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륨 +1의 기술

"나를... 추앙해요." <나의 해방일지>(2022)

by 초이

새 회사 로비의 공기는 달랐다.

학력은 작은 글씨로 스쳐갔고, 묻는 건 막힘을 푼 순서였다.

과거는 배경으로 두고, 지금 작동하는 방법을 앞에 섰다.


무엇보다 소음이 없었다.

공지함은 동시에 열렸고, 초안은 먼저 손 든 사람에게 갔다.

회의실에서 목소리 크기로 결정되는 일도 드물었다.

바깥의 소리가 낮아지자 마음의 소리도 가라앉았다.


면접에서 물었다. "막히면 어떻게 해결하세요?"

"첫 문장부터요. 그리고 마감에서 거꾸로요."

이 한 줄이면 충분했다.

여기서 평가받는 건 과거의 스펙이 아니라 '지금의 방식'이었다.


입사 첫 주, 자리를 정리했다.
모니터 ON, 오른쪽에 물 한 컵,
메모장엔 첫 문장 1줄.
회의가 길어지면 말을 줄이고 결론부터 적었다.

선택의 장면.
메일 초안이 열려 있었다. 3쪽 보고서 대신
제목에 한 줄을 남겼다.
“이번 달 변동 사유 3, 조치 2. 본문은 링크.”
잠시 뒤 답장. “이대로 발송.”

변화는 기록에 남았다.
회의는 짧아졌고, 필요 없는 왕복 메일이 줄었다.
마감 전날의 지연이 사라지자,
하루 끝엔 ‘완료’가 자주 찍혔다.


드라마가 속삭였다. "나를... 추앙해요."

나는 조용히 번역했다.

추앙까진 아니어도, 오늘의 나를 인정하기.


오랫동안 맨 앞에 붙어 있던 학력의 볼륨을 낮추자,

학력은 소개의 맨 끝으로, 현재의 문장이 맨 앞으로 왔다.

그제야 알았다. 나아짐은 도약이 아니라 평범함이 회수라는 걸.

매일 +1, 그게 전부였다.

숨이 낮게 깔리자, 나를 돌볼 여유가 생겼다.

이제 내 방식으로 쌓은 리듬을, 타인과도 맞춰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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