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이름은,
우리 아이의 태명은, 앞서 이야기에 쓰인 것처럼 ‘통키’다.
맞다, 그 피구왕 통키.
어쩌다 우리 아들이 ‘통키’가 되었느냐고 묻는다면, 그건 임신 사실을 알게 되던 즈음, 친구들과의 한 대화에서 시작됐다.
주말 어느 날, 친한 친구 네 명이 있는 단톡방에서 갑자기 한 친구가 내게 묻는다.
> “홍글아, 너 혹시 임신했어?”
진짜 너무 뜬금없는 질문이었다. 임신 계획은 있었지만 막 열심히 시도하고 있던 것도 아니었기에 나는 웃으며 답했다.
> “하늘을 봐야 별을 보쥬? 나 아니여. 갑자기 왜.”
그 친구는 꿈 얘기를 꺼냈다.
자기가 내 배가 산처럼 나와 있는 꿈을 꿨다는 거다. 내가 해맑게 웃고 있었고, 너무 생생해서 그냥 넘어갈 수 없었다고.
그러자 또 다른 친구가,
> “응? 나는 마을이 활활 타는 꿈 꿨어! 이것도 태몽이라던데? 혹시 네 거였나?”
나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 “아니라니까ㅋㅋ 내 꿈 아니라고! 하늘 안 봤다고!!!”
...그런데, 그로부터 이틀 뒤.
나는 임신 사실을 알게 됐다.
그 순간은 지금도 생각하면 너무 황당하고 신기하다.
어쨌든 그렇게 아이가 찾아온 걸 알고 나서, 태명을 고민했다.
흔한 건 싫고, 의미 없는 것도 싫고, 띠에 맞춰 지은 이름도 별로였다.
그때 문득 친구가 꿨던 ‘마을이 활활 타는 꿈’이 떠올랐다. 태몽 풀이를 보니 ‘사교성이 좋고, 주변 사람들과 잘 어울리는 아이’라는 의미가 있었고, 마음에 쏙 들었다.
'불... 불꽃? 불꽃슛? 피구왕 통키? …통키?!'
그렇게 우리 아이의 태명은 자연스럽게 ‘통키’가 되었다.
다들 처음엔 "왜 하필 통키야?"라고 했지만, 나는 오히려 그 독특함이 좋아서 더 애착이 갔다. 부르다 보니 입에도 착 붙고 귀엽기까지 했다.
*
그렇게 9개월 가까이 '통키'라고 불러왔고,
이제는 진짜 이름을 지어야 할 시간이 다가왔다.
통키 엄마인 나는, 유행을 따라가기 싫어하는 고질병(?)이 있어서 평범하고 흔한 이름보다는 의미 있고 특별한 이름을 지어주고 싶었다.
그런데... 우리 남편 성씨가 하필 ‘이’씨다.
길 가다 휘청거리기만 해도 발에 채이는 ‘이’씨.
무얼 붙여도 특이해지기 어려웠다.
그렇게 우리는 ‘이름 짓기’라는 새로운 여정에 들어섰다.
나는 임신 후반에 새벽마다 깨어나 이름 생각만 하던 시기도 있었고,
이름 후보를 적어놓고 밤마다 읊조리며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다.
그러던 어느 날,
남편과 같은 곳으로 출장을 다녀오던 길.
별 뜻 없이 우스갯소리처럼 툭 던진 이름 하나가 마음에 툭 박혔다.
당시는 웃고 넘겼지만, 통키가 태어나고 나서도 그 이름이 계속 입안에 맴돌았다.
출생신고를 해야 하는데도 이름을 정하지 못하던 우리는 유료 작명 앱까지 이용해 봤다.
하지만 결국, 그 장난처럼 튀어나왔던 이름이…
우리 마음 깊숙이 들어앉아 있었다.
그 이름은 바로,
이산.
우리가 아는 그 정조대왕의 이름, 맞다.
한자야 다르지만, 이름의 울림은 너무도 강하고 단단했다.
흔한 듯 흔하지 않고, 한 번 들으면 잊을 수 없고,
외자 이름이 어색할 줄 알았는데 부르다 보니 입에 잘 붙고 오히려 더 예쁘게 느껴졌다.
우리는 바랐다.
조선의 정조처럼, 생각이 깊고 어질며, 백성을 사랑한 임금처럼
우리 아이도 그렇게 따뜻하고 바른 사람으로 자라나길.
*
그리고 지금,
우리 ‘이산’은… 정말 세자저하처럼 받들어 모셔지고 있다.
이거… 이름 잘 지은 거 맞지?
산아, 산이야.
우리 이쁜 세자저하.
다른 것보다 건강하고, 바르게 자라자.
그 염원을 담아, 너의 이름을 오늘도 부른다.
너의 이름은, 이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