다.
며칠 전보다 싸늘한 게 좀 있으면 바람막이 만으로는 모자랄 듯 하다. 그렇다고 해서 도톰한 긴팔을 입을 수도 없다.
한 낮이 되면 햇볕이 쨍쨍이라 그늘 없으면 걷기도 힘들다.
랜턴을 켜고 걷는데 달이 보이다. 달은 점점 져가고 해는 떠오르는데 ..
어제는 6인실 알베르게에서 잤다.
마침 독일에 사시는 한국인 할아버지 두 분을 만나 내심 기뻤다. 남편은 반가운 마음에 다음 날 알베르게도 같은 데로 함께 예약해 드렸다. 그러나 반가움도 잠시.. 그 분들은 낮부터 드러눕더니 화장실 문도 살살 닫으라며 한 소리 한다.
오후 7시, 저녁식사에 함께 하겠냐고 묻는데 속이 안 좋아 나중에 먹는다고. 함께 할 기대는 깨지고..
20대때 월남 파병후 독일 광부로 와서 70평생을 사셨으면 유연해질 법도 하건만, 꼰대스럽다.
저녁식사후 알베르게 안에 6명이 모이고 보니 70세인 멕시코 할아버지, 67세인 프랑스 할아버지, 우리 부부, 70대인 독일 거주 한국 할아버지들.
그 중 프랑스 할아버지가 가장 사교적으로 말이 많고 멕시코 할아버지는 진심어린 얘기를 하며 한국 할아버지들은 과묵하여 말이 없고 체력적으로도 힘들어 해서 안타까웠다.
그게 사람의 성격 차일지, 나라에 따라 다른 것인지는 알 수 없으나 유럽인에 비해 언어가 딸리는 데야 도리가 없지.
나도 유럽인들처럼 내 기분과 상관없이 명랑한 척 얘기를 많이 하고 싶지만, 그게 내가 아닌 걸 어쩌랴.. 그래서 한국 할배가 더 안타까운 건지도 모르겠다.
오후 2:30분, 베르시아노스에 있는 perala 알베르게 잔디밭에 앉아 빵과 맥주로 점심을 떼우다.
싱그러운 바람이 불고 햇볕은 따가운데 각 국에서 몰려온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얘기 꽃을 피우다. 말이 짧은 나는 그 어디에도 속할 수 없다. 빨래나 널 뿐...
암튼 많은 사람이 모인 알베르게에 가면 어쩔 수 없이 소외되는 게 있다.
밤 9:30분, 고향에서와 같은 보름달은 다시 떠오르는데... 순례자들은 방으로 사라지고 풀벌레 소리만 가을 들녁에 울려 퍼지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