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아까운 계절
<뭐 하는 거야. 오늘 같은 날 자전거 타야지.>
작은 아이를 등원시키고 돌아서는 순간 바람이 내게 말했다. 살랑살랑 불어와 내 귓가를 간지럽히며 어서 자전거를 타라고 속삭였다. '그러게, 자전거 타면 딱 좋을 날씨다.' 속으로 대답하면서 시간을 확인했다. 큰아이는 줌 수업을 시작했을 것이다. 알아서 접속하고 수업태도도 나쁘지 않기에 이젠 특별히 신경 쓸 게 없다. 매일 아침 작은 아이를 등원시키고 걷다가 커피 한 잔을 사서 집에 들어간다. 오늘도 어김없이 걷다가 커피 한 잔을 샀다. 바람이 시원하면서도 부드럽다. 자꾸만 나를 유혹했다.
그래. 자전거를 타자.
커피가 애물단지가 됐다. 빨리 자전거를 타고 싶어서 엉덩이가 들썩였다. 커피를 원샷 하다시피 하고 자전거 타러 갈 준비를 했다. 세수도 하지 않은 얼굴에 선크림을 발랐다. 내 피부는 소중하다며 당당했다. 방문을 빼꼼히 열고 큰아이에게 "엄마 자전거 타고 올게." 속삭였다. 큰아이는 알았다며 어서 가라고 손짓을 했다.
자전거에 오르니 이제서야 제 컨디션을 찾은 것만 같았다. 페달을 밟는 다리가 가볍게 느껴졌다. 조금만 더 가볼까. 혼자서 이 정도 거리를 나온 건 처음이다. 남편이나 동네 언니와 같이 탔는데 오늘은 혼자다. 누군가와 꼭 함께 해야 하는 건 아니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예전에 나는 혼자 하는 걸 잘 못했다. 혼자 밥도 못 먹었고, 혼자 영화도 보러 가지 못했다. 꼭 누군가와 함께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외로웠던 것 같다. 그런데 이젠 혼자만의 시간이 편하다. 누군가와 시간을 맞추느라 애쓰는 것도 힘겹고, 많은 시간을 투자하는 것도 사실 좀 아깝다. 이렇게 갑자기 자전거가 타고 싶어진 날 혼자 나설 만큼 나는 달라졌다.
자전거를 타고 달리다 보니 눈앞에 그림이 펼쳐졌다. 혼자 타는 거라 누구 눈치 볼 것도 없이 내 맘대로 속도를 조절하고 중간에 멈춰 서서 사진도 찍었다. 하늘이 너무 예뻐서, 길이 너무 예뻐서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다.
남편과 함께 갔던 코스대로 가고 싶었지만 오랜만에 하는 라이딩이기에 무리하지 않기로 했다. 적당한 곳에서 유턴을 해서 다시 돌아왔다. 딱 1시간을 탔다. 아이는 줌 수업을 잘 하고 있었다. 샤워를 마치고 기분이 좋아진 나는 집안일을 시작했다.
바람의 유혹에 넘어가길 잘했다. 오늘 자전거 타길 참 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