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의 비밀을 읽으며 드는 임신 막달의 마음들
초등학생. 정도 되면 아이와 함께 장시간 비행기를 탈 수 있을까.
같이 영화도 보고 책도 읽고 대화를 나누며 여행지에 대한 설렘을 나누고 가고싶은 곳을 함께 찾아볼 수 있을까. 고학년은 되어야할까. 중학생은 충분히 가능할 듯 싶은데 그보다 겨우 1년 어린 초등학교 6학년은 느낌이 또 다르다.
미국이나 유럽으로 14시간 이상 비행을 하는 곳으로 비즈니스 타고 떠났다 오고싶다. 현재 예정되는 가족은 4인인데 나는 다둥이를 원하지만 남편은 셋째까진 생각이 없다. 여행 생각하면 엄마옆에 한명, 아빠옆에 한명도 좋을 것 같다.
부부상담 이후 남편과 관계가 좋아져 남편에 대한 애정이 더 생기고 미운 마음이 줄어들어 이런 여행생각까지 하게 된 걸까. 지금 만 2살 첫째가 말을 점점 잘해서 대화하는 재미가 있는데 앞으로 커갈 모습이 더욱 기대가 된다. 오늘 문센 후 집에 와 손씻기 위해 화장실에 들어가서 보조 의자에 올라가기 전에 의자를 쳐다보며 물기가 있나? 하는걸 김포 할머니가 듣고 깔깔 웃으며 물기가 있나 ㅋㅋㅋㅋ 를 반복해서 말씀하셨다. ㅋㅋㅋ 물기라는 정확한 발음이 너무 웃기고 귀여웠다. 문센에서는 도화지 위에 공주 손가락을 펴서 올리고 손을 따라 할머니가 그림을 그리고 공주 손을 뗐다. 공주가 싸인펜을 찾아 들더니 손목부분 빈 곳을 쫙 그어서 손을 완성했다고 한다. ㅋㅋㅋㅋ 너무 귀엽고 웃겼다. ㅋㅋㅋ 이렇게 예쁜 공주랑 하루하루 지내는 요즘이 참 소중하다. 어머니와 공주를 뒤에 태우고 운전해서 문센 가는 길에 제가 집에서 여기 지하철 역까지 유모차 밀고 걸어왔었는데 그 체력이 다 어디갔는지, 지금은 생각도 못해요. 라고 했다. 운동을 한지가 언젠지 모를정도로 누워있어도 숨이 차고 남편말로 배는 터질것 같은 출산 d-day 25일 전이다.
빌라 매매가 언제 이루어질지, 또 우리가 매매할 아파트를 잘 구해서 언제 이사를 가게될지 미정인 요즘, 얼른 내 집으로 이사를 가서 정착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다가도, 이제 곧 떠날 이 전세집이 아쉽기도 하고, 여기서 공주가 돌이 되기 전부터 함께 해온 수많은 날들이 벌써 그립기도 하다. 바닥을 닦고 주방을 닦으면서 이 에너지를 내 집에 쓰고싶다는 생각을 하다가도, 여기를 닦고 청소하는 일도 조만간 끝나고 떠날 아쉬운 마음도 든다.
새로 이사갈 집은 매매할 예정이기에, 층간소음 없고 다정하진 않아도 무섭지 않은 이웃사촌들이 살고 있기를, 먼 사촌보다 나은 이웃들이기를 바라며 나도 괜찮은 이웃사촌으로 함께 어울릴 수 있기를 지금부터 소원한다.
12월 들어 어린이집 등하원과 겨울학기 두 문센수업과 중간중간 원데이 문센(클레이, 미술, 케이크 만들기 등), 그리고 계절변화에 따른 추위 대비(뽁뽁이, 방풍비닐 설치)와 화분 정리, 구피 분양, 잘 안 갖고 노는 장난감 정리, 첫째의 새로운 전집 당근, 장보기 어려워지고 하루가 다르게 느는 몸무게러 냉장고 정리와 배달 장보기 활용 및 집밥요리, 어린이집 상담과 다른 곳 알아보기 등등으로 책에 집중하기 어려운 2~3주를 보냈다. 지난 주 우연히 들린 도서관에서 첫째 눈높이에 맞았는지 책을 한권 꺼내 엄마 봐 하면서 내게 건넨 스님의 비밀 이라는 책에 빠져 거의 2주째 읽고있는데 매우 흥미롭다.
원래 절에 가는 것을 좋아하고 등산을 좋아해서 산에갔다가 절도가고 절 구경하는김에 산책하는 루틴으로 가족끼리 어렸을때부터 갔었고 결혼하고선 남편과 함께 종종갔다. 붓다와 행복을 위한 출가에 대해 생각하고 조계종의 체계와 스님의 하루 등을 재밌게 몰입해서 보게된다. 싯다르타 라는 책을 세번정도 빌렸다가 한 장도 못보고 반납했는데 모든 것을 가졌다가 다시 아무것도 없는 상태로 돌아간다는 내용으로 줄거리를 들은 기억이있다. 무소유, 미니멀리즘에 한창 빠졌던 나지만 아이와 함께하며 아이의 물건 그리고 아이를 케어하기 위한 물건, 안전과 건강, 재미를 위한 물건 등등 많은 것들이 필요하고 돈도 많이 들어간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소중한 아이와 함께 하는동안 살고싶었던 방향과 다른 생활을 하게 되지만 아이가 좀 더 크면, 내 집이 생기면, 내 방이 생기면, 어쩌면 내가 살고싶었던 방향으로 조금 더 갈수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행복을 위한 출가라는 말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행복이 삶의 목적이라고 하는데 행복은 추구의 대상이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돈도 행복도 삶의 목표나 어떤 추구할 이유가 될 수 없다. 삶은 지겨움과 외로움과 반복되는 생활을 즐거운 마음으로 견디고 그저 주어진 하루를 사는게 아닐까. 하지만 자꾸 내 집을 갖고싶은 욕심은, 주거안정을 위한 불안한 마음을 내려놓기 위한 목표일까 아니면 이 또한 버려야할 마음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