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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바리우다 Sep 14. 2022

레온으로 들어갔는데...

렐리에고스~레온

22.9.12.월(순례23일차, 7시간)

렐리에고스~레온(25km)


오늘은 레온으로 들어가는 날. 헤수스 아저씨는 이미 떠나고 없다.

아침 6:40에 렐리에고스를  첫 마을, mansilla de las mulas에 크로와상에 커피로 아침을 떼우다.


오늘도 걷는 길이 단하다.

을 보다가 막 부풀어 오른 엉겅퀴 씨앗에 눈이 간다.

이제 떠나야 할 시간.. 바람이 조금만 불어오면 어디론가 날아가겠지.

엉겅퀴가 씨가 되어 날아갈 준비를 하고 있다

저렇게 가볍게 떠날 수 있다면 좋으련만..



사초과인 풀도 커서 눈 앞에 어른어른..가을이다


나는 걷다가 죽고 싶어. 침대에 누워있다 죽고싶지 않아...)

허벅지 수술을 하고서도 이 길을 걷는다고 하면서 해수스 할아버지가 했던 말이 자꾸 생각나다.


 순례를 하면서 걷던 길가의 무덤들이 꽤 많았었지. 그들도 아저씨 말처럼 걷다가 죽는 게 행복했을까? 그래서 그 가족들은 길가에 작은 무덤들을 만들어 주는 것일까? 나는 그저 어쩌다 사고로 죽었나보다 생각했었다.


그렇담 나는 어떻게 죽음을 맞이하고 싶을까? ... 아직은 모르겠다. 아직은.. 젊은 것인가?

순례길의 무덤들


11:10 아르까 우헤하의 플라타너스 그늘 밑에서 쉬다. 땡볕을 등 뒤에 받고 걸어오다 쉴 수 있음에 감사해하면서..

아르까 우헤야 마을.                                무화과    

11:43. 아르까 우헤아의 바에서 음악을 들으며 깔리무쵸를 마시고 있는데  순례객 부부가 먹어보라며 무화과를 가져주다. 어디나 정이 많은 사람은 있구나.. 단순히 무화가 한 개일 뿐인데  생기가 돌고..



레온으로 들어서는 초입.                 달달했던 문어요리


1시가 좀 넘어 레온에 도착해서 호텔에 짐을 풀고 밥으로 문어 요리를 먹을 때까진 모든 게 괜찮았다.


분수가 있는 레온 중심가


근데 유심 칩을 교체하려고 구글에 검색을 해서 찾아가는데 비가 내렸다. 그래도 보다폰 매장을 어찌어찌 찾아갔는데 직원이 스페인어로 뭐라 한다.


할 수 없이 유심도 꺼내 보여주고 영어로 교체해야 한다는 말도 해 봐도 소통이 안 된다. 결국 그가 번역기를 돌려 내놓은 답변은 <재고가 없어서 교체해 줄 수 없다>였다.


까사 보티네스(가우디 작품)
레온 대성당


다시 돌아와 네이버를 뒤지다 남편이 오렌지에서 교체했다는 정보를 찾았다. 나는 7시에 있을 대성당에서의 미사를 볼 참이었는데 일단 폰부터 해결하러 오렌지를 찾아갔다.


아저씨 동상 근처에 있던 오렌지 폰 가게가 ㅠㅠ


여직원은 여권을 달라더니 복사를 해놓고 한참을 씨름하더니 다운되서 할 수 없다고. 20분 후에나 다시 오라고.


 할 수 없이 근처 중국집에 부리나케 가서 허겁지겁 저녁을 먹고 갔다. 이번엔 작동이 되는 지 남편보고 사인을 하란다. 서명을 하고 다시 번호를 쳐 넣는 전산 처리를 한참이나 하는 것 같더니..

내일 오라고 한다. 기계가 작동이 잘 안 된다면서. 미안하다고ㅠㅠ.


비는 내리고. 일 잘 안되고. 몸은 피곤하고. 하릴 없이 뉴스만 이리 돌리고 저리 돌리다.


아... 레온에서는 왜 이리 되는 게 없냐?

되는 게 없더라도 마음에 완충제가 있으 좋으련만... 우울한 기분 가시질 않는다.


6마음을 리셋시키려고 자리에 들다.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뜨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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