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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바리우다 Sep 17. 2022

몰리나세까 가는 길 (파리,the fly  ...)

라바날 델 까미노~몰리나세까

22.9.16.금(순례27일차, 8시간 소요)

라바날 델 까미노~몰리나세까(25km)


산티아고 순례를 시작하면서 생각 못했던 문제점은 예전에는 없던 변비가 생겨났다는 것이다.

매일 밥 대신 빵을 먹어서일까?

가능한 샐러드도 먹고, 집 떠난 지 한 달이 다 되어가는 데도 쉽지 않다.


수십 명이 자는 라바날의 알베르게에서 여자 화장실은 2개. 그 전날도 볼일을 못 봤으니 무슨 일이 있어도  결을 봐야 했다.

이층 침대로 구성된 라바날의  알베르게는 오래되선지 천정이 낮고, 위에서 꿈지럭거릴 때마다 움직임이 아래로 전해졌다.


마침 우리 윗 층은 갖 결혼한 독일 신혼부부가 자리잡았다. 로마에서 1주일 여행후 잠깐 색다른 신혼을 보내는 것이라 그런지, 자꾸만 꿈지럭거리는 바람갑자기 잠이 깼다.


침낭 속에서 시간을 보니 1시! 

마침 문을 열고 나갔다 들어오는 사람이 있다.

누가 말했던가? 기회는 찬스라고!

좀 이르지만 어쩌겠는가?아침이면 엄두도 못 낼 텐데..  핸드폰을 들고 화장실로 갔다.


여자화장실 문을 잠그고 온갖 용을 쓰다 안 되면 뉴스를 보다 다시 힘쓰기를 여러 차례,   거의 2시가 되어서야 초라하게 볼 일을  끝내고 다시 잠자리에 들다.


간단히 아침을 먹고 7:05출발, 마을을 벗어나 산을 오르니 해가 뜨려고 하다. 근데 위치가 가려서 잘 보일 것 같지 않다.

해무리가 보이고

(나 먼저 빨리..)

남편이 뭐라 말하는 것 같더니 간격이 벌어지기 시작하다. 부지런히 쫓아가는데 따라 잡을 수 없다. 어느새 시야에서 사라지고 기어이 먼저 뛰어 올라가서 혼자 일출을 보다.

일출

8:10분, 아직 앳된 얼굴을 가진 해가 보인다.

붉은 햇살이 온 대지를 적시고 나무와 풀들을 어루만지며 깨우고 있다.

아침 햇살이 온 들을 물들이며 깨우고


폰세바돈 정상쯤인가 다가서니 점점 산이 잘 보이고 1491m쯤 올라 가니 소나무 숲에선 피톤치트가 뿜어져 나오다. 내 영혼이 맑아지는 듯 하다.

산이 보이기 시작하고.. 소나무 숲은 나를 깨우고


갑자기 뒤에서 달려오는 소리가 들려 얼른 길을 비키니, 달리기 처녀가 뛰어간다.

그녀는 매일 20km쯤 되는 거리를 달려서 순례한다. 계속 뛰기만 하는 것은 아니지만   구경할 때를 빼고는   우리가 걸을 동안 그녀는 뛴다. 이 순례를 위해서 쿠바에서 달리는 연습을 했다던 그녀..  사람마다 목표하는것이 역시 르구나.

매일 달려서 순례하는 달리기 처녀


드디어 폰세바돈 정상에 도착하니 철의 십자가가 보이고 사람울면서 십자가 아래로 내려온다.  우는 것일까?


다른 여성정상에 올라가더니 오래도록 쭈리고 앉아서 무슨 의식을 행한다. 주변엔 나름대로의 소원을 적은 돌들이 보인다. 


아무 생각도 바램도 없이 이 십자가를 쳐다보는 나는.. 감성이 메마른 것일까?


 마음 같아선 혼자서 울고있는 여인을 토닥여주고 싶지만 실례가 될 것 같아 지나치다.


혼자서 의식을 행하는 여성... 수많은 바램들 중에서
폰세바돈의 철 십자가(나무기둥 위에 세워짐)


10:40, 1511m지를 넘어가고 산 아래로 구름 바다가 펼쳐져있다.

아래 쪽 산에서는구름바다가..


리에고 데 암브로스에서 점심 먹고 거 돌길을 오르락 내리락 하며 걷는데 파리 몇 마리가 계속 내 앞을 어른거린다.

거치른 돌길이 남았는데 누구는 신발을 두고 떠나고


파리.. 스페인 어느 식당에서나 흔히 보이는 이 파리라는 놈은 가장 질긴 생명체일듯..

스페인은 호텔 식당에서도 파리가 흔하다. 우리나라 같으면 벌써 망했을 텐데...


내 어릴적 보리밥 양푼이를 상 위에 놓으면 누구보다 먼저 날아가 앉으려던 그놈을 나는 려 애를 쓰곤 했다.

어린 때 졸다 , 종기가 터진 내 무릎에도 심지어 파리들은 앉으려고 욍욍 거리곤 했는데 벌겋게 벌어진 상처에서 무엇을 쩝쩝거리려 했는지 그 끈질김에 화가 나서 손을 휘두르곤 했었다.


그리고 어느 해부터부터인가 찍찍이가 기더니, 부엌 천장 위시커멓게 도배된 채 죽어가는 파리를 보었지.


그러다 소독약 때문인가? 푸세식 변소가 사라지면서인가? 우리 주변에서는 파리가 다.


그런데 오늘 몰리나세까로 내려가는 이 고지대에서 파리는 왜 나만 쫓고 있는 것일까?


내게서 똥 냄새라도 맡은 것인가? 영화 <헤어질 결심>을 보니 시체의 눈에다 파리 알을 낳는 것 같던데.. 유독 얼굴 쪽으로 날아드는 녀석들이 징그러워 굴 가까이 까지 스틱을  올렸다 내리기를 반복하면서 내려다.


어디서든 사람이 죽으면 맨 처음 찾아가 차지할 녀석들.. 참 맹렬하게 덤비는 무서운 놈들이다.


어쩌면 이런 놈들이 있어서 사체는 빨리 썩어들고 분해될 수 있겠지.. 그러고보면 꼭 필요한 놈들이구나.


별의별 생각이 머리를 헤집네...


몰리나세까 전경
몰리나세까 성당
창문이 천으로 된 알베르게


몰리나세까가 보일 즈음 내 눈 앞에서 알짱대던 파리들은 사라지고 ..


하루를 잘 마무리하고 특이한 창문을 가진 알베르게에서 잠을 청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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