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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닐라라떼 Feb 09. 2022

엄마. 돈이 많으면 행복해?

돈으로 행복을 살 수 없다.

"엄마. 우리 집은 부자야?"


응? 갑자기? 밥을 먹다가 하는 질문치고는 꽤 난도가 높다. 것도 큰아이가 아닌 작은 아이가 한 질문이었다. 어디서 무슨 글을 본 건지, 이야기를 들은 건지 모르겠지만 아이는 꽤나 궁금하다는 눈빛을 하곤 내게 물었다. 아이들이 질문을 하면 아는 선에서, 최대한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게 답을 해주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게 이야기를 하는 게 쉽진 않지만 이런 과정 자체가 좋다. 아이들과 다양한 주제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큰 행복이라 생각한다. 내가 바로 답을 내놓지 않자 아이는 다시 한번 물었다.



"엄마. 우리 집은 그럼 옛날이면 초가집이야?"


아이의 질문에 한참을 웃었다. 그러면서도 초가집에 살았을까? 에이, 초가집은 아니겠지. 그럼 양반이었을까? 기와집에 살았을까? 어땠을까?, 하고 상상해 보게 됐다.



"엄마. 돈이 많으면 행복해?"


작은 아이의 질문은 계속됐다. 작은 아이는 어느 책에서 봤다면서 돈이 많으면 행복하냐고 물었다. 우리 집은 부자일까? 돈이 많으면 행복할까? 입안에 든 밥을 씹으며 생각했다. 아이들에게 뭐라고 답을 해줘야 할까. 



"어떨 것 같아? 돈이 많으면 행복할 것 같아?" 

"모르겠어."

"엄마도 잘 몰라. 그런데 엄마 생각엔 돈이 많다는 게 상대적인 거라서 많아도 많다고 못 느낄 것 같아. 나보다 더 많은 사람을 보고 비교하고 적다고 생각하겠지. 그럼 행복하다고 못 느끼겠지? 엄마 생각엔 돈이 많다고 행복하다고 말할 순 없을 것 같아."



내 이야기를 듣고는 있는 것 같은데 작은 아이 표정을 보아하니 무슨 말인지 잘 모르는 듯하다. 갸웃거리는 표정이 귀엽다. 다행히 큰아이는 얼추 알아듣는 눈치다. "엄마. 돈이 많다고 행복하진 않대. 내가 어떤 책에서 봤는데 그랬어. 행복을 돈으로 살 순 없다고."라는 기특한 답을 내놓았다. 



"돈은 꼭 있어야 돼. 사람이 살아가는 데 돈이 없으면 불편하고, 때로는 속이 상하는 일이 생길 수도 있어. 엄마는 그걸 경험해 봤거든. 그래서 우리가 먹고, 자고, 필요한 물건을 사고, 배움을 위해서 돈은 꼭 있어야 돼. 그런데 우리가 돈을 따라가서는 안돼. 돈에 끌려다녀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 어렵지?"

"응. 엄마 말이 무슨 말인지 대충은 알겠는데.. 자세히는 잘 모르겠다."

"우리는 부자일 수도 있고, 부자가 아닐 수도 있어. 그것도 생각하기 나름인 것 같은데?



너무 틀에 박힌 대답을 한 것 같지만.. 그래도 후회는 없다. 나름 희망이라는 답을 주었으니 잘한 거라고 말하고 싶다. 아이들이 하는 질문에 단순하게 답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언제 어디서든 아이들과 생각을 나눌 수 있으면 좋겠다. 때로는 의견이 맞지 않고, 이해가 되지 않아서 부딪히더라도 우리들의 대화가 끊이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아이들이 돈으로 행복을 살 수 없다는 말을 온전히 이해하는 어른으로 자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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