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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정우 Oct 28. 2024

소녀와 함께

마리모와 함께하는 하루

2024/10/28

오늘의 날씨:구름이 조금 낌

기분 상태:좋음


아침에 가방을 싸들고 학교로 갔다.

마침 월요병이 돋아 아침부터 중얼중얼 대며

등교를 했다. 별다른 거 없는 똑같은 하루다.

4교시가 끝나고 점심을 먹으러 갔다.

점심으로는 마라탕이 나왔다. 맛이

묘한 게 육개장인 듯 마라탕인 듯 맛이 거시기했다.

그래도 먹을 만은 했다. 점심을 다 먹고 6교시까지

끝냈다. 방과 후에는 미술 방과 후를 들었다.

오늘은 방과 후 때 우리 학교를 그렸다. 하늘이 예쁜 것이

하늘도 그리면 좋겠건만 나의 스케치북은 작았다.

작은 스케치북에 더 크고 아름다운 것들을 넣는 건

무리였다. 아마도 속이 좁으면 그 좁은 속과 같은 것을

넣게 된다는 뜻이겠지 하며 그림을 그렸다. "처음 하는 것

치고는 잘 그린듯하다."라고 미술선생님이 말하셨다.

나는 좋았다. 그냥 칭찬을 받으면 좋다. 칭찬을 받으면

좋아하는 건 모든 사람이 그렇다. 나는 모든 일과를 끝마치고 집으로 가서 마리모를 본다. 토요일부터

내 방에는 식구가 셋이나 늘었다. 그 셋이 모두 마리모다. 원래는 두 마리였다. 그 두 마리가 커지고

하다 보니 내가 마리모 털을 각각 떼어내 붙였다.

동골동골하게 말면 또 하나의 개체가 되는데

나는 경식이라고 이름을 정해줬다. 엄마는 춘자

아빠는 순철이 이름은 하나 같이 할아버지, 할머니 같은

이름이다. 할머니 할아버지처럼 만수무강하라는 의미로 이렇게 지어줬다. 뭐 이름은 그렇고 말도 못 하는

조고만 한 걸 키워봤자 뭐 하냐라고 하는 친구들도 있었다. 나는 다르다. 말은 못 하지만 하나의 생명체인걸 생각해 보면 나름의 친밀감이 생긴다. 밥도 주고 물도 갈아야 한다. 친밀감이 없다면 이런 일도 안 해도 된다.

경식이

이게 우리 경식이다. 코딱지 만한 것이 얼마나 귀여운지 모른다. 나도 왜 귀여운 건지 모르겠지만 키운다는 마음으로 대하면 귀엽다. 물론 밥 주고 물 갈아주고 하는 게 그만이지만 그 정도의 애정도 없으면 진즉에 버렸을 것이다. 나는 어려서부터 식물이 참 좋았다.

말도 없이 물만 잘 주면 쑥쑥 크는 것이 얼마나 신기한지

나는 어렸을 때 식물한테 노래도 해줬다. 잘 자라라 어서 자라라 하면서 얼른 보고 싶은 맘에 노래도 해준 것이다.

지금은 블루투스 스피커로 노래를 들려준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노래인 이문세의 소녀라는 노래다.

09년생 16살이 듣기에는 오래된 노래 같아 보여도

노래는 참 좋다. 노래에서 "난 항상 그대 곁에 머물겠어요. 떠나지 않아요."라고 나온다. 내가 나의

마리모들을 버리지 않는다는 애정이 담긴 거 기도 하다.

내가 그린 경식이

내가 그린 경식이다. 그냥 보이는 느낌대로 그려본 것이다. 나는 내일에 무슨 노래를 들려줄지 고민하려 이만 끝내야겠다.



내일의 날씨:흐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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