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윤재 Sep 24. 2022

3편. 지구행 우주선을 타고

<지구행 우주선을 타고>


전 어렸을 때는 악몽을 꽤 자주 꾸는 편이었습니다. 그런데 신기하게 고등학생 무렵부터는 악몽을 덜 꾸게 되더라고요. 특별한 변화가 있었던 건 아닌데 말이죠. 그래서 성인이 된 이후에는 거의 악몽을 꾼 적이 없는데 몸이 힘들 때는 악몽을 꽤 자주 꾸게 되더라고요. 이 글을 쓸 때쯤에도 컨디션이 좋지 않아 악몽을 연달아 꿨었는데, 그 와중에 꾸게 된 기분 좋은 꿈이 있었답니다. 그 꿈이 너무도 생생해서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메모장을 펼쳐 꿈의 내용을 얼른 옮겨적었습니다.


저의 꿈 노트 세 번째 장을 여러분과 공유해보려고 합니다.

-이 글은 제가 꾼 꿈을 바탕으로 각색을 통해 짧은 소설 형태로 정리한 글입니다.    


*


먼 미래의 어느날, 달과 지구를 오갈 수 있는 우주 관광 산업이 상용화되었다. 하지만 아직은 달로의 티켓이 천문학적인 비용으로 거래되던 시점, 나는 운 좋게 그들의 초대를 받아 올해의 마지막 달 관광용 우주선에 탑승권을 얻을 수 있게 되었다.


탑승을 확정 짓기 위한 모든 절차를 완벽하게 수료하는 데에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사이 계절이 바뀌었다. 늦가을이 가고 초겨울이 찾아왔다. 날이 점점 쌀쌀해져서 한 겹 두 겹 옷이 두꺼워졌다.


우주선에는 다양한 국적과 연령대를 가진 약 스무 명의 탑승객들이 탈 수 있었고 어렵지 않게 가족 단위의 탑승객들도 볼 수 있었다.


달에서의 여정은,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운석 구덩이들에 이름을 붙이고 가로등 대신 별이 빛나던 하늘을 올려다보며 별들이 만든 지름길을 세어보는 나날들의 연속이었다. 달에 착륙하기 직전 보았던 낯선 달의 뒷모습은 앞으로도 종종 그리울 것 같았다.


이 우주선에서 내리게 된다면 나는 늘 그랬듯 달을 보며 소원을 빌고 달이 모습을 드러낼 때까지 하루를 살아갈 것이다. 가끔은 중력에 이끌려 어깨가 무거워지고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겠지만 그럼에도, 이 순간을 떠올리며 나를 태운 이 거대한 우주선처럼 다시 유유히 벅차오를 수 있지 않을까?


우주선이 다시금 지구의 궤도에 진입했을 때는 눈도 내리지 않았고 바람도 불지 않았지만 미세한 햇빛이 새어 나오던 그런 겨울의 어느 날이었다.

사뭇 낯선 풍경과 사뭇 달라진 것 같은 분위기 속에서 우주선은 무사히 착륙했고, 나는 큰 캐리어 하나를 품에 안은 채 지구에 발을 내디뎠다.

저는 어렸을 때부터 우주를 좋아하던 우주덕후랍니다!




*글과 사진의 무단도용을 금지합니다.  

작가의 이전글 2편. 세상을 크레파스로 칠할 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