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험한 세상 속에 너무 소중한 존재를 낳아버렸다.”
둘째 임신 초기에도 희안하고 다양한 꿈을 많이도 꿨다. 속쓰림으로 새벽에 깰 때면 바나나+버터링 조합을 입으로 씹으면서 쓰린 속을 달래고 다시 잠을 청했는데 바나나가 입에 들어가기 전과 후에 각각 무서운 꿈을 꿀 만큼 횟수도 많았다.
입덧, 속쓰림이 사라질 12~13주 무렵 혼란스러운 꿈에서는 벗어났으나 새벽 잠깨기는 지속됐었다. 그러다 최근, 임신 30주 전후로 후기가 찾아와서 그런지 또 무서운 꿈을 많이 꾸게 된다.
물에 빠져 허우적대다가 세월호 사건이 기억나 새벽에 가슴저리게 슬픈 감정에 젖어든 날도 있고, 어느 날은 다른 아기 엄마랑 대화 하는 사이 아기가 인파에 휩쓸린다거나, 넘어진다거나.. 내가 어디서 떨어진다거나.. 그런 꿈도 꿨다.
종일 집에서 데리고 있던 첫째아이를 어린이집 보내기 전 이런 저런 걱정과 둘째가 뱃속에서 활발하게 움직이며 배에서 볼록볼록 태동이 느껴지고 나올 때가 가까워짐에 따라 임산부의 불안과 보호심리는 최대치가 된다.
불안과 걱정이 없던 날이 있을까 싶은 나의 밤이지만 화장실 이슈로 새벽 1~3시 사이 기상하게 되는 나는 새벽마다 책을 꺼내 읽으며 불안의 감정에서 벗어나 다른 생각을 하고, 하루 중 잠시라도 책을 손에 쥘 수 있음에 감사하곤 했다. 요즘은 브런치에 글을 쓰는 재미에 빠져 새벽마다 감정정리, 쓰고싶은 글 작성을 한다.
어제는 어린이집 입학원서를 작성하고 왔다. 챙겨야 할 서류도 많고, 나와 분리되어 새로운 환경에 적응을 잘 할지 걱정도 되고, 둘째가 태어나게 되면 할머니들과 등하원을 해야하는데 두 할머니들께 인수인계 할 일이 많다, 싶으며 숨이 가빠오기도 했다.
남편이 1인 사업가라 바쁘고 시간이 없기에 내가 출산+조리의 3주 다 되는 시간동안 첫째를 챙겨야 할 많은 사항들을 할머니들께 알려줘야하는 게 일이다.
다른 집 엄마들과는 다른 부분이고 와 진짜? 하며 듣는 엄마도 많고, 둘째 출산준비? oh, no, 첫째 케어 인수인계 그리고 집 관리하는 방법 알려드리기가 더 바쁘다.
물질적으로도 심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많은 도움을 주는 양가 어머니들이지만 내가 가르쳐드릴 사항이 꽤 많아 언제 다 말씀 드리지, 싶기도 하다.
집
가습기 물 채우고 청소솔은 어딨으며 어떻게 하는지,
구피 밥 위치, 얼마나 주는지, 어항 청소
바닥 물청소는 2-3일에 한번은 꼭 하기
건조기 필터 청소 하는 법, 빨래의 구분, 세제 양, 헹굼 횟수, 습도계에 따른 빨래 건조 방법
식기세척기 사용법, 넣으면 안 되는 식기 등
자기 전 창문, 방문 단속(우풍이 심해서)
첫째아이
아기가 매일 먹는 영양제 위치(실온, 냉장)와 개수, 타이밍, 어린이집 위치와 등하원 시간, 가는 방법, 하원 전 준비할 사항, 텀블러 세척 방법, 등원 전 준비할 사항, 머리 감기는 방법, 주의할 사항, 칫솔질 할때 주의할 점, 고기나 섬유질이 잘 끼는 부위, 치실 해주는 법, 양치질 타임, 간식 위치와 횟수와 양 제한, 등등
아이에게 크고 작은 사건 사고가 생기면서 내 마음이 불안과 걱정으로 점철되고 또 나의 불안이 아이에게 전염되지 않기를 바라는 복잡한 마음 상태이다.
얼마 전에는 아침먹으려고 인덕션에 누룽지를 데우고 있는데,
"숟갈 드가따아 으엥"
하길래 설마, 인형놀이 숟가락을 아침부터 만지작하더니 그걸 코에 넣었나? 싶어 파란색 숟가락? 토끼꺼? 하니까 "응응 으엥" 해서 '헉..!!!!'
