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 일기 1. 실수와 기도

부디 우리 아이에게 어떤 상처도 남지 않게 해달라고.

by 신의주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아이에게
내가 아픈 상처를 주고 말았다.

부산에서 복국을 먹고 계산을 하려는 순간이었다.
여행 경비가 거의 바닥났고,
남편은 본인만 돈 쓴다며 불만을 표하던 상태.
(사실 나도 내 몫을 많이 냈는데.)

임신 31주, 모든 게 귀찮고 숨 고를 틈도 없던 나는
폰을 켜서 카드 한도를 확인하고 있었다.
그때 아이가 쉬가 마렵다고 했다.

“빨리 다녀와.”
나는 남편에게 말했다.
느릿느릿, 마지못해 일어나는 남편에게
조금씩 쌓여 있던 짜증이 더 올라왔다.

그 사이에 잠이 덮친 나는
폰에서 적금을 해지해 12만 원을 옮기고 있었다.
그 순간,
분홍 장화를 신고 달려오는 발소리가 들렸다.

“아이고 우리 이쁜이 왔네~ 쉬했어?”
“응! 엄마 쉬해쪄!”

너무 귀여웠다.
그래서 더 마음이 아팠다.

계산대로 걸어가며 남편에게 물었다.

“변기에 휴지 깔았어?”
“응.”

하지만 불안은 사라지지 않았다.
처음으로 아이를 혼자 화장실 데려간 남편이
정말 휴지를 깔았을까?

똑같이 물으면 또 싸울까 봐
아이에게 돌려 물었다.

“아빠가 변기에 휴지 깔았어?”
“아니 안 깔아쪄.”

남편은 아무 말이 없었다.
그 단순한 ‘무반응’이
내 안의 불안을 더 크게 흔들었다.

그러다…
일이 벌어졌다.

차에 도착해 무심코 문을 확 여는 순간,
“으앙—!” 하는 울음이 터졌다.

그 자리에서 주저앉는 줄 알았다.

문 모서리에 아이 얼굴이 정확히 부딪힌 것이다.

가방을 바닥에 던지고
아이를 안고 달랬다.
얼굴을 확인했다가,
다시 달래고,
다시 확인하고,
가슴이 내려앉는 느낌이 계속 들었다.

왼쪽 이마에 파랗게 핏줄이 보였다.
남편이 다가오자 나는 울먹이며 말했다.

“오빠, 이거 좀 봐. 얼음 좀 사 와.”

날씨는 쌀쌀했고
아이에게 “병원 안 갈게” 하며 진정시키자 금방 울음을 멈췄지만
내 마음은 무너져 있었다.

응급실 갈까?
소아과 갈까?
어디가 맞는 걸까?

아이는 계속 물었다.

“응급실 가? 으앙…”

처음 듣는 단어인데
그곳이 ‘안 좋은 곳’이라는 걸 본능적으로 아는 듯했다.
그게 더 마음을 찢었다.

소아과는 대기만 1시간.
마스크 낀 독감 환자들로 가득했다.
정형외과에 전화하니 바로 가능하다고 해서 이동했다.

의사는 말했다.

“잘 먹고 잘 놀고 구토 없으면 대부분 괜찮아요.
그래도 골절 의심되면 X-ray 찍어야 합니다.”

찍을게요— 했다가,
촬영실 문 너머 방사선 기계를 보자
갑자기 노출이 너무 걱정됐다.

“안 찍을게요.”
그러다 의사가
“작은 골절은 X-ray로만 확인돼요” 해
다시 “그럼 찍을게요.”
나는 완전히 혼란스러웠다.

임신한 나는 방 안에 들어갈 수도 없었고
문 밖 멀리 의자에 앉아 폭풍 검색을 했다.

그때 또
다다다—
하는 발소리와 함께
울다 지친 아이가 나를 향해 달려왔다.

골절은 없단다.
진료비 7400원을 계산하고 나오면서
나는 계속 아이 이마를 확인했다.

조금 붓는 것 같고
멍도 조금 보이고
괜찮은 건지
아닌 건지
알 수가 없었다.

혹시 눈이었으면?
혹시 내부 손상이면?

상상은 순식간에 최악으로 뻗어나갔다.
숨이 막혔다.

나는 아이를 안으며 계속 말했다.

“엄마가 미안해.
다음엔 꼭 조심할게.
눈으로 확인하고 열게.”

그때 딸이 말했다.

“엄마, 다음에 조심해.”
그리고
작은 손가락으로
다친 이마를 콕 짚었다.

그 순간 또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저녁 식사 도중,
아이는 갑자기 “엄마 안아” 하더니
내 품에서 바로 잠들었다.

직원이 가져다준 의자 두 개를 붙여 눕히니
자는 얼굴이 어찌나 예쁘고 사랑스럽고 미안한지
눈이 자꾸 흐려졌다.

괜찮아, 괜찮을 거야.
그렇게 되뇌며 밤을 보냈지만
새벽도 되기 전에 눈이 번쩍 떠졌다.

다시 확인하고,
다시 토닥이고,
또 걱정하고.

나는 그날 밤
기도했다.

부디,
부디 우리 아이에게
어떤 상처도 남지 않게 해달라고.

그리고 나에게도
아이를 지킬 힘을 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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