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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바리우다 Sep 18. 2022

폰페라다에서 유심 바꾸기

몰리나세까~폰페라다~까까벨로스

22.9.17.토(순례 28일차, 7:50분 소요)

몰리나세까~폰페라다~까까벨로스(22km)


오늘은 고국을 떠난 지 한달 째 되는 날이다. 한국에서 산 three 유심이 늦게 개통되는 바람에 지금 껏 버텼으나 오늘은 꼭 교체를 해야 한다.


게다가 지난 번 레온에서 유심을 교체하려다 실패했기에 다소 걱정도 되어서 오늘의 목적지인 까까벨로스 가기 전에 중간에 있는 폰페라다에서는 다른 것은 차치하고라도 보다폰 매장을 찾아가야 한다. 그 곳에서 유심을 바꿀 수 있다고 들어서다.


7:20분에 출발하니 렌턴이 없이도 걸을 만 하다.

집과 집 사이의 작은 집.   십자가의 예수(몰리나세까)


깜뽀마을의 언덕에서 멀리 폰페라다 시내가 보이고..

폰페라다 시내가 내다보이는 깜뽀마을 언덕


마을과 떨어진 교회를 쳐다보며 큰 길로 들어서고 있는데 길가에서 짝짓기 하고 있는 달팽이를 보다.

짝짓기 중인 달팽이


아니, 달팽이는 생식기가 머리에 달려있나?.. 하기사 꼬리 쪽에 딱딱한 집을 달고 있으니 만나기 쉬운 앞 쪽이 낫겠네.


달팽이는 지금 그냥 짝짓기만 할까? 어쩌면 저런 접촉을 통해서 혼자가 아님을 느끼고 더 생기있게 살아가는 힘을 얻는 것은 아닐까?


종이 다를지는 모르지만 왼돌이물달팽이는 꼭 짝짓기를 하지 않아도 혼자서 새끼를 만들어낸다.

그러다 다른 개체를 만나면 짝짓기를 한다. 그렇게 해서 얻은 개체들은 유전정보가 다양해지고 다양한 환경에서 잘 살아남는다.

 

이렇게 세대에서 세대로,  짝짓기를 통하여 살아가는 방법을 전달해왔다. 결국 세대간에 가장 강력한 정보전달 방법은 짝짓기를 통해서 이루어지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뿐일까? 그 과정을 통해 살아나갈 힘을 얻는 것은 아닐까?

한쪽이든 양쪽이든 ...


하기사  단 한순간만 본 내가, 저 고도의 행위에 대해서 뭘 얼마나 알아낼 수 있을까?


 그나저나 동물마다 유전자를 교환하는 방법이 다양하구나.


8:58분, 폰페 입구에 들어서다.

폰페라다 초입에 보이는 귀여운 정원

구글 지도를 따라 큰 다리에 올라서니, 폰페라다 강이 보이고 뉘집 굴뚝에서는 아침을 만드느라 연기가 피어오른다.

나무 타는 냄새를 향해 내 코는 자꾸만 돌아가고..


9:30분, 지나는 길가 아무 바에나 들러 크로와상으로 아침을 떼우고 다시 서둘러 구글이 안내하는 대로 시내로 들어서다.

폰페라다 시내 시계탑


멋진 시계탑이 보이는데 저기가 성당 아닐까? 하는 순간 다른 길로 부리나케 내려가는 남편을 따라 갈 수 밖에..


기사의 성

한참을 내려가서 뒤돌아보니, 아이구야 저것은 기사의 성 아닌가? 파울로 코엘료 순례자를 읽고 거의 유일하게  찾을 수 있는 곳이 기사의 성인데, 거길 지나쳐버리다니.. 아쉽지만 어쩌겠는가!


한참 시내를 돌아나가도 유심을 교체할 수 있다던 보다폰 매장은 보이지 않고, 교외 바깥으로 빠져나가는 건 아닐까 은근히 걱정하는데, 덩치 큰 몰(mall)이 보이다. 

폰 페라다 시내
거대한 까르푸 매장에 있는 몰

  안으로 들어가 보다 폰 매장을 찾아 , 젊은 남자가 우리를 맞다. 

유심을 살 수 있냐고 물었더니 가능하단다. 그 말이 마나 고마웠던지!


세 가지 옵션 중에서 4주에 100G, 스페인 통화 무제한, 15유로 짜리를 선택했다.

지난 번 유심때는 통화가 제한되는 바람에 알베르게 예약하거나 동키서비스를 신청하는 것에 어려움을 겪어서, 이번에는 통화가 가능한 것을 선택해야지 했었다.


젊은 남자는 여권을 복사하더니 5분 만에 유심을 교체했다!

저번에 레온의 오렌지 폰 담당자는 20분 넘게 밍기적대다가 다운되었다며 나중에 다시 오라해서 다시 갔는데도 작업하다 결국은 안된다고 그 난리를 쳤었는.. 이게 대체 무슨 차이일까?


아무튼 다른 모든 것에 우선해서 유심을 교체해야 했던 것은 정보를 교환하기 위해서이다.

그만큼 생존에 필수적인 역할을 하게 된 핸드폰.. 인터넷 연결 망..

고도의 짝짓기보다 더 많은 정보가 흐르는 지금 우리는 짝짓기가 필요할까?


세대에서 세대로의 정보 전달을 위해서는 더이상 필요없을 지도 모른다.

아니 그 전에 새로이 정보를 조합해내는 인공지능이 인류를 압도할 수도 있지..


어쨌거나 찾아다닌지 1시간 만에  원하던 일을 다 해결하고나니, 가쁜한 마음으로 까까벨로스로 향하다.


그나저나 나는 순례의 길을 왜 걷고 있을까? 지금 나는 잘 먹고 잘 걷고 잘 쉬는 속에서 평화롭고 기쁘게 살고 있다.


그러나 그것이 전부일까?내 영혼.. 본래의 나와는 어떻게 접촉할 수 있을까? 아직까지는 물음표뿐이구나.


다시 까미노 길과 합류하는 지점, 폰페라다 끝쪽 성당


고향 생각나게 하는 한적한 마을을 지나고


드디어 200km안으로 들어왔다.              까까벨로스


까까벨로스 집들.        양조장도 보이고


호텔 레스토랑에서 1인 정식으로 둘이서 나눠먹고
농부의 스프.           마지막으로 산 납작복숭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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