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만난 수영

수영, 다시 시작

by 김훗날

수영을 시작한 지 세 달째다. 수영을 처음 배우는 것은 아니다. 이십여 년 전. 접영 다리 동작과 팔 동작을 배우고 연결하지 못한 채 그만뒀었다. 몸으로 익힌 건 근육이 다 기억한다던데, 내 몸뚱이는 기억력이 그리 좋지 못한 것 같다. 나는 석 달째 여전히 초급반 수강생이다.


과거 수영을 배울 적에 물속을 엄마의 자궁 속처럼 편안하게 느꼈던 때가 있었다. 솔직히 말하면 자궁 속에서 편안했었는지 아니었는지는 모른다. 많은 사람이 물에서 느끼는 편안함을 엄마의 자궁과 연관 지어 표현했다. 이 험난한 세상에 태어나기 전만큼은 편안했었으면 하는 짠한 희망으로 그렇게 말하는 것 같기도 하다. 수영을 배우면서 물에 대한 공포를 이겨내고 평온함이 찾아오자, 나도 어쩔 수 없이 그 흔한 말을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 지금도 태아인 그때처럼 느끼느냐고 묻는다면, “아니요!” 하나도 편하지 않다. 자궁에서 빠져나온 이후의 시간이 더 길어졌기 때문일까, 세상 사람들의 말에 의심이 많아져서일까. 아마도 초급반 수강생이기 때문이겠지. 엄마의 자궁이고 뭐고 기억나지 않는 과거는 생각할 수도, 떠올릴 겨를도 없다. 수영장 락스물속에서 나는 편치가 않다.


수영할 때 팔다리를 움직여 앞으로 나아가려 하면 호흡이 가빠온다. 들숨과 날숨의 엇박자에 코와 입으로 물이 들어와 켁켁거리기 일쑤다. 언제쯤 호흡이 자연스러워질 수 있을까? 이 수영장 물을 반쯤 마신 후에야 괜찮아질까? 오늘 아침에도 수영장 난간에 기대어 숨을 몰아쉬었다. 얼굴은 보나 마나 벌겋게 타올랐겠지. 얼굴에 열감을 자주 느낀다. 호흡곤란이 주원인이겠지만, 수영 잘하는 할머니가 되고 싶은 열망이 얼마만큼의 이유이기도 할 것이다.

나 비록 수영하기가 힘들어도 재미있어 죽겠다. 좀 더 잘하고자 하는 마음에 어떻게 하면 어깨를 써서 팔을 돌릴 수 있을지, 다리가 가라앉지 않게 하는 방법이 무엇 일지에 관해 블로그 글과 유튜브 영상을 자꾸 찾아본다. 영상을 보다 보면 어느새 내 머릿속에는 예쁜 수영복을 입은 내가 물을 매끈하게 가르고 있다. 배시시 웃음이 새어 나온다. 침 닦고 현실을 마주하자면, 헉헉, 켁켁, 호흡은 물론 사지 컨트롤도 못하는 채로 물에 빠져있는 내가 있다. 그래도 빙긋이 미소 지어진다. 잘해보고자 하는 마음이 있고, 할머니가 되기까지 아직 시간이 있다. 그 시간 동안 재미있게 지내면 된다. 나는 내향형이니까, 천천히 조금씩 수영과 친해지면 되는 것이다. 잘 지내보자, 수영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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