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버튼, 다시 함께

"달의 뒷면보다 심해에 대해..."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2022)

by 초이

평일 밤의 집엔 장면들이 포개졌다.
드라마 한 편, 책 몇 쪽, 강아지 배 한 번.
엄마와 같은 장면에 동시에 웃는 순간들.
그 몇 컷이 하루의 소음을 낮췄다.

돌이켜보면 나는 늘 쫓겼다.

비교는 밖에서만 오지 않았다.

내 안의 목소리도 나를 깎았다.

그걸 알아차린 뒤, 먼저 그 소리를 낮췄다.
그리고 내 화면으로 돌아왔다.


그 이후로는 쫓기기 위해 누르지 않았다.
능력을 올리고, 나를 돌보고, 내가 좋아하는 것을 찾기 위해 눌렀다.
내려가 있던 자존감이 서서히 제자리로 돌아왔다.


과정도 바뀌었다.

옛날엔 못난 부분을 가리느라 바빴다.

지금은 포장하지 않고 말한다.

"이번엔 떨어졌어. 막힌 지점은 여기. 다음엔 고친다."

숨기지 않아도 괜찮았다. 한 칸씩이면 닿았다.


취향도 또렷해졌다.

클래식 30분 플레이리스트와, 조용한 골목 산책 20분, 따뜻한 차 한 컵.

나에게 집중하자, 가끔 찾아오던 불안도 줄어갔다.


고래가 화면을 가르고, 심해의 푸른빛이 방을 스쳤다.
“달의 뒷면보다 심해에 대해 아는 게 훨씬 더 적다는 걸 아십니까?”
타인의 마음도, 내 마음의 바다도 그렇다.
가끔은 물살이 세면 제자리에서 맴돌기도 하지만, 그 또한 내 바다의 일부다.

예전엔 결과만 크게 보였지만,
이젠 과정의 호흡이 먼저 들린다.
“왜 난 저기 없지?”에서
“나는 내 물살을 가르고 있네.”로.

하루를 닫으며 세 줄만 확인했다.
채워졌다면, 그걸로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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