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아이를 기다리며 첫째와 함께 보내는 둘 만의 겨울
임신한 나 자신이 자랑스럽고 30개월까지 가정보육한 나 자신이 뿌듯하고 그 환경에 감사하고, 이제 친구들한테도 관심 갖고 하니까 어린이집 보내도 되겠다 마음 놓여서 좋고, 어린이집에서 충분히 긴 적응시간 가져도 된다고, 내가 원할 때까지 같이 있어도 된다고 해서 좋다.
벌써 뱃속 둘째가 32주 차, 출산 디데이 50일도 남지 않았다. 엊그제 디데이 100일이어서 양가 부모님들께 알려드렸던 것 같은데 이 가을이 훅 지나가버렸다. 둘째 아이에게 신경 쓸 겨를도 없고 임신 중인 나를 챙기는 건 그저 잘 먹고, 가끔 잊긴 하지만 영양제 챙겨 먹고. 첫째 때와 다르게 잘 먹기, 또 잘 먹기. 이것이 나의 가장 큰 목표이다.
둘째는 첫째 돌보는 동안 엄마 마음의 평안함 속에서 자란다고 한다.
말도 너무 잘하고 애정표현도 예쁘게 하고 엄마 피곤한데 공주가 뽀뽀해 주면 힘 날 거 같아,라고 하며 누우면 하던 주방놀이 멈추고 얼른 와서 볼에 뽀뽀해 준다. 남편은 아빠 뽀뽀. 하고 공주가 안 해주면 아빠 삐진다? 하면 바로 가서 쪽.해준다 ㅋㅋㅋㅋ 아빠 삐지는거 싫어? 하면 응. 한다. ㅋㅋㅋㅋ
밥 다 먹고 '빼줘' 라고 해서 내려주고 뛰어가는 공주 보면서 엉덩이에 밥풀 묻었네 라고 말하려는데 이미 손으로 밥풀을 떼서 입으로 가져간다. ㅋㅋㅋㅋ 엉덩이에 붙은 밥풀을 먹다니. ㅋㅋㅋ
오늘은 어린이집 첫 등원이다. 이미 두 번 가보고 한 시간 정도 둘러보고, 낯가리는 공주 손잡고 같이 가서 블럭놀이도 해보고, 다른 아기들도 보고 했는데 12월 1일을 맞이하여 입학원서 작성 후 첫 등원을 하는데다 공식적인 첫날이라고 생각하니 더 떨린다. 사실 내가 더 기대되고 긴장되는 것 같은데, 공주도 마음이 복잡한지 왠지 어제, 그제부터 날 더 찾는 기분이다. 어제 잘 때는 공주가 새벽에 이불을 안 덮고 자서 공주 자는 바닥에 온수매트를 깔아줬더니 '여기서 잘라고' 하면서 내 자리에 누워 내 베개와 이불을 덮고 있었다. 안 그래도 베개 커버를 세탁하고 건조기에 돌려서 그런지 베개 커버가 짱짱해져서 더 높게 느껴진 베개였는데 그 높은 데다 머리를 받치고 꺾여져 누운 자세란. ㅋㅋㅋ
베개만 바꾸자. 해서 이불은 두고 베개만 가져왔다. ㅋㅋ 잘 때도 공주 베개를 내 옆으로 갖고와서 나를 보면서 옆으로 누운 자세로 몇 번 눈을 껌뻑이다가 잠들었다. 내 겨드랑이 높이에서 잠에 드는 공주를 보면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선물이 내 옆에러 숨쉬고 있다는 생각에 가슴이 벅찬 밤 9시반이었다.
어제도 밤에 책 읽어주면서 어떻게 이렇게 예쁜 공주가 엄마 인생에 왔지? 하고, 아구 이렇게 작고 귀여운 발로 어떻게 점프도 하고 그렇지. 감탄의 연속이었다. ㅎㅎㅎ
두 번째 어린이집에 갔을 때는 불과 며칠 전이었는데 비도오고 짐도 많아서 차에서 내려서 5분정도 걸어가는 길인데, 주차하고 옷을 입고 우산쓰고 가방메고.. 찻길에 아기 조심조심 챙겨서 가는 길이 너무 고되어, 어린이집에 들어가서도 내가 지친 표정인게 역력했다.
원장님이, " 다른 두 아이들까지 총 3명 같이 입학이에요, 그래서 제가 급히 선생님 한 분을 모셨어요, 호호 이거 말해도 되나, 선생님께서 오늘 오시려고 했는데, 아이들께 잘 보이고싶다고 쌍커풀 수술을 하시는 바람에 호호."
