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아이를 위해 사랑하지 않는 남의 아들과 사는법

직원이라면 이미 자를 생각 했을텐데

by 신의주


사랑하는 나의 아이를 위해 사랑하지 않는 남의 아들과 대화하며 사는 법


나로선 정말 이해가 안되고 놀랍기 그지없다.

그건 남편이 정말로 육아에 대해 아무 것도 안 하기 때문인데 어느정도냐면 가끔 엄선해서 꼭 봤으면 하는 훈육/성장발달에 대한 짧은 영상을 보내주면 그것도 안보고 글귀나 책의 문구를 보내줘도 묵묵부답이다.


매일 같이 아이와 대화하고 놀고 식사를 챙기면서 나에겐 아이가 너무나 소중하고 사랑스럽기에 아이가 심적, 외적으로 건강하게 잘 자라는 것이 가장 큰 생활의 줄기인 반면 아이 아빠라는 사람은 어떻게 그렇게 아이에게, 아이가 커 가는 일에 무관심 할 수 있을까 싶다.


엄마는 출산 1달만에 직장복귀를 했으나 고등학생 때까지 할머니의 부족함 없는 사랑으로, 어쩌면 너무 넘치는 아낌으로 왕자처럼 귀하게 자란 탓일까.

그래도 성장배경이 어떻든 아이의 아빠가 되면 헌신한다거나 때론 자신을 희생한다거나 아이를 위한다거나 하는 부분이 있어야하지 않을까 싶은데, 아니, 자연스럽게 그렇게 될 수 밖에 없는데.. 싶다.

거의 매일같이 회식하고 영업을 이유로 사람들과 술을 마시고 밤 12~2시 사이 귀가, 때로 일찍와 저녁을 함께 한다고 해도 겨우 본인 숟가락만 싱크대에 담그고 식탁, 부엌, 거실 등 빨래+세탁+놀이장난감 등으로 엉망인 집을 못 본척, 본인 방으로 들어가 문 닫고 휴대폰만 보기 바쁘다.

잠이 부족하다고 하는데 주말에도 늘 그지경이니 그저 인간이 아빠로서 가장으로서 덜 되먹은 모습으로 비춰질 뿐이다.


처음으로 어린이집 등원을 같이 가달라고 말했다.

집안은 난장판이고 밥을 먹을 새도 없이 아이를 등원준비 시켰는데 마침 늦게 출근해도 되는지 침대에 누워 있었기 때문이다.

아이 옷을 입히기 전에

쉬 하자~ 공주야 나가기 전에 쉬하자. 일어나서 쉬 안했으니까 변기에 앉자. 했는데

안해~ 안할거야! 외치는 30개월 딸.

바지에 쉬하면 친구들이 애~ 쉬했대 놀려

겨우 본인 샤워하고 옷만 입으면 되는 주제(?)에

이런식으로 수치심 유발발언을 하다니.

진짜 내가 참을 수 없는 부분이었다.

그렇게 말하면 수치심만 들지 다르게 말하는게 좋겠어 하니까

내 말이 틀린 것도 아니고 전문가들이 하는 말이 다 맞는 것도 아니고 무슨 말을 못해 !

하고 문을 쿵 닫아버린다.

왜 이렇게 이 인간은 오늘도 본인의 부족한 점을 끊임없이 드러낼까 할렐루야, 아멘... 없던 종교심마저 생기고 0.00001초만에 부처님과 예수님과.. 모든 성인들이 떠오르고 내 마음의 평화와 아이를 위한 예쁜 말하기 사이에서 방파제에 닿은 파도가 부서지는 듯하다.


씻고 나온 남편이 또 말한다.

그렇게 말하지 마 내가 무슨 말도 못하겠어!

어, 미안해 내가 너무 날카롭게 말했나봐.

아이 앞에서 아침의 평화를 위해 참고 또 참는다.


그래서 서로 사랑하라, 라고 했을까. 사랑이 답인가.

사랑하는 우리 아이의 마음을 위해 내가 참고 내 말하기를 바꾸고 그 인간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한다. 남의 아들을 사랑하지 않는 데 어떻게 사랑하나. 가장 큰 난제다.

아이학교에서는 엄마가 원장이라고 했다. 부족한 직원은 자르는게 답이고 썩은 뿌리는 도려내야하는데 그럴 수 없으니 내가 머리를 쥐어 짜 방법을 찾는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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