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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바리우다 Sep 21. 2022

라 뽀르뗄라 가는 길(포도밭을 보며)

까까벨로스~라 뽀르뗄라

22.9.18.일(순례 29일차, 7시간)

까까벨로스~라 뽀르뗄라 데 발까르세(23km)



7:40분, 까까벨로스의 꾸아강을 건너. 아직 강은 잠에서 다 깨어나지 않은 듯 어둠을 머금고 있다.

꾸아(cua)강


8:09분 삐에로스를 지나고 둔덕 올라가니 산 위로 해가 오른다. 일출은 매일 봐도 보고 싶은 광경인 것은 다시 새로운 시작에 대한 기대감 때문일까?


오늘은 내게 무슨 날이 될까?


삐에로스 마을을 넘어가는데 달큰한 술 냄새가 난다. 포도주 공장 아침 일찍부터 작업하는 듯 하다.

 유일하게 포도 덩쿨오루호 술을 만든다는  마을인 만큼 그 이름 값을 하는 듯...


살이 퍼지는  포도밭 평원을 지나다. 이른 아침새들의 노래 소리는 언제나 아름다.

끝없이 이어지는 포도밭.. 순례 초기때 봤었던 밭들 같다.


해발 5~600미터 즈음, 햇살이 쏟아지는 곳에서 포도밭이 잘 되는 건지.. 여기도 포도밭이 한창이다.


멀리 포도밭에 둘러쌓인 집이 보이고.

지금이 포도를 수확하는 시기인지, 밭고랑에는 이미 따놓은 포도 송이들이 즐비하고 어떤 포도밭 주인은 일꾼을 여럿 데리고 안으로 들어가다.



포도의 어린 가지는 여리여리해서 대롱 속에 양분을 놓아 잘 키워줘야 하는 것 같다. 그렇게 정성들여 키우다가 땅속에 뿌리박고 줄기가 단단해지도록 대를 세워준다.

이때까지는 포도 열매를 거둘 엄두도 못 낸다.

포도나무 줄기가 굵어지며 성숙하는 시기

드디어 줄기가 굵어지고 잎이 무성해지며 때가 무르익어 꽃을 피워 올려야 열매를 맺는게 가능해진다.

성숙한 포도나무


이렇게 이 지역을 지나다 보니 아주 어린 묘목에서부터 열매를 맺는 성숙한 나무까지 다 볼 수 있었다.


포도나무가 성숙하려면 농부의 수고로움, 적절한 햇빛과 바람 그리고 비 등등 갖추어져야 할 조건들이.. 오~랜 세월 동안  잘 작용해야 가능한 일이라는 것을 피부로 느꼈다.


그러다가 드디어 수확 철이 다가오고 농부는 달콤한 포도를 거둬 들이게 되는 것이다.


수확한 포도들


그런데..

나는 60년이나 살아면서 부모님의 보살핌 외에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수고로움과 도움을 받았던가?

...


그렇담 내가 맺은 열매는 무엇이었을까?

앞으로 어떤 열매를 맺을 수 있을까?

포도나무처럼 달콤한 즙을 담은 열매를 타인들에게 제공해줄 수 있을까?


갑자기 들어온 생각 안에서 말문이 막히다.



아름다운 마을 삐야쁘랑카를 지나고

삐야쁘랑카 성
삐야 브랑카 마을

페레예 맑하늘 원시림 같은 숲을 지나 늙디 늙은 밤나무가 맺은 밤 송이들을 보면서 더 할 말이 없네.


양치기 아저씨에 앞서서 양을 모는 개


라뽀르뗄라에 도착하여 풀밭에서 뒹구는 동키를 보며 저 자유.. 하다가 그냥 먹고 걷고 보고 듣는 것에 만족하기로 하다.

작은 마을 라 뽀르뗄라
풀밭을 즐기는 동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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