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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우재 Sep 07. 2022

적절한 신혼 기간은 얼만큼일까?

결혼 5년차, 육아 3년차의 생각

결혼을 하게 되면 '신혼부부'라는 공동 타이틀과 함께 '새신랑', '새신부'의 개인 타이틀을 남녀 각자 획득하게 된다. 결혼식이 끝나자마자 제일 먼저 가게 되는 여행은 '신혼여행'이 되고, 가장 먼저 차리게 되는 살림은 '신혼집'이 된다. 뭔가 새롭고, 두근두근하고, 알콩달콩할 것만 같은 달달한 단어 '신혼'. 아마 결혼에 대한 환상 대부분은 이 신혼 기간에 대한 것들일 테다.


신혼의 시작은 '결혼식' 또는 '혼인신고'라는 명확한 출발점이 있다. 그렇다면 '신혼'이 끝나는 지점은 언제일까? 아이가 없는 집의 경우에는 다른 기준이 있겠지만, 아이가 있는 집의 경우 명확한 기준이 있다. 그것은 바로 '아이가 태어나는 때'이다.


나는 결혼한 지 딱 2년 정도 지났을 때 우리 아이가 태어났다. 임신 기간 9개월을 제외하면 약 15개월 동안 온전히 둘만의 시간을 보냈던 것이다. 그 기간에 우리는 국내 여행 몇 번, 국외 여행 1번을 갔다 왔다. 남들보다 많이 갔다고는 할 수 없지만 둘만 있으니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곳에 가고 먹고 싶은 것을 먹으며 다녔다. 평소 주말에도 연애할 때처럼 데이트를 즐겼고 평일에도 영화를 보거나 저녁을 먹으러 맛집을 찾아다니곤 했다. 그렇다. 연애할 때처럼.


신혼 기간의 달달함은 연애 상대와 같은 시간과 공간을 공유하면서 더 많은 것을 할 수 있다는 데에 있다. 요리도 해 먹고, 편하게 술 한잔 하면서 TV도 보고, 잠자리에 들기 전 도란도란 대화를 나누며 새롭고 안정된 삶을 사는 것. 대부분 그런 점에서 신혼의 즐거움을 발견할 것이다. 그렇기에 아이가 태어나는 순간, 신혼 기간은 끝나게 된다. 이 모든 것들을 할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둘만의 시간이 '셋만의 시간'으로 변하는 순간, 신혼의 달달함은 육아의 매콤함으로 변한다. 동대문 엽기떡볶이에는 2인 세트에 순한 맛이 없지만, 현실의 3인 가족에는 순한 날이 없다. 얼얼하고 위태로우며, 얼굴이 붉어지거나 하얗게 되는 날이 있을 뿐이다. 요리? 술? TV? 잠이나 푹 자면 다행인 나날들이 몇 개월에서 몇 년간 지속된다. 


자녀를 계획중인 부부들이 주변에서 흔히 듣는 말이 있다. "빨리 낳아서 빨리 키우면 나주엥 편해." 또는 "한 살이라도 젊을 때 키워야지 안 그러면 고생한다." 일리 있는 말이라 모두들 어느 정도 공감할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둘만의 시간, 신혼 기간 없이 바로 셋만의 시간으로 돌입하는 결혼 생활이 최선일까? 사실 요새 결혼하는 나이가 상향평준화되어서 언제 낳아도 빨리 낳았다는 말을 듣기는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대부분의 부부에게는 신혼 기간을 얼마나 가질 것인지 대략적인 선택이 가능하다(물론 세상 일이 맘대로 안 되긴 하지만).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적절한 신혼 기간은 6개월 이상이다(임신 기간 제외). 물론 사람마다 상화도 다르고 개인차도 있을 것이다. 아이를 빨리 낳고 싶을 수도 있고, 신혼을 길게 즐기고 싶을 수도 있다. 연애를 오래 해서 굳이 신혼 기간이 필요하지 않을 수도 있고, 연애한 기간이 짧아 연애하듯이 결혼 생활을 즐기고 싶을 수도 있다. 그래도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짧게든 길게든 둘만의 즐거운 추억을 쌓고 나서 육아에 돌입하는 것이 서로에 대한 애정을, 고난을 함께 헤쳐나가는 전우애(?)로 발전시키는 데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육아는 육체적, 정신적으로 고된 일이기 때문에 둘의 팀워크가 중요한데 셋 이전에 둘의 관계가 탄탄하다면 더 높은 벽도 함께 넘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세상의 모든 부부들이 다른 상황일 것이다. 만약 아이를 가질 시기를 고민하는 (예비)신혼 부부가 있다면 결정을 할 때 약간의 참고가 되길 바란다. 선택은 자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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