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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닐라라떼 Feb 19.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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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히 쉬세요.

"OO아. 나 어떡해...?"


오랜만에 친구에게 전화가 왔다. 한때는 모든 걸 공유했던 친구였다. 그런 우리가 사는 게 바쁘다고 한동안 서로가 서로에게 연락조차 하지 못했다. 내 가장 오래된 친구, 소중한 내 친구가 수화기 너머에서 울고 있었다.



"아빠가 돌아가셨대. 아빠가 죽었대...."


무얼 해야 하는 거냐고, 어떻게 이럴 수가 있는 거냐고 묻는 친구의 이야기를 그냥 들어줄 수밖에 없었다. 지금 이 순간 위로랍시고 하는 말들이 오히려 당사자에겐 독이 될 수 있다는 걸 나는 너무나 잘 안다. 울면서도 친구는 내게 미안하다고 했다. 나를 찾아준 친구가 나는 오히려 고마웠는데 말이다.



"여길 또 오게 했네.. 미안해.. 그때 넌 어떻게 치러냈니.. 나는 나이라도 먹었지.. 그때 넌 너무 어렸는데..."


친구에게 달려갔다. 제일 먼저 가고 싶었다. 친구가 내게 그랬듯이 말이다. 친구 아버지를 모신 곳은 우리 아빠를 모셨던 곳이기도 했다. 아빠가 돌아가신 지 20년이 됐으니... 그래. 20년 만이다. 아빠가 돌아가신 그날.. 그때 나에게 제일 먼저 달려와 준 사람이 바로 이 친구였다. 그때가 생각나서 어금니에 힘이 들어갔다. 친구는 나를 보자 소리 내어 울었다. 울음소리가 섞인 여러 말들을 했다. 나는 그런 친구를 안고 등을 토닥이며 함께 울었다. 그때 친구가 내게 그랬듯이 이다.


인생이 허망하다 했다. 거짓말 같다고 했다. 준비되지 않은 이별은 참으로 잔인하다. 나이가 들었다고 결코 쉬운 이별이란 없단 말이다. 지난 20년간 내가 경험하고 느꼈던 것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이젠 담담하게 친구를 위로할 수 있었다. 친구는 오히려 그때의 나를 위로했다. 우리는 서로 마주 보며 또 한 번 눈물을 흘렸다. 연락을 드려볼 걸 그랬다며 자기 탓이라고 속상해하는 친구에게 그 어떤 것도 네 탓이 아니라는 말을 해주었다. 지금 내 말이 잘 들리지 않겠지만 친구가 부디 죄책감을 갖지 않길.. 진심으로 바란다.



인생은 한 치 앞도 알 수가 없다. 우린 사랑하는 사람들과 언제 어떻게 이별할지 모른다. 그렇기에 지금 이 순간 곁에 있는 사람을 더 소중히 여기고 사랑해야 한다.




편히 쉬세요.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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