숨은 우선 쉬고있고, 어 정말 숟가락이 안보이네, 싶어서 어떡해!!! 당장 응급실 가야겠다 하고 옷을 입고 그 와중에도 숨을 잘 쉬나 확인하고 인덕션에 올린 불을 껐다. 한숨과 걱정이 나를 재촉하게 했고 아이가 걱정됐는지 울기 시작했다. 아이를 달래고 옷을 입으라고 하고 병원에 가자고 하니 또 울어서 다시 다른 말로 달래고 나부터 진정하라는 남편의 말에 후.. 마음을 가다듬었다.
"진짜 안보여.?"
남편의 말에 후레쉬로 다시 코를 비춰보았으나 전혀 보이지 않았다.
출근시간대에 겹쳐 응급실까지 30분이나 걸린다고 나왔고 근처 사는 토박이 친구에게 상황설명과 병원 괜찮은지 물으니 응급실에 전화부터 해보라고 했다.
그리고 급히 남편의 출근 차 옆자리에 올라 아이를 안고 앉았다.
"중증도에 따라서 진료가 될수도 있고 안 될 수도 있구요 대기는 그때그때 다르고 와보셔야 알아요. "
코에 이물질이 들어간채 진료가 보장되지 않는 30분을 달려갈 순 없었다.
아무리 내가 간호사라고 하지만 내 아이에게 닥친 응급 상황에 대처할 능력은 0에 가까웠다.
앞에 소아과에 전화해볼까 하는 생각이 스치고 전화해보니 이비인후과로 가세요 라고 해서 근처 이비인후과를 검색하고 전화하니 오세요 라고 했다.
방향을 틀어 이비인후과로 가던 중 처음 가는 곳인데 괜찮나 싶어 찾아본 후기에는 악평이 많았고 바로 옆 건물의 후기가 더 나은 이비인후과에 전화해 상황설명하니 오라고 해서 그곳으로 갔다.
접수를 하고 들어오라고 해서 아이를 내 무릎 위에 앉히고 새끼손톱보다 작은 인형 플라스틱 숟가락이 코에 들어갔어요 라고 말했다. 나는 손을, 보조는 머리를 꽉 잡고 아이의 콧속을 확인했다.
"있네요."
"안에 좀 들어가 있네요"
핀셋으로 바로 나오지 않아 긴 물체로 좀 꺼낸 다음 핀셋으로 바꿔 잡아 빼내려는 참에,
아이가 엥!!!
하고 큰 목청으로 울기 시작하자 이비인후과 의사와 보조 두 명은 동시에 고개를 반대쪽으로 젖혀 에이고!! 하였고, 집단적으로 그런 반응이 소아과와 다르네 싶으면서 안타깝고 빨리 꺼내주길 바라는 마음이 더 들었고, 그 분들께 약간 미안하기도 했다.
할머니 뻘의 의사는 다시 정신을 가다듬는 듯 했고, 보조는 손 꽉 잡으세요 라고 말했고 나는 이미 아까부터 꽉 잡고있었고요, 얼른 빼주세요 라고 생각했다.
핀셋 끝에 약간의 물코와 코딱지와 섞인 파란 숟가락을 보는 순간 안도했다.
그리고 콧물이 좀 있네요 하며 항생제 처방을 받았다.
어제, 그제 잘 때 콧소리가 좀 나고 코막혀 하는 것 같아 올바스 오일을 베개에 몇 방울 뿌리고 잤는데 안쪽에 콧물이 있었구나 싶었다.
나와서 아이에게 교육을 시작했다.
공주야 갖고 노는 장난감 콧속에 넣으면 돼, 안돼?
안돼
안되지, 코나 입에다 장난감 넣으면 안돼
몇 번 반복
그 후로 며칠 지나지 않아 이마 쾅 사건
(실수와 기도편에 상세히 기술)
이 있어 x ray까지 촬영하게 됐고, 그 이후로는 x ray의 부작용이나 안정성, 위험.. 에 대해 읽으며 오히려 더 불안해졌고..
마음 편하게 하루를 살기에는 이 세상 속에 너무 귀하고 소중한 존재를 낳아버렸다, 어쩌자고 이렇게 감당하기 어려운 예쁜 아이를 내가 세상에 태어나게 했을까 하는 생각에 빠져들었다.
