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개월까지, 아이랑 뭐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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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의주

30개월까지, 아이랑 뭐했어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저 나는 생활을 했다. 아이를 낳고 2년 6개월의 시간이 지났다는게 믿기지 않는다. 내년 3월쯤 3돌무렵이 되면 어린이집에 보내려고 했기에 1월 둘째 출산을 앞두고 생각보다 조금 이른 시기에 어린이집에 보내게 되었다. 다른 아이들도 많이 하는 문화센터 다니기를 제일 오랜기간 한 것 같다. 꾸준히 매 계절마다 다닌 것은 아니지만 불과 4달 전 운전을 시작하기 전에는 아기띠를 하고 가방을 메거나 유모차에 아이를 태우고 짐을 싣고 버스를 타고 대형마트나 백화점에 가 문화센터 아기수업을 즐겨들었고, 거기서 만난 비슷한 나이또래의 엄마들과 수다타임을 가졌다. 40분 수업동안 접하는 여러 코스튬, 아기음악, 다양한 재료의 도구와 물감 등을 보면서 집에서도 해주면 좋겠다 싶어 베란다를 미술놀이 공간으로 만들고 음악을 틀고 놀기도 했다. 식사를 준비할 때는 작은 나이프와 도마를 주고 호박이나 무 당근 등을 썰게 하거나 계란을 몇 개 주고 젖는 것을 줘서 풀어보게 하고 쌀도 씻게하고.. 같이 일했다. 빨래개는 시간에는 같이 개고 옷걸이에 걸고 행주를 제자리에 갖다두고, 그런 일상적인 활동을 즐겁게 했다.
공부보다 자기 할 일을 하면서 지내는 살림력을 높게 보는 엄마로서 장난감 정리, 옷 정리 등은 진작 가르쳤다. 옷걸이에 옷을 걸고 예쁘게 단추 네 개까지 채워서 행거에 거는 일도 잘하고, 바지도 걸고 외투도 걸고 지퍼도 잠근다.
엄마 봐바!
하고 가면 옷걸이 하나에 옷 하나씩, 그렇게 생긴 옷걸이가 주렁주렁 너무 귀엽고 예쁘다. 어린이집 등원에 앞서 가방 두는 걸이를 마련해 가방을 걸어두도록 했다. 외출시 마스크, 장갑, 목도리 등을 챙기는 칸을 알고있어 나갈 준비해~ 하면 스스로 모자까지 가져오고, 팬티와 옷도 혼자 입고 양말 신발도 스스로 신는다. 요즘은 내복바지 위에 팬티를 입어서 외출시 대략난감 하기도 하지만 다른 사람들 시선보다 아이의 자율성을 우선하는 엄마는 어차피 그 위에 바지 하나 더 입을거니까 하면서 그냥 외출을 감행하기도 한다. ㅋㅋㅋ
어제도 그런 바지 차림이었는데 미술놀이 문센 끝나고 겉 바지가 젖어서 벗기고 갈아입혔어야했다. 젖은 바지를 벗기고 당황한 건 오히려 나였다. 어머 팬티. ㅋㅋㅋㅋ
바지를 벗기자 내복 위에 입은 팬티가 보였기 때문 ㅋㅋ
나도모르게 아이를 살짝 안 쪽으로 옮기고 새 바지를 위에 얼른 입혔다. ㅋㅋㅋ

아이를 위해 무얼 해줄까 고민도 물론 하지만 그저 오늘 뭐먹지, 오늘은 이불을 빨아야겠다, 오늘은 나가서 한강공원을 가야겠다, 하는 나의 기분과 스케줄에 맞춰 함께하는 하루들이 모여 900일 넘는 시간이 갔고, 이제는 내 품에서 사회 속으로 서서히 물들어가게 자리를 마련해줄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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