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날들

약발 잘 받네.

by 바닐라라떼

왼쪽 콧구멍이 막히기 시작하면 계절이 바뀌는구나, 실감한다. 봄, 가을이 되면 비염이 나타나는데 며칠 전 일교차가 심해지자 어김없이 왼쪽 콧구멍이 막히기 시작했다. 재채기가 나고 맑은 콧물이 흐르기도 했다. 그러다 목구멍이 따끔거렸다. 피곤해서 목이 부었나 보다 생각하고 따듯한 물을 마시고 비타민을 챙겨 먹었다. 그런데 다음날이 되자 침 넘길 때마다 동반되는 통증이 예사롭지 않았다. 아, 또 생겼구나.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때 입안에 구내염이 생기곤 했다. 항상 편도 부위에 생겨 음식을 먹는 것은 물론, 침을 삼키고 말을 할 때도 불편하고 통증을 느끼곤 했다. 한동안 괜찮다 했는데 이번에 또 생겼다. 글을 쓰고 캘리를 한답시고 매일 늦게 잠들고 아빠 기일 전후로 마음이 힘들었던 게 이유인 듯하다. 참아볼까 했는데 귀까지 욱신거리는 통증으로 잠을 설칠 정도라 병원을 찾았다. 전에도 같은 증상으로 병원을 찾은 적이 있어서 의사 선생님은 요즘 피곤한 일이 있었냐고 물으셨다. 입안에 소독약을 발라 주시곤 푹 쉬라며 약을 처방해 주셨다.


얼마 전 입안에 구내염이 생겼던 남편은 나에게 많이 아프겠다며 걱정을 했다. 전에 생겼을 때는 그런가 보다 무덤덤하더니, 역시 사람은 자기가 겪어봐야 그 고통을 아는 법이다.


처방받은 약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항생제, 소염제, 비염약, 소화제. 약마다 어쩜 색이 곱기도 하다. 먹기 싫지만 침 삼킬 때마다 아픈 것보단 낫다는 생각에 약을 꿀꺽 삼켜본다. 약들은 내 몸속으로 들어가 서서히 반응을 일으킨다. 침 삼킬 때 통증이 조금 나아졌음을 느낀다. 눈꺼풀이 무거워지고 머리가 멍해진다. 핑크색 조그마한 반쪽 짜리 약이 비염약 이랬다. 약 봉투에 졸음 주의라고 씌어 있다. 비염약이 내 몸에서 일으키는 반응이 생각보다 커서 놀랐다. 잠이 쏟아진다. 잠자리가 바뀌면 깊은 잠을 도통 자지 못하는 내가 캠핑을 가는 동안에도, 가서도 코를 골며 잠을 잤다. 돌아오는 내내 차창 밖으로 보이는 초록의 아름다운 산과 호수를 눈에 담으려고 애썼지만 어느 순간 나는 또 잠이 들어버렸다.


비염으로 막히는 콧구멍과 목구멍에 생긴 작은 구내염 하나가 내 삶의 질을 떨어뜨렸다. 이젠 그 증상을 완화하겠다며 먹는 작은 알약들이 나를 무기력하게 만든다. 하고 싶은 것도, 해야 할 것들도 많은데 자꾸만 눕고 싶다. 이렇게 누워 쉬어도 되나, 자도 되나 싶지만 달리 다른 방법이 없다. 이제 두 봉지 남은 약만 먹고 괜찮아졌으면 좋겠다. 다음 주부터는 내 원래의 컨디션을 찾고 싶다. 그래서 글쓰기도, 캘리도 다시 정성을 들이고 싶다. 성큼 다가온 가을을 반갑게 맞고 싶다.


그런데 지금 난 졸리다. 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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