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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바리우다 Sep 16. 2022

라바날 델 까미노(dont worry,be happy)

아스또르가~라바날 델 까미노

22.9.15.목(순례 26일차, 5시간 소요)

아스또르가~라바날 델 까미노(20km)


지금은 아침 6:20, happy way 알베르게에 묵은 18명이 서서히 한 둘씩 깨어나더니 나갈 준비를 하고 있다


알베르게에서 아침을 먹으려는 사람들, 그냥 떠나는 사람들로 분주하다. 

오늘 이 알베르게는 사람이 나와서 커피를 뽑아준다. 


(카페콘라체 도스~)

남편의 주문에

(아메리카노? 에스프레소?) 하고 묻는다.


이건 또 뭐지?

아니 카페콘라체에 에스프레소 타입도 있던가?

 바쁜 상태라 눈치껏 아메를 외치고.. 

 보통 마시던 카페라떼가 나왔다.



서양사람들은 주문을 하고 자리에 앉아서 기다리는 반면, 우리는 서서 모든 걸 나오길 기다린다. 일은 더디게 진행되고 결국 커피 고서 자리에 앉다.


7:30출발, 현재 온도는16도. 아스또르가 중심인 대성당을 지나 시내를 빠져 나오다.

아스또르가 대성당과 박물관(가우디)
아스또르가 시내를 빠져나오고.


Murias 마을을 지나 들길을 걸어가다. 아침에 걷기가 얼마나 좋은 지...

물기를 머금은 열매만 보아도 좋은 아침


 어둠이 걷히고 아침이 밝아올 때 걷는다는 것이 이리 좋은 줄 예전엔 미처 몰랐었다.


 촉촉히 젖어드는 맑은 공기는 내 피부를 어루만지는 듯 하고, 들판의 풀과 나무, 물기 머금은 열매, 적당한 고요,  삐삐삐삐.. 빼쫑빼쫑.. 아름다운 새소리... 이 모든 것이 내 몸과 마음을 새로이 깨어나게 하는 것 같다.


버려진 들길 같은 데서 자라고 있는 향기 좋은 허브


고 있는데 들에서 향기로운 허브 냄새가 설핏설핏나다. 길 옆은 칙칙하게 시들어가는 듯 한데, 자세히 보니 누렇고 딱딱한 가지 사이에서 매우 작은 잎사귀가 붙어 있고 거기서 좋은 향기가 나고 있다.


완전히 죽을 때까진, 절대로 포기하지 말것을 느끼며 감사히 마음 껏 공기를 들이 마시다.


산타 카타리나(santa catalina de somoza)마을
돌담으로 둘러쌓인 마을. 멀리 보이는 구름에 가린 산은 한라산을 보는 듯 하다.


산타 카타리나 마을을 지날 때는 어릴 적 생각이 떠올랐다. 우리집도 돌담으로 에워 쌓였었고 장미며 키작은 채송화, 커다란 문주란 등 다양한 꽃들이 마당을 두르고 있었다.

한 쪽 화단에는 진분홍색 분꽃이 피었는데 나는 친구와 그걸 따서 살짝 꽃받침을 잡아 빼 귀걸이를 하고 소꿉장난을 했더랬다.


여기 분꽃을 니, 친구와 마당과 따뜻한 햇볕이 떠오르는데.. 해발 900m가 되는 이 동네에서는 9월에 분꽃이 피는 구나.


10:47분, 간소 마을 지나고 이제 산티아고가 250km 정도 .


십자가가 보이다.

엘간소의 십자가


철조망마다 십자가가 끝없이 이어지다. 그냥 매다는 것도 모자라 천으로 칭칭 감은 것도 있고..


십자가.. 매일 하루에 한번 이상, 여기 걷는 길에서 마주치는 십자가..  그런데 오늘, 엘간소를 넘어서는 1100고지 되는 길에서   또 많은 나무 십자가를 본다.


 사람들은 무슨 이유에서 십자가를 매달까?


철조망이 그냥 보기 싫어서 누군가 시작했을 수도 있고, 남 따라서 그냥 할 수도 있겠지.. 누군가의 죽음을 애도하거나 누군가에게는 하느님을 향한 절절한 기도일 수도 있고 누군가에게는 희망의 길이거나 이루고 싶은 목표를 나타내는 상징인지도 모른다.


그런 십자가들이 수천 개나 걸려있다. 다양한 의미를 가진 십자가들이...


그들의 기원이, 그들의 의지가 이루어지기를..

그리하여 세상이, 이 아름다운 자연이 더 풍요로워지기를.. 빌어보다.


12:40, 이제까지 걷던 중 가장 빠른 시간에 엘 피라 알베르게에 도착하여, 드디어 김치가 들어있는 음식을 먹다.


이 알베르게는 수십 명이 자는 곳으로 오늘 밤이 어떨 지 걱정되기도 하지만.. 저녁까지 포식하고 커피까지 한 잔하는 지금은 dont worry, be happ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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