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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닐라라떼 Mar 18. 2022

어머님 생신을 앞두고

며느리의 생각은..

"자기. 이상한 게 있어. 생각해 봐. 장모의 생신엔 사위가 생신상을 차려드리지 않잖아? 그런데 시어머니 생신엔 왜 며느리가 생신상을 차려드려야 하는 걸까? 이상하지 않아?"



저녁을 먹으면서 남편에게 말했다. 남편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다음 주말 어머님의 생신을 앞두고 생각이 많아졌다. 시국이 이러한데 생신을 어떻게 보낼 것인가 생각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생각이 꼬리를 물었다. 



결혼한 지 햇수로 12년 차에 접어들었다. 그중 어머님 생신에 외식을 한 건 한두 번이었던가. 매년 내가 어머님 생신상을 차려드렸다. 솜씨는 없지만 집 밥을 좋아하시는 어머님을 위해, 늘 그렇듯 할 수 있는 선 안에서 최선을 다해 차렸던 것 같다. 하지만 지나고 보면 음식은 거기서 거기였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크게 바뀌지 않는 메뉴에 식구들이 질리진 않았을까. 그동안 맛없는데 참고 드셨던 건 아닐까. 뭐 그런 생각 말이다. 



그러다 꼭 생신상을 차려드려야 하는 가로 생각이 번졌다. 그렇다고 이 시국에 외식을 하는 것도 쉽지 않으니 머리가 복잡해졌다. 하루하루가 번호표를 뽑고 코로나 확진을 기다리는 것 같은 불안한 마음인데 왜 어머님은 그냥 넘어가도 된다는 말씀을 하지 않으시는 걸까. 이런 못난 마음까지 일었다. 친정 엄마 생신은 못 챙겨드렸는데 남편은 그새 잊어버렸나 보다. 



그래서 그런 말이 불쑥 튀어나왔는지 모르겠다. 그동안 내가 할 도리는 했다고 생각해서인지 남편은 내 말이 맞다며 모두가 편한 방법을 찾아보자고 했다. 외식을 하자고 했다. 와..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더니 이 남자 변했다. 신혼 초였다면 분명 싸움으로 이어졌을 뻔한 상황인데 말이다. 그동안 내가 잘 챙기긴 했나 보다. 



외식을 할까 했지만 식당은 8인까지만 가능하니.. 돌고 돌아 결국 우리 집에서 '내가' 치러야 할 것 같다. 할 수는 있지만 이상하게 마음에 들지 않는다. 나 혼자 다 준비하는 것도 싫고, 그렇다고 얼마 전 코로나 확진으로 아팠던 동서에게 음식을 만들어오라고 시키고 싶지도 않다. 나만큼이나 동서도 마음이 불편할 것이란 걸 알기에 이번만큼은 편하게 치러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편은 내 눈치를 보는 것 같다. 음식을 사다 먹자고 하기도 하고, 간단하게 하자고도 한다. 아무리 간단하게 한다 해도 손이 많이 간다는 걸 진정 모르는 걸까. 그러다 생각해낸 게 <케이터링>이다. 한 번도 주문해 보진 않았지만 색다르게 시도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은근슬쩍 남편에게 의사를 물었다. 반응이 나쁘지 않다. 




"엄마. 근데 옛날 며느리들은 힘들었겠다."

"그럼, 힘들었겠지. 어휴. 얼마나 힘들었을까.. 그런데 엄마는 못 견뎠을 것 같아. 아마 소박맞지 않았을까 싶네."

"왜?"

"이렇게 할 말도 하고 참지만은 않으니까. 옛날에 이랬으면 쫓겨났겠지."



요즘 시대에 태어난 걸 다행이라 여겨야 하나. 안 그래도 힘든 상황인데 쉽게 가자. 그렇게 해도 나쁜 며느리는 아닐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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