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온~산 마르틴 델 까미노
22.9.13.화(순례24일차, 7:30소요)
레온~산 마르틴 델 까미노(25km)
이른 아침 6:20분 호텔, 페르디난도 1세를 떠나다. 대성당 근처라 위치가 참 좋았었다.
레온 왕궁인가? 현재는 파라도르 호텔로 바뀐 곳을 지나다. 화무 십일홍은 아닐 지라도 부귀영화가 계속 되기는 쉬운 일은 아닌 듯...
비가 오다. 어제보다 더 억세게 쏟아진다. 걸을 수 없어 남의 지붕 밑에서 하염없이 거리를 바라보며 비를 피하다. 우비를 입고서도 걸을 수가 없다. 잠시 기다릴 밖에...
인생에서 예기치 않게 비를 만나던 순간이 얼마나 많았던가? 대학교 4학년때 갑자기 암으로 아버지가 돌아가신 일, 대학원을 중도에 그만두고 발령받아야 했던 일, 아이를 낳자마자 아프던 일... 크고 작은 많은 일들을 겪었었는데 이 비 쯤이야 잘 지나가겠지.
레온의 끝자락에 있는 레스토랑에서 아침을 먹고 나오는데 비가 더 거세지다.
가다서다 가다 서다를 반복하는 이 순간..
예전의 힘듬은 추억이 되서 희미한 무늬만 남았다면 내가 지금 겪는 일은 별것 아니어도 크게 다가오네.
다시 남의집 지붕에서 비를 피하다가 걸으니 특이한 성당에 도착하다.
La Virgen del Camino 1505 성모 발현 성당..
다행히 성당 문이 열려 있어서 기도하고 촛불키고 나오니 마음이 편안하게 가라앉는다. 어제의 불편함도 사라지고...
단순한 길.,
비와 바람을 느끼며 걷다.
비가 계속 오락가락하다. 억수같이 내리기도 하는데.. 무거운 구름이 지나가면 세게 그렇지 않으면 약하게.. 드물게 햇살도 보이고.. 무슨 인생살이를 보여주는 지..
그래도 3시에 La huella 알베르게에 도착, 씻고나니 만사가 다 좋다.
시골에 갈수록 좋은 알베르게를 고르는 게 중요하다.
그날의 삶을 더 편안하고 즐겁게 마무리해 주느냐 아니냐를 결정짓는데 알베르게가 큰 역할을 한다.
친절한 주인, 깨끗한 환경, 맛있는 저녁식사..
덕분에 어제의 불편함도, 오늘의 비도 모두 다 편안한 저녁으로 녹아들었다.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