1년 빠른 아이를 키우고 있는 친구는 최근에 아는 지인네가 접촉 사고가 났는데 지인과 남편은 허리가 아플 정도였는데 아이는 이제 돌 무렵이라 어디 아프다고 표현 할 수도 없고, 병원을 가도 외상이 보이지 않으면 치료할 수 없다고 말했다며 답답하고 슬펐다고 말했다. 하.. 이야기를 들으면서 내 가슴도 희뿌연 연기로 덮인 듯 막막하고 너무 안타까웠다. 표현을 못하는 아기, 그리고 어찌 치료방법이 없는 상태, 어린 아이에게 함부로 CT촬영을 할 수도 없는 상태가 가슴을 답답하고 안쓰럽게 했고, 그저 건강하기를 바라는 마음 뿐이었다. 카시트를 단단하게 한다고 해도 팔을 빼 내거나 빼내려고 우는 아이가 떠오르며 초보운전 중인 나의 상태, 임신중으로 안전벨트 클립을 사용중인 상태가 떠오르며 나도 아찔해진 순간이었다.
어린이집을 보내기 전 미아방지 목걸이를 할까말까 남편과 상의하고 주변 엄마들에게 묻고, 목걸이를 잘 하고 있는 아이인지 오히려 그 때문에 더 불편할 수도 있겠구나 싶은 아이디어도 얻고, 하원시 유괴되는 영화를 봤던 기억이 나면서 유괴방지 교육도 내가 시켜줘야겠다 싶은 마음도 들고 오싹해지기도 했다.
험하고 무서운 세상 속에 이제 겨우 만 2살인 아이인데 앞으로 커가면서 또 어떤 일들이 있을까 싶으며 다시 시간을 돌려 최근의 사건사고가 일어나기 전으로 돌아가고 싶다 생각했다.
아니 이렇게 마음 졸이는 하루의 연속이라 주변 지인들이 딩크로 지내는 건가 싶으며 딩크를 선언했거나 그렇지 않아도 10년차 다되가는 아이없이 둘만 지내는 주변의 가까운 친구, 언니네 부부들 세 쌍을 떠올리기도 했다.
하지만 아이가 너무 예쁘고 사랑스러운 건 이루 말할 수 없다. 최근에 말을 이어서 말하고 따라하고 어려운 ㅋ,ㅎ 등의 단어도 알아듣게 발음하면서 캥거루, 하마, 코끼리, 악어 등의 동물도 다 알고 말하고 역할놀이 할 때 대화가 되는게 재밌어서 나도 모르게 30분씩 하고있고 계속 말걸고 있다.
토끼 인형들을 재우면서 "코 잘라고, 할머니집 가서 코 잘라고" 하며 고개를 옆으로 기울일 때,
영상통화로 할머니가 "할머니 커피 타줘" 하는 요청에 주방놀이 컵과 까까까지 폰 앞으로 갖다주는 행동,
이거 뭐야?
하니까 우유야, 해서 할머니가 할머니 커피타줘. 커피 주세요.
하니까 "그냥 마셔"
ㅋㅋㅋㅋ
할머니와 나는 동시에 깔깔깔깔 계속 웃고.
너무 웃겼다.
저녁에 할머니랑 영상통화를 다시 했는데
인형놀이 중이던 공주에게
할머니가 "커피 타줘" 했더니
아까 줬어
ㅋㅋㅋㅋ
고개도 들지 않고 양손에는 인형과 물품을 들고 하던 놀이를 이어가며 그저 담담히 말하는 모습에
깔깔깔 너무 웃겨서 전화기 너머로 할머니의 웃음소리와 나의 웃음소리가 하나되고 모든 걸 잊고 그저 배꼽을 잡고 웃을 뿐이었다.
기저귀를 떼는 연습을 하면서 공중변기에서 휴지를 깔아주고 앉혔더니 집에서 조용하길래 공주 뭐해? 하고 보니 집에서 쓰는 아기용 변기에 휴지를 깔고 있었다. ㅋㅋㅋ
공주야 집에서는 안 깔아도 돼. 공주 혼자 쓰는거고, 엄마가 변기커버도 씻잖아. ㅋㅋㅋ .
"휴지 깔을 라고." ㅋㅋㅋ 한칸 내지 두칸 정도 찢어서 변기 왼쪽에 오른쪽에 올리는데 휴지 보풀이 약간씩 떨어져 바닥이나 변기에 들어가고 공주는 조금 더 찢어서 넓게 대려고 하고 바지는 내리고 엉거주춤 고개를 뒤로 하면서 뒤로 걸어가서 휴지가 깔린 변기의자에 앉으려고 하는 게 너무 웃겼다.