즐겁고 유쾌하고, 여유로우신 오랜 경력의 원장님은 만날 생각부터 설레는 분이다. 그저 12월 입학, 다른 아가들도 같이 등원, 내가 맘 놓을 수 있는 환경.. 등에 감사할 뿐이다.
그리고 30개월부터 하는 영유아검진 중 구강검진이 있고 윗니 약간 갈색빛 띄는 이슈로 근처 사는 언니가 추천해준 아기 치과에 가는 날이다. 치과 예약시 영검, 불소도포라고 체크하는 란이 따로 있을정도로 아이들 검진 하는 곳인게 느껴지고, 강추 받은 선생님이라 마음이 놓인다. 그러고보니 알고지내는 주변 엄마들에게도 참 감사하다. 주말에 임신 축하한다며 김장이 끝나고 찾아와 피자를 사 주고 재밌게 수다 떨고간 옆 동네 엄마, 가정보육 하는 동안 키카, 공원, 아쿠아리움 등 잘 놀러다닌 옆집 언니네와 아가, 목동 토박이로 늘 주변의 유익한 정보를 전해주는 같은 나이의 아기를 키우는 내 친구, 어린이집을 소개해주고 정보와 응원을 많이 준 옆집 언니엄마 둘 등등.. 그리고 이 모든 환경을 가능하게 경제적 지원을 해 준 남편까지.
사실 지금 살고 있는 집이 전세 2년 만기가 되어 남편이 주말에 부동산에서 집주인을 만나 재계약 연장을 하고왔다. 그리고 부동산 아줌마에게 근처 아파트를 이제 곧 매매하고 싶다는 말을 전하고 거의 1시간 넘게 강의도 듣고왔다고 한다. 몸테크로 재개발 아파트에 들어가기 vs. 갖고있는 빌라를 우선 팔아서 이미 갖춰진 대단지에 들어가기.. 그리고 바뀐 매매 정책 까지. 어린이집 등원으로 설레고 두근거리는 내 마음에 이사 그리고 자가에 대한 꿈까지 커지고 추위와 함께 다가올 연말에 대한 설레임으로 장식된 11월 마지막 주말이었다.
밖으로 외출하지 않아도 집 안에서 아이와 오리기+풀로 붙이기 놀이하고, 셀피 인화기로 아이의 할머니, 할아버지, 아이를 인화하여 자르고 보드에 찍찍이로 붙이며 충분히 재밌게 오전을 보냈고, 쭈꾸미 볶음에 호박새우전까지 해서 맛있는 식사를 차려냈다.
또한 오늘은 겨울학기 문화센터 미술수업 첫 시작이다. 빡빡해보이는 하루지만 다 필요하고 기다려지는 일정이라서 설레는 마음이 더 크다.
비 오는 날 어린이집 갔을 때 내 몸이 너무 지쳐서, 우산에 장화 신은 아이가 혹시 넘어질까 걱정되는 마음에, 즐겁게 가지 못했는데, 오늘은 그러지 않기를 바란다.
우와 내일 어린이집 가는 날이다!
저번에 엄마랑 두 번 어린이집 갔었잖아,
하면서 즐거운 상상을 넣어주기 위해 반복 대화를 나누던 중 두 번째 갈 때 찻길로 가면 이리와, 차 온다,하고 오우 엄마 오늘 짐 무겁다, 하며 피곤했던 표정이 떠올라 미안해지면서 오늘은 신나는 등원길 이기를 바라며 공주랑 대화를 시도했다.
그런데 공주가
'비와쩌'
라고 했다.
나의 잔소리와 걱정, 피곤함은 모른다는 표정으로 그저 우산쓰고 장화신고 갔던 일이 떠올랐나보다.
그 순수함에 가슴이 더 짠해왔다.
엄마 사랑해, 아빠 사랑해 노래를 좋아하는 것과 별도로 엄마 좋아 아빠 좋아 하면서 어제는 처음으로
맨날 엄마 좋아
라고 했다.
ㅠㅠㅠㅠ
마음이 울어서 촉촉하다못해 축축해진 기분이었다.
고맙고, 사랑해...
오늘 하루, 새벽 3시경 일어나 벌써 피곤하지만, 아이에게 화 안내고 좋은 시작 할 수 있기를 이 새벽에 바래본다.
25년 마지막 달의 시작, 디데이 50일(도 안남은 둘째의 탄생), 그리고 첫째의 기쁜 등원,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