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과 사랑에 빠지다

수영, 네가 좋다.

by 김훗날

당첨 문자가 왔을 때, 망설였다. ‘등록하지 말까?’


건강과 다이어트를 위해 운동은 해야겠고, 뭐 할까? 그렇게 고민하다 수영을 다시 해볼까 싶어서 회사 근처 공공체육시설에 신청했었다. 당연히 떨어질 줄 알았다. 워낙 경쟁이 치열하니까… 몇 년 전에도 몇 번 신청했다가 떨어졌던 경험이 있었다. 당첨되었다는 문자에 당황했던 건 과거의 경험을 볼 때 당연한 반응이었다. 수영을 하겠다고 마음먹었으면 당첨문자에 좋아해야 하는 것 아닌가 의아할 수 있겠다. 솔직히 나는 수영을 하겠다고 마음을 굳게 먹지 않았다. 뭐라도 건강 챙김 시늉을 해야 할 거 같아서, 그래서 신청했었다. 돼도 그만, 아님 땡큐! 신청하는 행위 자체로 건강을 생각하는 나란 인간이 마음에 쏙 들었다고나 할까?


수영을 하고 싶으면서도 싫었던 이유 중 하나는 씻고 또 씻는 것. 이러한 비효율과 귀찮음이었다. 더불어 육체적으로 힘든 상황임에도 선생님이 돌라고 하니까 앞사람을 따라 돌아야 하는 고통. 다시 말해 자유 없음도 큰 이유였다.


여름날 주말 오후. ‘심심하니 수영장이나 가볼까?’ 하는 마음이 들 때, 바로 그때 한산한 수영장을 찾아가서 슬렁슬렁 발차기 좀 하다가, 마음 내키면 손도 좀 저어주는 정도. 딱 그 정도가 내가 수영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비결이라면 비결이었는데… 좋았던 추억마저 사라질까 봐.. 걱정이었다.


괜한 걱정이었다.

‘어렵다는 수영 레슨이 당첨되었으니, 한 달이라도 해보자.’ 하고 다시 시작한 수영이 내 하루하루를 바꿔놓았다. 삼 개월째 접어들어 나는 매일 아침 수영장에 간다. 물론 레슨이 없는 날은 씻으러 가는 경향이 없지 않아 있지만, 씻은 후에 자연스럽게 수영복을 입고 있다. 그런 나를 보며 나도 놀라곤 한다. 출근 시간의 압박이 있어 20분 밖에 못할지라도 수영장 물에 몸을 담근다. 도서관에 가면 수영 관련 책을 찾아보고, 유튜브 수영 콘텐츠를 보고 또 본다.


자꾸 보고 싶고, 만나고 싶고, 더 많이 알고 싶은 것이 사랑이라고 정의하면 나는 수영과 사랑에 빠졌다. 사랑에 이유가 어디 있겠냐만은, 굳이 이유를 생각해 보자면 다음과 같다. 차근차근 다시 시작하는 재미, 초급반 특성상 힘들게 뺑뺑이를 돌지는 않으니 몸과 마음에 여유는 있으면서도 약간의 강제성에 물놀이가 아닌 운동이 되는 점, 몸을 쭉쭉 늘려 사용한 후의 개운함, 오늘 수영 완료의 뿌듯함이 있다. 또한 출근하려면 어차피 씻어야 하니, 수영장 가서 운동도 하고 씻기도 하고. 일석이조에다가 아침 일찍 길을 나서니 차도 밀리지 않아서 시간도 절약된다. 효율 끝판왕 반전 매력까지, 어떻게 사랑하지 않을 수가 있을까!


한겨울 차가운 바람에도 우리 사랑 이대로 변치 않길 바라며… 가쁜 호흡과 빨갛게 상기된 얼굴로 수영에게 고백을 해본다. “나는 네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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