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최선입니까, 확실해요?”<시크릿가든>(2010)
학원을 오가던 발걸음은 자동이었다.
몸은 움직였지만, 마음은 따라오지 않았다.
수학책을 펴면 공상이 먼저 재생됐다.
어느 날, 아버지가 말했다. “학원, 다 끊자.”
버스 창에 비친 내 표정은 뜻밖에 편안했다.
해방 같기도, 공백 같기도 했다.
겉으론 달라진 게 없었다.
여전히 앉으면 공상이 찾아왔고, PMP는 끝까지 재생됐다.
하지만 밤이 되자, 아무도 재촉하지 않는 방에서
처음으로 내 호흡을 만져 보았다.
TV소리 9. 앵커의 낮은 목소리가 방 안을 채웠다.
그때 떠오른 한 줄. “이게 최선입니까, 확실해요?”
예전엔 꾸중으로 들렸지만, 그날은 달랐다.
최선이 아니어도 된다. 가능한 것부터.
나는 내 방식으로 번역했다. “10분부터.”
범위는 크게 잡지 않았다.
첫 문장만 붙들고, 막히면 거기서 멈췄다.
다음 날은 그 지점부터 다시 켰다.
집에는 여전히 비교의 순서가 남아 있었지만,
내 안에는 다른 순서가 생겼다.
줄이고, 숨고르고, 내 차례에 켠다.
그 정도의 기술이면 그해를 견딜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