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두운 글을 쓴다.

희망을 꿈꾸며

by 바닐라라떼

쓰다 보니 또 어두운 글이다. 무거운 글이다. 이미 알고 있었지만, 글을 쓸 때마다 매번 확인하게 된다. 내 안에 짙게 깔려있는 어둠을.


외면하는 일만이 최선이었던 오랜 시간을 지나 이제 나는 그것들을 꺼내놓으려 한다. 먼지를 털어내고 다시 살펴보려 한다. 내가 놓친 것은 없는지, 오해를 했던 건 아닌지 조심스레 다시 바라보려 한다. 상처받은 어린 나를 만나 위로하고 안아주려 한다. 새로운 내가 되고 싶어서 용기를 내본다. 적당한 단어들을 고민하고 썼다 지웠다를 반복하며 끝내 글로 내놓는다. 마치 금기인 것을 세상에 내놓은 듯 그것들을 글로 풀어놓은 날이면 밤새 잠을 설친다. 동정 어린 눈빛과 관심이 받기 싫어서 더 강한 척하며 살았던 나와 실은 몹시도 위로받고 싶었던 내가 뒤섞여 밤새도록 벌을 받는다. 시간은 느리게 흘러가고 어느 순간 뒤를 돌아보면 한 계단 올라왔구나, 저 땅속 깊은 곳에서 한 계단 또 올라왔구나, 하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게 된다.


나는 어두운 글을 쓴다. 무거운 글을 쓴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런 글을 쓸 때 살아있다는 느낌이 든다. 진정한 내가 되는 기분이다. 혹자는 내 글이 너무 어둡고 무거워 불편하다 느낄지도 모른다. 그럼 나는 대답한다. 이 어두운 시간들이 지나고, 내 안에 있는 어둠을 퍼내고 또 퍼내다 보면 언젠가 자연스럽게 밝음이 찾아올지 누가 알겠느냐고. 지난 내 글들을 돌아보며 생각한다. 글로 큰 성공을 바라지 않는다. 내 글이 그럴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나는 왜 이런 어두운 글들을 쓰는 건가, 누구에게 무슨 이야기가 듣고 싶어서 미친 듯이 내 개인적인 이야기를 늘어놓고 있는 건가. 그건 살기 위해서다. 어차피 처음부터 나를 위한 글쓰기였다. 그 누구를 위한 것이 아닌, 첫 번째 독자인 나를 위한 것이었단 말이다. 그러니 지금도 충분하다. 내가 글을 쓰며 위로받고 좀 더 나은 삶을 살게 되었으니 이미 나는 성공한 셈이다. 만약 내 글로 위로받는 이가 단 한 명이라도 있다면 그건 베스트셀러 작가 부럽지 않은 일일 것이다.


아직도 꺼내 놓지 못한 이야기들이 많다. 내 손가락을 통해 글로 다시 태어날 이야기들이 아직도 내 안에 많이 남아있다. 그것들을 글로 옮기는 동안 고통스러운 벌을 받는 시간을 나는 또 견뎌야겠지만 그만큼 또 성장할 것임을 알기에 멈추지 않기로 한다. 겁내지 않기로 한다.


나는 오늘도 어둡고 무거운 글을 쓴다. 그리고 그 끝에 올 희망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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