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천히 크렴

새 신발 산 날

by 바닐라라떼


3살 터울 나는 아이들을 혼자 키우면서 많이 울었다. 아이들이 어릴 때 체력적으로 참 힘이 들었다. 큰아이는 겁이 없어서 잠시만 한눈을 팔면 제멋대로 돌아다니기 일쑤였다. 온 집안을 들쑤시고 다니며 사고를 쳤다. 낮에는 아이를 쫓아다니느라 진땀을 뺐고, 밤이면 아이를 재우느라 안간힘을 썼다. 엄마 없이도 잘 노는, 뭐든 적극적인 아이가 밤이 되어 재우려고만 하면 그렇게도 나를 애태웠다. 노래를 불렀다가 이야기를 했다가 혼을 내기도 했다가 이 방법 저 방법을 다 써봐도 아이는 잠들지 않았다. 매일 1시간 이상씩 걸려 어렵게 아이를 재우고 나면 그렇게 눈물이 났다. 비로소 혼자만의 시간이 되었는데 엉망인 집안과 내일이면 다시 이 짓을 반복해야 된다는 생각에 밤마다 울었던 것 같다. 기댈 곳이 없었고, 숨 쉴 틈이 없었다. 누구는 친정에 가서 며칠씩 지내면서 아이를 맡기고 친구도 만나고 남편과 데이트도 한다던데 남들에겐 쉬운 일이 나에겐 어렵기만 했다. 내 손을 한 번도 떠나본 적 없던 아이는 그야말로 '엄마 껌딱지'였다. 매일같이 생각했다. 아이가 빨리 컸으면 좋겠다고 말이다.


그렇게 힘들어했으면서, 하나만 낳겠다고 다짐했던 것을 잊고 하나 더 낳고야 말았다. 작은 아이는 큰 아이와 달리 배불리 먹여 놓음 혼자 잠드는 순둥이였다. 하지만 나와 집에만 있어서 그런가 그렇게도 낯을 가렸다. 다른 누군가와 눈만 마주쳐도 서럽게 울어댔다. "아무도 쳐다보지 마세요. 관심 갖지 말아 주세요." 이 말을 입버릇처럼 했다. 큰아이와는 달랐지만 작은 아이 역시 '엄마 껌딱지'였다. 항상 평균보다 컸던 아이를 내 몸에 매달고 다닐 수밖에 없었다. 작은 아이를 아기 띠에 매달고 큰아이 손을 잡고 다니던 그 시절. 아이들이 빨리 컸으면 좋겠다고, 매일같이 생각했다.


언제 커서 자기들 앞가림을 할까 했던 아이들이 어느덧 10살, 7살이 되었다. 여전히 내 손이 필요한 것들이 있긴 하지만 스스로 할 수 있는 것들이 많아졌다. 큰 아이는 자기 사생활이 있으니 방에 노크를 하고 들어오라고 하기 시작했고, 작은 아이는 내년에 학교에 간다며 볼일 보고 스스로 뒤처리를 하기 시작했다. 또한 큰 아이는 혼자 학원을 오가는 게 가능해졌다. 큰아이가 작은 아이까지 챙겨서 다니는 일도 많아졌다. 덕분에 나는 숨 쉴 틈이 생겼다.


"엄마가 도와줄까?" 하는 말에 "아니."라는 대답을 듣게 되면 마냥 좋을 줄 알았다. 막상 아이들이 스스로 할 수 있는 것들이 많아지자 나는 아쉽기만 하다. 귀여운 모습을 많이 벗은 큰 아이를 보면 벌써부터 지금 이 모습이 그리워진다. 작은 아이의 목소리는 또 어떠한가. 키가 워낙 큰 아이라 어리다는 생각을 잠시 잊다가도 목소리를 들으면 저절로 미소 짓게 된다. 그런 작은 아이가 크는 모습을 보면 그렇게 아쉬울 수가 없다.


아이들의 발이 그새 또 커서 운동화를 새로 사러 갔다. 이젠 내 마음대로 사서 들이밀 수가 없어서 함께 가서 골랐다. 아이들은 운동화를 눈여겨보더니 마음에 드는 것을 골라 신중하게 신어봤다. 이제 큰아이는 220mm, 작은 아이는 200mm를 신게 됐다.


아이들이 빨리 컸으면 좋겠다고 매일같이 빌던 내가 이젠 천천히 컸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새 신발을 신고 신이 난 아이들을 보면서 지금 이 모습을 아낌없이 사랑해 주어야겠다고 다짐해본다.

작가의 이전글흔들리는 날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