진짜 웃긴건 한참을 그렇게 하더니 결국 앉았는데
"쉬 안나오네"
ㅋㅋㅋㅋ
다시 일어나 주섬주섬 바지를 쭉 잡아 올리고 바지는 이번에도 앞뒤 거꾸로 입혀져있어서 재봉선이 두 줄이 보였다. ㅋㅋㅋ
남편과 아이와 저녁을 먹다가 아이가 팔로 컵을 쳐서 오렌지 주스를 탄 물컵이 바닥에 쏟아졌다. 주황빛 물이 바닥 아래 장난감 블럭과 의자를 타고 흘러 바닥까지 젖었다. 숨을 가다듬고 부푼 배로 허리를 숙일 수 없어 앉아있던 의자를 밀고 바닥에 쪼그리고 앉아 닦기 시작했다. 피곤함을 이유로 그저 앉아있던 의자에 앉아 나의 행동을 안타깝게 보기만 하고 식사하는 남편에 대한 짜증과 밥 한술 뜨기 전에 또 닦고 치우는 일을 하고있는 내 자신과 너풀거리는 옷을 입은 팔로 물컵이 쏟아져 온 장난감까지 다 튀어 닦을게 많은 상태, 냄새가 배진 않을까 하는 걱정까지. 후.. 그냥 말없이 닦고 다시 내 밥을 먹으려는데 공주가 고기! 해서 내 젓가락을 내려놓고 공주 그릇의 고기를 잘라주려는 참에 떨어진 내 젓가락.하. 또 바닥이야. 줍기가 너무 힘든데. 하면서 줍고 바닥을 또 닦고. 고기! 하는 공주에게 '가위랑 집게좀' 해서 남편이 갖다준 도구로 숯불 고기를 잘라 공주가 먹는 누룽지 위에 올려줬다.
공주는 고기와 계란요리가 든 그릇 통째로 가져다 먹겠다고 했고 나는 굳은 얼굴로 공주야 먹고 또 먹어, 하면서 그 그릇을 공주앞에서 갖고와 내 앞에 갖다두었다.
으엥
공주는 갑자기 서럽게 울기 시작했고
나는 주스 닦을 때부터 내가 표정관리를 못해서 공주가 겁먹었나 생각하고 안쓰러워 헤헤 웃으며 얼른 달래주려고 눈물 닦아주고 머리도 쓰다듬어주고 이리와 엄마 안아줄까? 하며 따뜻하게 쳐다봤다.
공주는 금방 그쳤으나 그 사이에도 양쪽 눈에서 눈물이 줄줄 나왔다.
그 바닥 닦는 일이 무슨 대수라고 옆집 엄마보다 못한 태도를 가진 남편을 미원하고 원망하는 마음에서 피어난 나의 딱딱한 얼굴에서 나타난 태도가 공주에게 마음이 안 좋았을 거 같아 미안해졌다.
인형놀이도 하고 책도 보고 바나나와 요거트를 먹으면서 공주 아까 밥먹다가 냬엥 울었잖아, 왜 울었어? 하니까 엄마가 고기랑 계란 가져가서 라고했다. 흐억. ㅋㅋㅋ 공주가 먹겠다고 한 그릇을 가져가서 운 거 였구나. 그래서 눈치없이(?) 내가 바닥 닦고 있는데도 고기! 한거였나?
엄마가 뭐 가져갔어? '고기랑 계란 !'
아, 엄마가 공주 먹으려고 하는데 고기랑 계란 가져가서 속상하고 슬퍼서 눈물이 났어?
끄덕끄덕.
'다음부터 하지마'
ㅋㅋㅋㅋㅋ
응 엄마 다음에는 공주 식탁에 있는거 치울때 꼭 물어보고 말하고 치울게.
반응이 너무 귀여워서 또 물어봤다.
공주 아까 왜 울었어?
엄마가 고기랑 계란 가져가서.
ㅋㅋㅋㅋ
아, 공주가 누룽지 위에 올라간 젖은 고기랑 계란말고 새거 먹고싶었는데 엄마가 가져갔어?
끄덕끄덕
그래서 서러워서 눈물이 났구나!
다음부터는 하지마~
ㅋㅋㅋㅋㅋ
가끔 피곤해서 징징이 모드가 될 때는 어! 징징이네, 징징그만, 좋게 말하자, 피곤하니 얼른 자자, 할 때도 있으나 잘 때는 어찌나 사랑스러운지.. 지금도 고개를 내 쪽으로 해서 두 손을 고개 아래 베개 위아래로 하나씩 모으고 자는데 숨이 멎을 정도로 귀엽고 예쁘다.ㅠㅠ
엄마의 불안과 걱정이 전달되어 세상을 무섭게 보지 않기를, 그리하여 아이의 사회성 발달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지고 분리불안이 없게 되기를, 세상을 믿을만한 곳으로 보는가?에 해당하는 발달과제를 잘 수행할 수 있기를.. 부디 어떤 큰 사건도 큰 사고도 없기를 .. 바라고 또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